지난 주말, 대구로 여행을 다녀왔다. 해외여행도 아니고, 1박 2일로 매우 짧은 일정이었지만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이번 여행에 특별한 동행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폴라로이드 카메라. 비교적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으로, 그동안에는 여행을 갈 때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매번 정말 생각에만 그쳤다. 귀찮다는 이유가 가장 컸고, 카메라야 한번 사면 끝이라지만 소모품인 필름 값이 못내 아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폴라로이드 구매를 미룬 데에 이렇다 할 이유가 없듯, 구매를 결심한 데에도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구에 꼭 가고 싶은 카페가 있었고 기왕이면 거기서 사진(정확히는 그 카페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을 왕창 찍어 오고 싶었다. 그러니까 대구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 사진이었다는 말이다. 이번에도 미루고 미루다 여행 이틀 전에야 급하게 생각을 실행에 옮겼고, 비교할 정신도 없어 그냥 가장 유명한 모델을 구입했다. 다행히 하루 만에 배송을 해주는 사이트를 찾아 이번 여행에 함께할 수 있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사용하는 데 노하우씩이나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몇 번 친구의 카메라를 빌려서 찍어본 게 다인지라 초반에는 필름을 날려 먹기도 했다. 초점이 내가 아닌 뒷사람에 맞춰져 있거나 귀신처럼 머리만 둥둥 떠다니는 사진을 보며 웃다가 필름 값을 떠올리고는 울상 짓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대구 여행의 목적이라 할 수 있는 카페를 배경으로 남긴 필름 사진을 보고 있으면 괜히 뿌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사진이야 핸드폰으로도 얼마든지 찍을 수 있다지만, 그걸로는 담을 수 없는 필름만의 감성이 있다.
부족한 것보단 남는 게 낫다는 주의라 필름 40장을 가져갔는데, 10장을 남기고 모두 사용하고 왔다. 30장 중에서 인생 사진이라고 할 만한 사진을 꽤 건졌으니 나름 만족스러운 소비다. 개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은 벽에 붙여두기도 했는데, 볼 때마다 사진 속 장소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라서 괜히 추억을 곱씹게 된다. 꼭 여행이 아니더라도 두고두고 추억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종종 꺼내 그 순간을 담아볼 것 같단 예감이 든다.
글 | 사진. 김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