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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6 인터뷰

알라딘 서점 김경영 MD (1)

2023.09.10

안녕하세요, 저는 책입니다. 사람들은 바쁘고, 새로운 콘텐츠는 넘쳐나죠. 무엇을 볼지 결정하는 데에도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서점은 어떨까요? 오프라인 서점 매대에 가지런히 놓인 책들처럼, 온라인 서점에 들어서도 정성스레 큐레이션 된 책들이 독자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편집장의 선택’이란 이름으로 선택받은 책들은 독자의 눈길을 가장 먼저 사로잡죠. 흔히 ‘뭐든 다 하는 사람’이라는 약자로 장난스레 불리는 MD의 일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중 도서 MD는 화면 뒤에서, 진심이 담긴 책 추천으로 독자들이 온라인 서점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이 탄생해 우연처럼 독자와 연결되는 책의 여행에서, 어쩌면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책과 독자를 연결해주는 사람. 알라딘 온라인 서점에서 인문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김경영 MD를 만났습니다.


알라딘 서점 김경영 MD

MD(Merchandiser)는 상품 기획자를 뜻하고, 보통 패션이나 쇼핑 회사의 직무로 익숙한데요. 도서 MD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온라인 서점에서 책 판매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이에요. 신간이 나오면 출판사와 미팅을 하고, 도서를 주문하고, 새로운 책의 펀딩부터 굿즈까지 다양한 이벤트를 꾸리는 일을 하죠. 그 외에 주기적으로 책을 큐레이션 해서 그냥 흘려보내긴 아쉬운 책들을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보여줄 기회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 판매에 관련된 모든 일을 한다고 보시면 돼요.

MD에도 문학, 에세이, 과학 등 다양한 분야가 있잖아요. 그중에서 인문 MD를 맡고 계신데, 인문 MD가 평소 가지고 있는 생각이 궁금해요.
아무래도 인문 분야의 책을 추천하기 위해서는 빈곤, 장애, 여성 등 각 영역의 현재 사회적인 논의가 어디까지 이루어져 있는지, 한 발짝 더 나아간 논의가 어느 지점인지 알아야 해요. 그래야 책을 더 잘 추천할 수 있으니까요. 인문·사회 분야 책의 경우 사회 상황이 워낙 빠르게 반영되잖아요. 발간되는 사회과학 분야의 책이 줄어드는 추세이긴 했지만 이번 정권 들어서 더욱 안 되고 있거든요. 그전까지 활발하게 나아가던 논의가 주춤하게 되었고, 다들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시 말을 이어나갈지 모르는 상황이란 생각이 들어요.

아무래도 많은 독자들이 눈여겨보는 코너가 바로 편집장의 선택일 거예요. 일주일에 두 번씩 책을 추천하는데, 선정하는 조건은 무엇인가요.
MD마다 자신의 기준이 있을 텐데요. 저의 경우에는 직관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해요. 아무래도 제 경험의 축적에서 나오는 직관이겠죠. 시의성 또한 중요하게 작용하고요. 예를 들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가 이슈가 되는 경우에는 장애인 인권에 관한 책을 추천하는 식으로요. 인문·사회 분야는 사회문제와 연관 있기 때문에 현재 사회적 논의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지에 기준을 두게 돼요. 나름대로 의제 설정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책임감을 가지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알라딘의 책 굿즈 /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인체 혈관 변색 맥주잔, 앙부일구 문진, 작가들의 유언 카드

일로서 책을 읽는다는 건, 취미로 책을 읽을 때와는 다를 텐데요. 추천 글을 쓰기 위한 나만의 독서법이 있나요?
우선 독자로서는 책에 온전히 빠져서 읽는다면, MD로서 추천 글을 써야 하는 경우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에 더 집중하면서 읽어요. 주로 평일에는 읽어야 하는 책을 읽고, 주말에는 읽고 싶은 책을 읽습니다. 한 번에 6~7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것 같아요. 여러 권의 책을 읽다 보면 내용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무작위로 읽은 책들의 내용이 우연처럼 이어지는 경우에 큰 재미를 느끼는 편이에요.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단상을 일차로 정리한 다음에 책의 내용을 복기하면서 단상을 어떻게 연결할지 유념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책과 관련한 여러 글쓰기 중에서, MD의 글이란 독자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MD의 추천 글은 출판사의 보도자료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MD는 이 책을 먼저 읽은 사람의 입장으로 알라딘과 결이 맞는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거니까요. 독자의 입장에서 MD가 왜 이 책을 추천하는지 와닿을 수 있게 감정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단상을 잡아놓지 않으면 무색무취한 글이 나오더라고요. MD가 어떻게 느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가 담겨야 독자분들이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소개했던 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요?
과학 분야에서 이례적으로 종합 베스트셀러 1위까지 올라갔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룰루 밀러 지음, 곰출판 펴냄)라는 책이 기억에 남아요. 보통 그렇게까지 잘 팔릴 책이라면 보통 출판사에서 초반부터 마케팅을 열심히 하거든요. 그런데 이 책의 경우에는 초반에 마케팅이나 반응이 적었고, 저도 이 책이 잘될 거라고 생각을 못 했었어요.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책을 읽고 좋아서 추천했는데, 이후로 판매가 급상승했어요. 특이한 판매 추이 때문에 기억에 남는 책입니다.

알라딘의 책 굿즈

독자들이 반응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소설적인 반전의 재미가 있는 에세이였어요. 특히 과학 에세이에서 잘 보지 못하는 소재와 구조의 책이에요. 편집장의 선택에 추천 글을 쓸 때에도 책의 분위기가 반전되는 이야기를 누설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이 추천할 때도 ‘일단 읽어보세요’라고 하신 분들이 많아서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하지 않았나 싶어요. 반전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라야 재미있는 책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호기심을 느꼈을 것 같아요.

온라인 서점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곳은 어디인가요?
각 분야의 MD들이 자존심을 걸고 책을 추천하고 있거든요. 온라인 서점에 들어오면 엄청나게 많은 책이 보이잖아요. 온라인 서점마다, MD들의 성향에 따른 추천을 맛보고 싶다면 ‘편집장의 선택’뿐만 아니라, 추천 도서를 큐레이션 해서 보여주는 국내 도서 페이지나 이벤트 페이지를 눈여겨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온라인 서점에 머물면서 굳이 책을 사지 않더라도 보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여러 이벤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온라인 서점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온라인 서점엔 콘텐츠를 많이 실을 수 있잖아요. 독자 입장에서 콘텐츠를 보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MD가 어떤 주제로 책을 큐레이션을 했는지, 그 주제에 맞는 어떤 책을 골랐는지 보는 재미가 있거든요. 각 분야의 MD들이 마치 1인 책방지기처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기획하는 이벤트들로 차별화가 되기도 하고요. 온라인 서점엔 굿즈가 워낙 다양하잖아요. 그 굿즈도 각 MD의 성격에 따라서 기획하기 때문에 그걸 보는 재미도 있고요.

이 글은 '알라딘 서점 김경영 MD (2)'에서 이어집니다.


글. 정규환 | 사진. 이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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