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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7 스페셜

로컬인사 전서은 대표 (1)

2023.09.20

주민이 참여하는 로컬 브랜드를 개발하고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로컬인사’는 사진 예술이라는 형태로 결과물을 기록한다. 물리적, 문화적으로 낙후되어 무관심 속에 묻혀버린 공간을 발굴해내는 것이 그들의 일. 단편적인 이미지보다는 지역만의 고유한 이미지에 집중하며 그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원주민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로컬인사의 시선은 고스란히 뷰파인더에 담긴다. 그들의 발굴과 기록은 오늘도 계속되는 중이다.


목포 원도심의 풍경 / ⓒ 사진제공. 로컬인사 곽승훈

로컬인사라는 이름이 다소 특이한데,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로컬’과 ‘유명 인사’ 할 때 그 ‘인사’, 그리고 ‘인생 사진’을 줄인 ‘인사’를 결합해서 만든 이름이에요. 로컬이라는 말이 지역사회를 의미하기도 하잖아요. 로컬인사는 사진을 통해 비슷한 생활양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지역사회의 특성을 담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을 유명 인사처럼 조명해서 사회에 보여주는 역할을 해요. 유명 관광지나 ‘핫플’ 위주의 스냅은 많잖아요. 물론 그런 사진도 의미가 있지만, 로컬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의 일상이 담긴 장소도 얼마든지 스냅의 배경이 될 수 있다는 데 주목했어요. 지역에 대한 개인의 애정과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녹아 있는 ‘인생 사진’을 남기고자 합니다.

산본 덕고개당숲 지역축제 / ⓒ 사진제공. 로컬인사 곽승훈

로컬 탐방지 선정 과정이 궁금합니다. 의뢰를 받기도 하고, 직접 발굴해내기도 하시나요?
로컬 스냅 사진을 보시고 ‘우리 지역에도 와서 이런 것들을 담아줬으면 좋겠다.’라고 의뢰를 해오기도 하죠. 최근에는 목포에서 지역 특산물을 재료로 한 향토 음식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심층적으로 조사해서 글과 사진으로 아카이빙해 달라는 의뢰도 있었어요. 의뢰가 없더라도 카메라에 담고 싶은 곳이 있으면 전국 어디든지 다니면서 로컬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사실 발굴의 시작은 사는 곳에서 가까운 동네였어요. 저 같은 경우 거주지인 잠원동과 학교 인근인 안암동에서, 고향이 경기도인 로컬인사 멤버는 경기도에서.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경기도에도 의왕이나 산본처럼 재미있는 곳들이 많아요. 비교적 찾는 이들이 적은 로컬을 탐방하다 보면 지역이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에 카메라를 보고 자발적으로 포즈를 취하시는 주민분들도 왕왕 계세요. 이런 곳도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지역의 순간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글로 남기기 시작했죠.

소도시 브랜드 컨설팅도 겸하고 계시잖아요. 주민들이 직접 브랜딩에 참여하는 참여형 브랜딩이라는 점이 눈에 띄던데, 원주민들이 참여하는 브랜딩의 경우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소도시 브랜딩의 경우, 어떤 지역의 군이나 면 단위로 들어가게 되는데 공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나 문헌이 많지 않아요. 서울시의 경우, 공공 데이터 포털 등에 공개되어 있는 정보가 많지만요. 어떤 시설이 주민들에게 필요한지를 도출해내기가 어렵죠. 구전으로 내려온 정보도 많고요. 주민과 직접 소통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 과정에서 양질의 자료를 수집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주민분들과 저희 사이에 신뢰가 쌓이게 되죠. 형식적인 과정이 되지 않도록 주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합니다. 워케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알게 된 곳인데, 금산에 ‘숲속마을’이라는 정말 작은 마을이 있어요. 제가 알기로는 거기에 30가구 정도가 살고 있는데, 주민이 100명 남짓이라 서로 다 알죠. 그런 곳을 탐방하게 되면 일주일 정도 머무르면서 원주민들을 다 만나볼 수 있어요. 소문도 빠르고요. 그런 곳에 외부인이 프로젝트를 한다고 와서 아무것도 묻지 않고 갑자기 이런저런 일을 벌이면 불만이 나오는 게 당연한 일이에요. 그 전에 직접 한 명, 한 명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거치니까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원주민분들이 조금 더 애정을 가지고 참여하세요.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콘텐츠라고 생각해서, 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공동의 목표를 세우는 걸 중요시해요.

로컬인사 전서은 대표 / ⓒ 사진제공. 로컬인사 곽승훈

평소 로컬 프로그램에 참여도 많이 하시나 봐요.
워케이션이나 여러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찾아다니고 있어요. 앞서 언급한 금산 숲속마을의 경우에도 올해 2월에 <포레스트 빌리지 힐링 워케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곳이에요. 직접 가보니까 무언가를 체험하기에 굉장히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후 4월, 비공식적으로나마 <금산 숲속마을 힐링 스테이>라고 원주민과 외부에서 방문한 내‧외국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1박 2일 프로그램을 만들었죠. 여덟 명 정도 되는 인원이었는데 숲속마을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르면서 술 만들기 체험도 하고 마을에 사는 고등학생들과 급식실에서 같이 밥을 먹는 특별한 경험도 했어요.

지속적인 관심 없이는 이어가기 어려운 활동인데, 예술 활동을 통한 지역 활성화에 힘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도시재생이 전공이다 보니 인구 감소, 주변 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했던 공간들을 주민들이 중심이 돼서 다시 활성화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요. 곽승훈 사진작가님은 역사를 전공하셔서 각 지역의 숨겨진 역사나 유산을 발굴해내고 탐구하는 걸 즐기세요. 둘 다 사진을 좋아해서 인스타그램만 맞팔로우한 채로 사진에 대한 코멘트를 주고받다가 한번은 관악산에서 촬영을 했는데 그게 로컬인사의 시작이었죠. 둘 다 사진 예술로 숨겨진 로컬 장소를 발굴하고 지역의 아름다움을 담는 것에 애정과 관심이 많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인스타그램 로컬인사 @local.insa

이 글은 '로컬인사 전서은 대표 (2)'에서 이어집니다.


글. 김윤지 | 사진제공. 로컬인사 곽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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