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 탕후루
하나에 꽂히면 질릴 때까지 그것만 파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다. 집 앞 분식집의 참치김치찌개에 빠졌을 땐 일주일에 세 번을 넘게 출석 도장을 찍어 가게 사장님과 안면을 텄고, 귀에 꽂히는 노래를 발견하면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질릴 때까지 그 노래만 반복 재생한다. 그런데 하필 꽂혀도 탕후루에 꽂히고 말았다. 원래 단것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데, 입맛이 변하기라도 한 걸까. 한강공원에 놀러 갔다 우연히 사 먹었던 딸기 탕후루가 시발점이 된 것이라 짐작해본다. 날이 더웠고, 하필 그때 먹었던 탕후루가 ‘너무’ 시원하고 맛있었던 거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알고 보니 탕후루가 요즘 유행이고, 마침, 하필 집 바로 앞에 탕후루 가게가 있는 게 아니겠는가. 새로 생긴 거냐고 물었더니 원래 있었단다. 어쩐지 탕후루가 자꾸 눈에 보인다 싶었더니 기분 탓이 아니라 유행 탓인 거였다.
한번 탕후루 가게가 있단 걸 인식하게 되자 과거 집 앞 분식집에 출석 도장을 찍었듯 매일 저녁 퇴근길에, 약속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습관처럼 탕후루 가게에 들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탕후루가 건강에 안 좋다더라(당연하다.),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킨다더라 하는 식의 기사를 매일 무수하게 접하지만, 하나쯤이야 괜찮겠지 하며 가볍게 넘기게 된다. 요즘은 이렇게라도 과일을 챙겨 먹으면 1일 권장 비타민량도 채우고 좋은 거 아닌가, 라는 식의 합리화까지 하는 중이다.
그렇지만 대번에 끊어내기에 탕후루의 달콤함은 중독성이 강하고, 종류도 너무 다양하다. 예상외로 가장 맛있었던 건 귤 탕후루인데, 비교적 만들기도 쉽다고 해서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다. 물론 역시 사 먹는 것만 못해 일회성에 그쳤다. 신메뉴도 하루가 멀다 하고 나와 집에 돌아가는 길이면 오늘은 뭐가 나왔나 하고 유리창 너머를 살피게 된다. 요즘 10대들 사이에서 마라탕을 먹고 후식으로 탕후루를 먹는 게 유행이라던데 20대라고 별다를 건 없는 듯하다. 다만 언제까지고 합리화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내 혈당을 위해서라도 유행보다 나의 탕후루 사랑이 먼저 끝나길 바라본다.
글 | 사진. 김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