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상단으로이동
신간 · 과월호 홈 / 매거진 / 신간 · 과월호
링크복사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글자확대
글자축소

No.311 인터뷰

<어른 김장하> 김현지 감독 (2)

2023.11.27

이 글은 '<어른 김장하> 김현지 감독 (1)'에서 이어집니다.

ⓒ 영화 <어른 김장하> 김현지 감독

형평운동부터 극단 같은 예술 분야, 교육, 환경, 여성인권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던 김장하 선생의 에너지, 신념은 어디서 출발한 걸까요?
선생님께서도 ‘할아버지가 그렇게 가르치셨다’는 정도로 말씀하세요. 저는 또 “아니 선생님, 저희 부모님도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는데 전 그렇게 안 되는 걸요.” 했죠.(웃음) 근데 선생님께서 운영하신 남성당 한약방에서, ‘남성’이 선생님 할아버지께서 붙여주신 호거든요. 목숨, 수명을 맡고 있는 별자리라는 뜻인데 이 별이 그렇게 크게 빛나지 않는데 제 역할을 한대요. 그래서 앞에 나서지 말고 항상 제 역할을 하는, 그런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셨대요. 한번은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장학생들 만난 자리에서였는데, 선생님은 60여 년간 늘 같은 자리에 앉아서 환자를 보셨잖아요. 그러면 오히려 사람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대요. 그런데 장학생들을 후원하면서 다양한 사람, 다양한 인생을 알 수 있어서 참 행복했고 즐거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학생들한테 ‘내가 살아보니까 이렇게 살아야 돼.’ 이렇게 가르치는 게 아니라 그냥 한 사람이 자유롭게 의지를 펼쳐나가는 과정을 묵묵히 뒷받침하면서, 매번 새로운 인생을 간접경험하셨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다른 인터뷰에서 선생님에게 단점이 있지 않을까, 계속 찾았는데 안 보였을 때 답답하셨다고요.
사람이 뭐 하나에 집착하다 보면 사고가 이상하게 흐르잖아요.(웃음) 구성상의 위기가 필요하다고 느꼈나 봐요. 그게 꼭 선생님의 단점일 필요는 없었을 텐데 말이죠. 그러다 선생님에 대한 세상의 오해가 드러나는 장면이, 익명의 시민이 선생님에게 전화해서 욕설하는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그것도 김주완 기자님이 선생님과 산행하다 우연히 찍은 거거든요. 연출한 줄 아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전화를 한 사람은 되게 극단적인 경우지만, 선생님의 행동을 진영 논리로 해석하려고 하는 분들도 간혹 계세요. 저는 다큐가 끝나도 그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것 때문에 선생님께서 많이 힘드셨겠다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선생님을 그저 영웅으로 칭송하기만 하고 그 안에서, 평범한 우리들의 책임을 발견하지 않으려는 것도 선생님께 부담이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김장하 정신은 어떻게 기억되고, 어떤 행동으로 이어질까요?
선생님께서 늘 관심을 기울이신 곳이 형평운동기념사업회(형평사)거든요. 형평사 주지문 첫 문장이 ‘공평은 사회의 근본이고 애정은 인류의 본량이다’인데, 너무 아름다운 문장이더라고요. 아마 이게 김장하 선생님이 계속해오려고 하셨던 게 아닌가,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지탱한다는 말씀도 사실은 이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아닐까 생각해요.

피디님께서 그리시는 어른은 어떤가요? , 이런 게 어른이지! 생각하는 모습이요.
정말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매일매일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러다 현재는, 자기연민 없는 사람이 어른 아닐까 싶어요. 자기연민을 조금 내려놓고 그 여유 공간에 타인을 위하는 마음을 조금 더 채워 넣어야, 비로소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도 더 노력해야겠네요. 선생님을 보시고, ‘나도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해주시면 기쁠 것 같아요. 애 키우는 입장에선 청소년들에게도 말하고 싶어요. “얘들아, 각자도생, 나만 잘되면 돼. 그거 아니야.”(웃음)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고 내가 제일 안전할 수 있는 방법은 선의에서 출발한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

제일 가성비 좋고, 증명된 방법이잖아요.
맞아요. 사람의 선의를 믿는 건 촌스러운 게 아니고, 내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가장 가성비 좋은(웃음) 방법이 서로 돕는 거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형평사 주지문 첫 문장이 ‘공평은 사회의 근본이고 애정은 인류의 본량이다’인데, 너무 아름다운 문장이더라고요. 아마 이게 김장하 선생님이 계속해오려고 하셨던 게 아닌가,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지탱한다는 말씀도 사실은 이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아닐까 생각해요.


글. 황소연 | 사진제공. 시네마달


1 2 3 4 5 6 7 8 9 

다른 매거진

No.316

2024.02.05 발매


우리가 사랑하는 귀여움

No.315

2024.01.15 발매


신예은

No.313

2023.12.15 발매


2023 올해의 키워드

< 이전 다음 >
빅이슈의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