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세워가는 도구 같은 느낌이에요. 큰 변화를 주진 않지만, 그냥 삶이 잘 운영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요.”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외출을 하고 환기를 한다. 틀에 박힌 듯 보이는 루틴 속에서 나만의 ‘틈’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평범한 하루의 사이사이를 기록으로 채워 연결하는 사람. 크리에이터 ‘빵이’는 그의 작업을 애정하는 이들에게 기록의 소중함과 반짝이는 순간을 전한다. 작은 규칙을 정해 매일 일기와 아이디어를 기록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힘. 그것은 일상의, 그리고 인생의 아주 작은 순간을 갈고닦아 반짝이게 만드는 시각에서 비롯된다. 크리에이터 빵이가 일상을 적어내리는 방법을 소개한다. 물론 그가 앞으로 시도할 기록의 무한한 방법 중 극히 일부일 것이다.
© 일러스터 빵이
많은 분들이 빵이 님의 기록 방식을 좋아하고 실천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애정을 실감하셨던 계기가 있나요?
댓글이나 메시지를 받을 때 많이 느껴요. 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직접 읽으면서 ‘이런 마음을 가지고 계시구나.’ 하고 애정을 느낄 수 있어서요. 팬 중엔 외국 분들도 계시고, 나이대도 다양하세요. 학생부터 아이를 키우는 어머님들까지요.
인스타그램 스토리용 스티커, 연말정산 템플릿 등 빵이 님의 작업물을 보면 아날로그에 국한하지 않는 기록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요. 디지털이 일상인 시대에, 기록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제가 2월에 기록 생활에 대한 경험을 담은 책 출간을 앞두고 있는데, 책 내용과 관련한 질문을 많이 주셔서 놀랐어요.(웃음) 저는 기록은 ‘남기는’ 게 아니라 ‘남겨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애써서 뭔가를 남기려는 것보다 살아가면서 흔적이 남듯이 그냥 나에게 남겨지는 것인데, 그렇게 치면 사실 수기로 기록하는 거나 인스타그램을 포스팅하는 것 모두 어떻게 보면 내 기록이잖아요. 내가 뭘 남길지, 어떤 흔적을 남기면서 살아갈지를 정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인스타그램 스토리 같은 건 무엇을 남길지 결정하게 도와주는 굉장히 부가적인 요소인 것 같고, 조금 더 기록을 재미있게, 계속해서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그런 것들을 제가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 일러스터 빵이
기록은 남겨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순간이 있나요?
본격적으로 기록하게 된 건 20대 초반인데요, 그때 제가 갭이어라는 진로 탐색 기간을 오래 가졌고 그럴 때 제가 생각하는 것들, 경험한 것들을 다 글이나 사진 같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남겼었어요. 나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요. 지나고 다시 보면 저에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런 게 기록이구나, 여기게 됐어요. 전부 제가 다시 돌아볼 수 있는 흔적이 돼서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지금까지 남긴 기록의 분량이 가늠이 되시나요?
아날로그 기록의 경우, 침대 아래 큰 서랍 두 개가 노트로 채워져 있어요. 일곱 살 때부터 일기를 썼거든요. 그때는 1년에 한 권 정도였다면 지금은 1년에 대여섯 권씩 쓰니까 양이 많아졌죠. 디지털 기록은 더 많아요. 하드디스크에 계속 백업을 해두고 있어요. 텍스트뿐 아니라 영상 기록도 있거든요.
© 일러스터 빵이
많은 분들이 메모를 효율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데, 분산된 기록을 관리하는 게 어렵진 않나요?
저도 분산이 많이 돼 있어서 주기적으로 정리를 해요. 중심이 되는 건 아날로그 노트예요. 다이어리 한 권에 일정이라든가 생각을 전부 정리하고요. 떠오르는 아이디어 등은 스마트폰 메모에, 일정은 노션에도 적다 보니 하루나 일주일, 한 달 단위로 메모를 모으고 있어요. 결론적으로 다이어리만 보면 모든 기록을 파악할 수 있도록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기록은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고 호환되나요?
50대 50인데요. 아침과 저녁에는 거의 매일 다이어리를 작성해요. 모닝 페이지를 쓰거나 투두 리스트를 쓰고요. 일러스트 작업을 하거나 일상을 보낼 때는 태블릿 같은 디지털 기기와 함께해요.
© 일러스터 빵이
어느 정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기록도 그 루틴 중 하나인가요?
아침 일과라고 이름을 붙인 일들이 있어요. 환기하고, 이불 정리하고, 바닥 청소하고 책상을 정리하는 것까지 아침에 해요. 이후엔 쭉 작업을 해요. 이메일을 확인하고, 개인 작업과 미팅도 하고요. 저녁엔 산책과 취미 생활을 하는데, 제가 하는 게 많아요.(웃음) 좋아하는 게 많아서인 것 같아요. 최근엔 ‘네일팁’도 만드는데요, 사실 이런 실천들이 아이디어 스케치한 페이지에서 나와요. 뭔가 하고 싶다,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걸 취미 시간에 해요.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걸 찾아내는 원천은 뭘까요?
스스로가 만나는 되게 사소한 일상과 나 자신의 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사실, 똑같고 반복적이고 그냥 별거 없는 일상이라고 생각하면 기록할 것도 없거든요. 그런데 매일 마주하는 것들의 사소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어야 기록도 하고 취미 생활도 할 수 있어요. 식사를 예로 들면, 매일 크게 다르지 않은 음식을 먹는데, 내가 식사를 어떻게 대하고 어떤 마음으로 보고 있는가를 다루다 보면 기록하거나 새로운 시도로 연결되는 거죠. 식판 일기를 쓰거나, 도시락을 싸본다든가, 쿠키를 구워본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이 글은 '크리에이터 빵이 (2)'에서 이어집니다.
소개
who’s 빵이
기록하는 사람 빵이(차에셀)입니다. 다이어리, 스티커, 배경 화면처럼 일상적이고 재미난 디자인을 만들어 공유해요. 매달 한 편의 월간지와 매주 한 번의 블로그를 씁니다. 4년의 갭이어와 오랜 여행을 했고, 지금은 고양이 다코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글. 황소연 | 일러스트 제공. 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