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크리에이터 빵이 (1)'에서 이어집니다.
© 일러스터 빵이
인스타그램 스토리용 한글 스티커는 블로그 게시글 조회 수가 23만일 정도로 인기가 많았는데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이 스티커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상적인데 재밌는 요소 덕분인 듯해요. 스티커를 만들 때 제 친구들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연구했거든요. ‘얘네가 뭘 올리지?’ 하고요.(웃음) 보통 먹을 거나 어디 놀러 간 사진들을 올리는데, 사실 우리 일상이 엄청 다채롭고 화려하지 않잖아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조롭고 반복적인데 그런 일상과 잘 맞아야 계속 쓰게 되는 듯해요.
계획한 것을 잘 지킬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사실 저도 계획을 잘 안 지켜서…(웃음) 엄청 즉흥적이거든요. 얼마나 즉흥적이냐면, 2019년에 오로라를 너무 보고 싶은 거예요. 그날이 월요일이었는데, 금요일 비행기로 북유럽에 가서 석 달을 있었어요. 뭔가 마음이 가는 게 있어도, 입 밖으로 안 꺼내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거든요. 기록뿐 아니라 말로 생각한 걸 꺼내보는 작업을 계속하면 좋을 것 같아요.
즉흥적이라고 하시지만 사실 기록이란 건 으레 즉흥성과 반대에 있다고 느껴져요.
기록하는 힘을 키워야 해요. 귀찮지 않도록요. 저는 고등학생 때 미술 선생님이 ‘그림을 안 그려도 매일 종이 한 장을 넘겨라.’라고 조언을 해주셨거든요. 그렇게 넘기는 연습을 한 몇 달 했어요. 막 머리카락 한 가닥 붙여서 넘기고 그랬는데, 시간을 정하는 등 규칙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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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모임 ‘마이저널스’도 운영하시지요. 마이저널스 구성원들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나요?
적을 때는 한 200명, 많을 때는 400명까지 지원을 해주세요. 함께할 분을 뽑는 게 쉽지는 않지만, 즐거운 경험이에요. 서로 기록을 공유하면서 내 일상을 타인이 자신의 시선으로 말해주는 건 특별한 경험이에요. 물론 점점 참여율이 저조해지는 구성원이 종종 있어요.
반복적으로 밥을 먹고 출퇴근을 하고 공부를 하는 일상에서 내 취향,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는 게 과제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맞아요. 저도 그 생각을 진짜 많이 했어요. 사람들이 이렇게 마이저널스를 좋아하는데, 참여율이 저조할 때도 있거든요. 뉴홈노트, 31데이즈 같은 다양한 템플릿과 기획을 진행했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빵이 님처럼 기록하려면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면 취미를 찾을 수 있을까요?’ 같은 메시지가 많이 오는데, 일단 해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 일러스터 빵이
또 다른 인기 글인 ‘우울이 나를 집어삼킬 때’에서는, 슬픔을 넘기는 방법으로 ‘별 그리기’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슬픔이나 우울 안에서도 뭔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그 순간 느끼는 감정을 잘 해소를 해야 회복이 돼요. 빨리 나아지려는 마음으로 그린다기보다는 그 시간 동안 별을 그리면서 감정을 끝내는, 그런 연습을 하는 거죠. 뭐든 잘 끝내는 연습이 필요해요. 전 이번에 가을을 보내주는 의미의 쿠키를 구웠어요.
인생의 키워드로 자유로움, 생산성, 효율성을 고르셨습니다.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추구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 건 뭘까요?
키워드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추구하진 않는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 항상 남들과 달라도 되고,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해도 된다는 걸 가르쳐주셨어요. 갭이어 등을 경험하면서 키워드가 구체화된 것 같고 생산성이나 효율성은 그냥 제 기질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뭔가 만들고 싶은 게 생기면 빨리 실행에 옮기거든요.
하루 한 장의 아이디어 메모를 하신다는 얘기에 저도 며칠간 아이디어를 메모해봤어요. 머릿속에 있는 걸 털어내는 게 시원하면서도 또 새로운 생각이 이어지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요즘 빵이 님의 아이디어 메모가 궁금합니다.
확실히 연말이니까 연말정산 콘텐츠와 관련한 메모를 많이 했어요. (아이디어 스케치를 펼치며) 그냥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거나 스티커 제작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요. 실현 가능하든 아니든 일단 다 적는 페이지에요. 형식도 자주 바뀌어요. 보통은 그림을 그리는 데 마인드맵을 활용하기도 하고요.
© 일러스터 빵이
굉장히 많은 기록 수단이 있는데요. 새해에 기록을 꾸준히 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기록 수단이나 템플릿, 방법이 있을까요?
하루에 한 장씩 꼭 넘기는 아이디어 스케치와 함께, 제가 만든 다이어리 템플릿 중 ‘뉴홈 노트’를 추천하고 싶어요. 매일 다른 템플릿을 쓸 수 있어서 나에게 맞는 기록 방법을 찾는 데에 도움이 될 거예요.
한 인터뷰에서 나를 표현하는 단어로 ‘사랑’을 꼽으셨죠. 2024년 한 해를 사랑하기 위해, 새해의 시작인 1월에 빵이 님은 무엇을 하실 예정인가요? 올해는 어떤 사랑을 실천하게 될까요?
지난해는 그 사랑이 저에게 한정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나를 좀 더 사랑하고,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걸 인정해주고 싶었거든요. 올해에는 할 수 있다면 그 사랑을 내 주변이나 이 세상으로 좀 더 확장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소개
who’s 빵이
기록하는 사람 빵이(차에셀)입니다. 다이어리, 스티커, 배경 화면처럼 일상적이고 재미난 디자인을 만들어 공유해요. 매달 한 편의 월간지와 매주 한 번의 블로그를 씁니다. 4년의 갭이어와 오랜 여행을 했고, 지금은 고양이 다코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글. 황소연 | 일러스트 제공. 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