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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4

이스라엘의 대피 명령이 국제법 위반인 이유

2024.01.14

이스라엘은 지난 2023년 10월, 임박한 지상 공격을 앞두고 가자 지구 북부에 있는 110만 명 주민에게 남부로 이동하라는 대피 명령을 긴급히 내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주민들에게 허용한 시간은 불충분하고 비현실적이며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전한다. 2023년 12월 3일, 이스라엘군은 이미 피란민이 과밀하게 집중된 칸 유니스 지역으로 가자 지구 주민들이 대피할 것을 요청했다.


국제적 갈등 상황에서 심각한 위해로부터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피란하는 방법은 전부터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정부와 아동복지 조직 주도의 대피 계획에 따라 유럽 전역에 있는 수천 명의 아동을 교외 지역 또는 해외로 대피시킨 것이 그 예다.

그러나 가자 지구의 현실은 냉혹하다. 우리는 지금 교전국의 갑작스럽고 혼란스러운 대피 명령을 목격하고 있고, 이는 인도적 참사로 이어지고 있다. 본인과 가족, 친구, 동료가 이런 끔찍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해보라. 만약 나와 자녀가 아픈 상태라면 어떻게 대피할 것인가? 만약 연로하신 부모님이 걷지 못하신다면? 만약 차량이 없거나 연료가 없는 상태라면 시간 내에 어떻게 남부로 이동할 수 있을까? 달리 갈 수 있는 안전한 곳도 없고, 짧게 허용된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것도 없이 그대로 전쟁터에 남겨지는 것이다.

남부로 이동하려 했던 20세의 한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무서웠다, 이제 죽겠구나 싶었다. (중략) 대피하라 해놓고 길에서 사람에게 폭격을 했다. 아버지는 가자 시티로 차를 되돌렸다. 아버지는 어차피 죽는다면 가자 지구에 있는 우리 집에서 죽자고 했다.”

국제법에 따른 민간인 대피
무장 상태의 충돌 상황에서 민간인 대피는 군사와 인도주의 간 균형을 도모하는 국제인도법에 의해 엄격하게 통제된다. 가자 지구에 곧 닥칠 공격에 대비해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이스라엘의 경고는 반드시 ‘효과적’이어야 한다. 즉 사람들에게 단순히 내용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이 허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가자 지구 전역에 걸쳐 빠른 속도의 폭격이 발생하고, 가자 지구 전체가 포위된 상태에서 이 정도 규모의 대피를 위해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주민에게 허용한 시간은 불충분하고 비현실적이다. 이스라엘은 대피하는 민간인이 생존할 수 있도록 안전을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 국제법에 따르면 위험에 직면한 민간인이 빠르고 다른 방해 요인 없이 인도적 구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식량·물·의약품·의류·침구·대피소·난방 연료 등 생존에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가 포함된다.

민간인의 굶주림은 전쟁범죄다
이스라엘 국경 지역에 있었던 하마스 공격에 대한 반격으로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를 비합법적으로 ‘완전 포위’하고 있고, 이 구역에 전기·식량·물·연료 공급 중단을 지시하고 있다. 가자 지구 남부에 해당 지역 인구의 두 배인 100만 명 이상을 밀어 넣는 것 역시 이미 16년간의 봉쇄로 약화된 이곳의 사회 기반 시설에 무거운 부담을 줄 것이다. 특히 가자 지구는 2005년 지상군 철수 이후 이스라엘의 점령이 합법인가를 두고 논쟁이 여전하다.

과거부터 이스라엘은 실제 주둔하면서 가자 지구를 관리하는 점령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시대의 관점에서 보자면 병력이 철수했음에도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높은 수준의 통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점령으로 볼 수 있다면 추가적인 법 규정을 현재 상황에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국제인도법에 따라 이스라엘은 점령국으로서 꼭 필요한 군사적 사유 또는 민간인의 안전을 위해 대피를 명령할 수 있으나, 민간인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이스라엘은 이동하는 민간인에게 적정한 대피 장소·위생·건강·안전·영양 공급을 확보해주고 가족 구성원이 흩어지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 특히 아동·임신부·수유 중인 여성·장애인·노약자에게 필요 사항이 구체적으로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빠르게, 동시에 다른 방해 요인 없이 인도적 구호를 하기 위한 최우선 조건이며 가자 지구의 점령 상태에 대한 논점과 무관하게 적용해야 한다.

미국 국무장관 앤서니 블링컨은 미국과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서 인도적 구호 활동을 하는 데 동의했고, 공격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지대를 만들기 위한 안을 구상 중이나 아직 실행 단계는 아닌데 상황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극도로 위태로운 상황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기구는 지원 여력에 한계를 보인다면서 현재 상황을 “전례 없는 인도적 참사”라고 표현한다. 전쟁법의 관리관 입장인 국제적십자사는 드물게 공개적으로 정부를 비난하고 대피 명령을 불법적인 것으로 간주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이를 규탄하고 “극도로 위태롭다”면서 결국 대피령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명령이라고 언급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북부 22개 병원에 내린 대피 명령을 비판하면서 “현재 공중 보건 참사가 더욱더 심각해졌다.”라고 전했다.

가자 시민은 다른 국가에서 안전을 확보받기도 어렵다. 이집트로 넘어가는 국경은 닫혀 있는 상황이고, 지난 1948년 전쟁 대이동이 모두에게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기에 많은 팔레스타인인은 고향으로 되돌아올 수 없다면 아예 고향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한편 떠나기를 희망하는 이들은 국제법에 따라 떠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다른 국가에서 입국을 거부할 경우 이들 삶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가자 사람들은 법 제도에 따라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기구에 의해 일반적으로 난민으로서 보호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재 구호 기구에서 보호와 지원을 충분히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나라에 별도로 지원을 요청하지 않는 팔레스타인인은 ‘1951년 난민 협약’에 따라 추가적인 지위 인정 절차 없이 자동으로 난민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가자 지구 대피를 거부한, 또는 단순히 대피가 어려운 이들은 민간인으로서 보호받는다. 이들이 남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호받을 권리를 잃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은 민간인과 관련한 안건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민간인 사상자가 생기지 않고 인도적 구호가 우선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할 것이다.

빅이슈코리아는 INSP(International Network of Street Papers)의 회원으로서 전 세계의 뉴스를 전합니다.


글. Jane McAdam and Ben Saul | 한글 번역. 최수연 | 기사제공. The Convers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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