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한 동생의 집에 방문했다. 사회초년생에게 알맞게(?) 세탁기나 빌트인 옷장 등이 오목조목 잘 배치되어 있고, 힙한 카페 같은 세련된 계단과 입구도 멋졌다. 나도 모르게 이 말이 나왔다. “기념품 없어?” 여기가 문화유적지냐고 묻던 동생이 기념품이 있다며 옷장용 방향제와 제습제를 줬다. 더불어 이사 후 ‘곤도 마리에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며 쓰지 않는 물건을 잔뜩 내어줬다. 한 번 뿌린 향수,(제일 맘에 들었던 향은 본인이 써야 한다고 안 줬다) 짱구 피규어, 키링, 퍼스널 컬러 테스트 후 화장대에서 탈락한 립 제품 등. 안 쓰는 물건이지만 의외의 연말 선물을 받은 듯했다.
연말연시를 맞아 만나는 사람들에게 줄 작은 선물을 고르다 보니, 인생은, 그리고 나이를 먹는다는 건 받는 기쁨 못지않게 주는 기쁨도 크다는 걸 깨닫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여러 쇼핑몰에서 연말연시 선물로 좋다며 추천하는 제품을 보면서, 누구에게 줄지 설레는 고민이 시작되는 걸 보면 말이다. 당분간은 새해가 주는 들뜸에 취해 선물을 한참 동안 구경하게 될 것 같다. 그 김에 내가 나한테 줄 선물도 좀 사고.(사실은 이게 제일 많을지도….)
글. 황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