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배우 신예은 (2)'에서 이어집니다.
© 배우 신예은
© 배우 신예은
좋아하는 것도 취미도 많네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쉬기보다는 무언가를 하며 쉬는 시간을 보내는 편인가 봐요.
저는 제가 진짜 집순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생각해보니까 활동적인 내향인인 것 같아요. 사람 많은 장소에 가거나 여러 사람과 활동하기보다는 주로 혼자서 이것저것 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편이에요. 아, 저 취미 하나 더 있어요! 보드. 끝나고 보드 타러 갈 거예요.(웃음)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 틈틈이 ‘버블’을 통해 팬들에게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걸로도 유명하잖아요. 스스로 버블 속 코너를 만들기도 하고요.
버블 속 코너를 어떻게 아세요? (사실 저도 오랜 구독자예요.) 그 코너를 알 정도면 정말 오래되셨네요. 어쩐지 좀 부끄러운데, 저 버블에서 엄청 시끄럽죠?(웃음) 제가 말이 많아서.
사실 예은 씨가 버블에 남긴 메시지로 위로받은 적이 꽤 많은데, 특히 팬의 편지를 읽고 ‘내가 힘들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써나간 답변이 기억에 남아요. 숨이 턱 막힐 때까지 운동하기, 감정 일기장 만들기, 무언가에 집착 수준으로 몰두하기 등. 혹시 여기에 또 추가된 것이 있어요?
오늘도 촬영장 오면서 얘기한 건데요. 그 대상이 사람이든 SNS든 한 발짝 정도의 거리가 늘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조금만 떨어져서 바라보면 ‘이게 진짜 별거 아니었구나.’ 하고 스스로 깨닫거든요.
감정 일기장도 궁금한데, 글 쓰고 기록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네. 일기를 매일 쓰지는 않는데, 다행히 요새는 힘든 일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감정 일기장은 그냥 그 순간 느끼는 감정을 일기장에 그대로 적는 거예요. 저는 자물쇠가 달린 일기장을 사서 잠가두고 저만 볼 수 있게 해요. 누가 본다고 생각하면 좀 그런데 어차피 잠겨 있고 나만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솔직해져요. 지금 느끼는 감정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계속 혼자 삭이면 그게 내 안에 고스란히 쌓이고, 쓸데없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거든요. 그 감정들이 쌓이지 않도록 저만 볼 수 있는 일기장에 그때그때 털어놓는 거예요.
© 배우 신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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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한 기록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는지 궁금해요.
아, 있어요! 제가 한 얘기는 아니고 김이나 작사가님이 하신 말인데, “한 사람의 결이나 질감은 잘 관리된 콤플렉스에서 비롯된다.”라는 문장이요. 사실 제가 되게 예민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스트레스를 좀 많이 받는데, 제가 소리에 예민하다 보니까 밥을 먹다가도 ‘지금 내가 밥 먹는 소리가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굉장히 조심하는데 그게 처음에는 큰 스트레스로 작용했거든요. 근데 저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이게 어떻게 보면 저한테 플러스가 될 수도 있는 거더라고요. 이것도 잘 관리된 콤플렉스가 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나한테 어떤 콤플렉스가 있더라도 이걸 좋은 방향으로 잘 관리를 하면 오히려 나에게 플러스가 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지난 2023년은 배우 신예은에게 쉼 없이 달려온 한 해였을 것 같은데, 어때요?
음, 배우로서 저의 정체성을 찾은 해였어요. 사실 제가 연기가 좋아서 데뷔했지만 마냥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이 일을 평생 할 수 없고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목표가 생긴 한 해였죠.
올해는 신예은에게 어떤 한 해가 될까요?
개인적으로 올해는 좀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배우가 되었으면 해요. 더 어릴 때는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과 꿈이 컸어요. 그래서 ‘나중에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갖고 싶은 거 다 가져야지!’라고 다짐하며 살아왔는데, 막상 어른이 되어보니 내가 갖고 싶어 하고 얻고 싶어 한 것들이 주는 건 잠깐의 행복이고, 손에 넣어봤자 곧 사라지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허무했죠. 이제는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니, 내가 어릴 때 하던 고민과 다짐처럼 무언가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다면 도움을 주는 것이 더 가치 있고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해요. 조용히 도움을 주고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느덧 스물일곱이 된 신예은은 또 어떨지가 궁금해요. 배우로서가 아니라 자연인 신예은은 어떤 사람이기를 바라나요?
최근에 어른이 된다는 게 무엇일지 생각해봤어요. 20대 초반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진 점이라면, 조금 더 조심성이 생기고 생각이 많아졌다는 거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과감성이 사라지고 망설이는 순간이 많아져서 가끔 어린 시절의 패기가 그립기도 하지만, 조금 더 진중하고 섬세한 사람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2023년의 목표는 ‘실패와 성공에 흔들리지 말자!’였다면, 2024년의 목표는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되는 것’이에요.
글. 김윤지 | 사진. 신중혁 | 헤어. 차세인 | 메이크업. 송진주 | 스타일리스트. 박선희·박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