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음식을 위한 핑계는 많았지만, 집밥을 위한 동기는 약했다. 잘 차려진 집밥은 분명 매력적이었지만 배달 음식을 잔뜩 시켜 먹는 재미도 컸다. 그러다 단순히 배달 음식에서 느낄 수 없는 맛을 집에서 구현하고 싶다는 생각에 요즘 직접 밥을 만들고 있다.
그냥 먹고 싶은 메뉴에 맞게 재료를 사서 요리를 하면 끝이 아니다. 메인 요리와 어울리는 반찬이 뭔지 생각해야 하고, 찬장과 냉장고에 있는 재료와의 합도 고려해야 한다. 재료가 남을 것 같으면 어떻게 요리할지 또 고민해야 하고, 밥이나 면 중에 하나를 식사의 베이스로 골라 그에 적합한 식단을 짜야 한다. 저녁 약속이 있는 날을 제외했을 때의 재료의 신선도를 감안하고…. 내가 이래서 집밥을 포기했었구나, 깨닫게 된다.
그래도 한번 집밥을 만들고 나니 마트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처음엔 토마토 카레를 만들었다가 세일 코너에서 양송이버섯을 발견해 카레에 넣어봤는데 꽤 맛있었다. 순두부에 김자반을 뿌리면 훌륭한 사이드 메뉴가 된다. 집밥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다면, 자신이 밥과 면 중 무엇을 선호하는지, 잘 먹는 것, 또 피하게 되는 음식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동네 마트를 돌아보길 추천한다.
글 | 사진. 황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