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극상 야구 소년> 스틸 ©왓챠
야구팬들이 이맘때가 되면 습관처럼 달고 사는 말이 있다. “야구 좀 해라!” 시즌 중인 다른 스포츠 경기를 기웃대보기도 하지만 무엇도 이 공허함을 채워주지는 못한다. 그러던 중 만난 <하극상 야구 소년>은 그야말로 반가운 존재. 비시즌에 야구 경기를 볼 수 있다니. 마침 좋아하는 배우도 나오겠다 비시즌에 지쳐 있던 나는 완결이 나면 보려고 미뤄두었던 <하극상 야구 소년> 정주행을 시작했다.
한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유령 부원들이라 폐부 직전 위기에 놓인 에츠잔 고등학교(이하 에츠잔고) 야구부에 명문 야구부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던 이누즈카 쇼우(나카자와 모토키)가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최약체 꼴지 팀의 반란. 10년 연속 현 대회 첫 경기에서 패했던 하쿠산 고등학교가 2018년 여름 고시엔(일본 전국고교야구 선수권 대회)에 첫 출전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설정에서부터 청춘 스포츠물의 클리셰가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부분은 사이드암 투수인 네무로 치히로(효도 카츠미)가 구속은 느리지만 안정적인 제구력으로 좋은 피칭을 선보이며 에츠잔고가 끌려가기만 하던 경기의 흐름을 바꿨던 2화. 베이스를 밟아야 득점이 인정되는 기본적인 룰조차 모르던 야구 초보 소년들이 연습 경기를 거듭하며 점점 야구에 진심이 되어가는데, 실제 배우들의 대부분이 초중고 한 번씩은 야구부를 거쳐왔다는 비하인드를 알고 보면 감동은 배가 된다. 비록 결말은 정해져 있지만, 자신들도 강한 팀이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차근차근 고시엔이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청춘들의 순수한 열정은 진심으로 응원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야구가 왜 좋은지 한마디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경기는 끝났지만 다음을 목표로 하는 한 반드시 다음이 있고 우리는 언제나 그런 청춘들을 뜨거운 마음으로 응원할 것.”이라는 리뷰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 에츠잔고가 준 감동의 여운이 가시고 나니 어김없이 “그래서 대체 야구는 언제 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또 비시즌을 견딜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지만 말이다.
왓챠에서 시청 가능
글. 김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