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달> 하타노 도모미 글, 문학동네 펴냄
ⓒ <지지 않는 달> 책 표지
젊은 세대와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 하타노 도모미의 신작이다. 연인에서 하루아침에 스토킹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어버린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피해자의 공포와 가해자의 심리를 치밀하게 그려냈다. 총 10장으로 구성한 이 소설은 홀수 장을 피해자인 여자 주인공의 시점으로, 짝수 장을 가해자인 남자 주인공의 시점으로 그린다. 동일한 사건을 정반대의 시각으로 거듭 교차해 보여줌으로써 더욱 공포스럽고 섬뜩하게 가해자와 피해자의 인식 차이를 드러낸다.
“내 남자 친구에서 이제 섬뜩한 스토커가 된 그는 마치 ‘지지 않는 달’처럼 늘 내 주변을 맴돌고 있다. (…) 아무리 어둠으로 도망쳐도 돌아보면 달은 늘 그곳에 있다.” 책 속 이 문장처럼 작품은 곳곳에서 선득함을 안긴다. 주인공들의 심리를 치밀한 서사로 풀어낸 이 작품은 스토킹으로 인한 폭력과 살인 소식이 끊이지 않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큰 범죄소설이다.
<전세사기 방치국가> 권지웅 지음, 다돌책방 펴냄
ⓒ <전세사기 방치국가> 책 표지
한국에서는 빌라왕과 전세 사기로 수천 명의 세입자가 피해를 봤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해자도 있다. 그런데 이 참사의 전조는 몇 년 전부터 있었고 이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런 목소리를 내는 이들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대학생 시절, 지나치게 비싼 월세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며 기숙사 증축 운동을 벌이다가 대학생을 상대로 임대업을 하는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후 기금을 모아 협동조합을 설립한 후 대출을 받고 빌라를 빌려 청년들을 입주시키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이제 30대 중반이 되어 부모가 된 그는 세입자로 살고 있기에 전세 사기 문제는 그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전세 사기 문제에 피해자들과 함께 분노하고, 주거권 운동가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한다. 이제 집을 ‘사서 쓰는’ 사람들보다는 ‘빌려 쓰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은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늘며 수도권이 팽창해 모두가 집을 사는 것을 목표로 삼던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주장한다. 세입자로 살아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글. 안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