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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6 커버스토리

포인핸드 이환희 대표

2024.02.22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유명 캠페인 문구처럼 반려동물을 사지 않고 입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유기 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는 전국 보호소에서 구조한 유기·유실 동물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입양이 활성화되도록 돕는다. 2013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안락사되는 지자체 보호소의 유기 동물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포인핸드는 앱을 시작으로 지난 10년간 다양한 영역에서 입양 문화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현재까지 10만 마리 이상의 유기 동물이 포인핸드를 통해 새로운 가족의 품으로 입양되어 새 삶을 살아가고 있다. 구조된 유기 동물들을 살리고 싶은 마음으로 수의사를 그만두고 유기 동물과 사람을 이어주는 따뜻한 연결 고리를 만드는 일에 전념한 이환희 대표. 그를 움직이는 건 유기 동물들이 평생 함께할 가족을 찾길 바라는 단순한 진심이다.


이환희 대표와 도비

포인핸드 앱에 접속하면 ‘실시간 유기 동물 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
포인핸드 앱 내에서는 여러 조건으로 검색할 수 있다

포인핸드를 만들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2013년에 공중방역수의사로 복무하면서 경기도 가평군의 유기 동물 보호소를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됐어요. 수의학을 전공하면서 유기 동물 문제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유기 동물들이 많이 구조되는 데 비해 입양되지 못하더라고요. 대부분의 친구들이 일정 기간 보호되다 안락사로 이어지는 상황을 계속 겪다 보니 어떻게 하면 유기 동물을 세상에 조금이라도 알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제가 대학생 때 앱 개발을 공부했거든요. 사람들이 보다 쉽게 유기 동물 입양 공고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앱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해서 앱을 개발한 것이 포인핸드의 시작이었죠.

포인핸드 초창기에는 낮에는 수의사로 일하고, 퇴근 후에는 앱을 개발하며 두 가지 일을 병행했다고 들었어요. 수의사라는 안정적인 길을 포기하고 포인핸드에 전념하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요?
수의사로 일하면서 포인핸드 앱 개발을 병행하는 생활을 1년 정도 하니까 거의 일상이 되더라고요. 주말에도 쉬지 않고 뭐가 더 필요할지 고민하면서 앱을 개발하는 일과가 당연하게 여겨졌죠. 그 생활을 4년 정도 하니까 앱 사용자가 10만 명 가까이 되고, 포인핸드를 통해 입양되는 친구들도 점점 늘어나더라고요. 물론 그 변화가 더없이 행복했지만, 병행하기는 어려운 수준이 된 거죠. 결국 두 가지 중 하나를 포기해야 했는데, 사실 저는 그 선택이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제가 그때 신혼이어서 수익 면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이에요.(웃음) 당시에는 수의사 일을 그만두고 포인핸드 일에 집중해서 유기 동물의 상황을 제대로 알릴 방법을 찾아보자는 생각뿐이었어요.

포인핸드 앱에 접속하면 실시간 유기 동물 통계가 가장 먼저 눈에 띄어요. 지난 10년간 유기 동물에 대한 인식은 많이 개선됐고 도움의 손길도 늘었지만, 입양률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유기 동물도 갈수록 증가하는 상황이에요.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현재는 시작 단계, 즉 입양 단계의 문제가 가장 커요. 여전히 별다른 자격 검증 없이 누구나 돈만 있으면 펫 숍에서 동물을 데려올 수 있잖아요. 이 과정이 너무 쉽게 이루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고, 어쨌든 동물을 키우기로 했다면 동물 등록을 해야 하는데, 그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요. 동물 등록은 내장형 칩이나 외장형 인식표로 가능한데, 펫숍에서는 대부분 동물을 분양할 때 외장형 인식표를 사용하죠. 인식표는 빼버리면 그만이니까 유기를 예방하는 효과도 없고, 잃어버렸을 때 찾을 가능성도 떨어져요. 분양받고 또 동물 등록을 하는 단계에 구멍이 있는 상태로 방치되니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반복되는 거죠.

지난해 포인핸드 앱에 새로 업데이트된 이달의 추천 입양 동물탭에서는 입양 문의가 없는 믹스종 동물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죠. 해당 탭에서 믹스견에 대한 포인핸드의 고민이 엿보여요.
유기 동물이라는 용어 자체가 누군가에게 버림받은 동물이라는 뜻이잖아요. 포인핸드 초창기에는 말 그대로 누군가에게 버려진 동물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그런 경우는 점점 줄어들고 길에서 오랜 기간 방치되거나 길에서 번식해 새끼들하고 같이 구조되는 경우가 더 많아요. 지금 보호소에 있는 친구들의 70~80%가 품종이 없는 믹스견이에요. 품종 없는 동물은 점점 많아지는데, 사람들이 품종 있는 동물을 선호하고, 그렇지 않은 동물은 입양하려 하지 않는 것이 문제예요. 이제는 단순히 유기 동물을 입양하라고 홍보할 것이 아니라 품종 없는 친구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하는 거죠. 믹스 동물 입양을 위해 포인핸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저희와 협약을 맺은 지자체와 논의해 품종이 없다는 이유로 묻히는 친구들을 이달의 추천 입양 동물 탭에 노출하기로 했어요.

이달의 추천 입양 동물 탭 업데이트 이후 유의미한 변화가 있나요?
입양 문의가 4~5배 늘었고, 2년 동안 입양되지 않던 친구가 입양되기도 했어요. 입양 공고를 보면 구조 당시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과 몸무게, 나이, 성별같이 기본적인 정보만 기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사실 그 정보만 가지고 입양을 결정하기는 어려워요. 유기 동물들이 좋은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여러 장의 사진과 건강검진 정보부터 이 친구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까지 충분히 제공해 입양이 좀 더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고 있어요.

포인핸드는 여전히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요. 지난해 4월에는 유기 동물 입양 문화를 보다 사람들 가까이에서 알리기 위해 포인핸드 입양문화센터를 열었죠?
유기 동물 보호소는 대부분 구석에 위치해 있거든요. 도시 변두리나 시골 같은 곳이요. 유기 동물 보호소 같은 시설이 여전히 사람들한테 혐오 시설로 인식되니까 그런 거죠. 사지 말고 입양하라고 아무리 호소해도 보호소에 쉽게 가볼 수 없고 동물들을 직접 만나볼 수 없다면 어떻게 유기 동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어떻게 입양을 결심할까요? 보다 가까이에서 입양 문화를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시작점으로 어디가 적합할지 고민하다가 많은 이들이 오가는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근처에 센터를 열게 됐어요. 유기 동물 입양에 관한 정보와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고, 보호소에 머무는 친구들과 교감할 수 있도록 한 공간이에요.

카페 형태의 공간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유기 동물과 직접 교감할 수 있는 것이 입양문화센터의 가장 큰 특징이에요.
10년 동안 보호소도 관리해보고 포인핸드도 운영하면서 가장 큰 문제라고 느낀 점이, 지자체 보호소가 대부분 시설에 비해 너무 많은 수의 동물을 보호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그곳의 동물들이 사실상 단순히 보호 이상의 관리를 받지 못하는데, 동물이 사람들과의 교류 없이 계속 방치되면 결국 사람들을 만나도 눈을 못 마주치고, 산책은 꿈도 꿀 수 없게 돼요. 사실 입양하러 왔다가 그런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그냥 돌아가는 사람도 꽤 많아요. 결국 보호소에서 입양을 위한 준비를 해줘야 하는데, 한 보호소에 구조되는 동물의 수가 워낙 많다 보니 그러기 어려운 거죠. 그래서 현재 포인핸드와 협력하고 있는 지자체 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친구들을 주기적으로 센터로 데려와 ‘교감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과 자연스레 교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사실 저희가 처음에 목표한 건 유기견 친구들이 센터에 머물면서 사람에 대한 좋은 경험을 하고 사회화되는 거였는데, 감사하게도 프로그램 중에 모두 입양됐어요. 유기 동물에 대한 막연한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실제로 만나보면 이 친구들도 충분히 사랑스럽고 얼마든지 좋은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거든요.

현재 센터에서 보호 중인 태리, 도비와 커버 촬영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두 친구 자랑을 해주신다면요?
여기로 오는 친구들은 충분히 사랑스러운데 품종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외면당한 경우예요. 지금 보호 중인 태리(태리는 촬영 이후 입양이 확정되었다.)와 도비는 모두 남양주시 보호센터에서 왔어요. 태리는 2개월 전에 이곳에 왔고 세 살로 추정돼요. 제가 직접 데려왔는데 겁이 워낙 많아서 처음에는 산책 한번 하는 것도 힘들었죠. 지금은 마음이 많이 열린 상태예요. 아직 경계심이 좀 있지만, 사람을 정말정말 좋아하는 친구라 만약 입양된다면 보호자에게만 온전히 사랑을 쏟을 친구예요. 도비는 이제 6개월 정도밖에 안 된 친구인데 얼마 전 이곳으로 왔어요. 예전에는 ‘똥개’라고 부르기도 했던 믹스견인데,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친구예요. 한배에서 태어난 형제들과 함께 구조됐는데, 입양 문의가 전혀 없다 보니 형제들이 모두 안락사 대상에 올랐어요. 도비만 누군가 입양 신청을 해 형제들 중 유일하게 안락사를 피했죠. 이후 입양을 신청한 분이 연락이 두절되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감사한 일이죠. 실제로 만나보니 너무 귀엽고 앙증맞은 친구라 금방 좋은 가족을 찾을 것 같았어요. 까만 주둥이와 짧은 다리가 매력이에요.(웃음)

유기 동물 입양을 고려 중인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포인핸드에 접속하면 보호소의 동물들을 여러 가지 조건으로 검색해볼 수 있으니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충분히 살펴보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입양 절차 자체는 까다롭지 않거든요. 다만 어렵다고 느끼시는 분은 아직 입양할 준비가 안 된 거죠. 마땅히 거쳐야 할 절차고, 이건 동물을 위한 과정이기도 하지만 입양할 사람을 위한 일이기도 하거든요. 입양하는 사람은 그만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 과정을 통해 충분히 인지하고, 지금 내가 이 친구와 평생을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본인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에요. 당연한 얘기지만 외롭다는 이유로, 당장 귀여운 것만 보고 데려오면 동물도 입양한 사람도 절대 행복할 수 없어요. 입양을 위한 모든 과정이 반려동물과 내가 평생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밑그림이라고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입양을 준비해주시기를 바라요.


글. 김윤지 | 사진. 김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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