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와 사주는 일상에서 어떤 형태로 변화하고,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을까?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어진 MBTI, 과거보다 친숙해진 사주의 매력과 재미에 대해 물었다.
글. 황소연
사주는 핫한 팝업스토어
장미영 / 유튜브 콘텐츠 제작 / 32세
셀프 캐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MBTI가 유행하기 전부터 MBTI를 알고 있을 정도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정의 내리는 걸 좋아했다. 나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자기 자신과 제일 안 친하지 않나. 내가 나를 제일 모르고. 그런데 MBTI는 마치 나를 오래 알고 있던 친구처럼 내 성격은 어떻고, 성향은 이렇다고 규정해주니까 마음이 좀 편해지더라. 나는 자책을 많이 하는 편인데, 항상 나에게서 잘못을 찾았다면 MBTI를 알고 나서부터는 이유도 모른 채 자책하던 것에서 벗어나 좀 더 객관적으로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사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MBTI와 비슷하다. 연말, 연초마다 토정비결 사이트에서 무료로 사주를 봐주지 않나. 그러면 총운 전에 항상 내 성향에 대한 짧은 설명이 나온다. 그게 너무 잘 맞아서 소름이 돋았다. 나는 사주에 화가 많아서 방송이나 유튜브같이 전파력이 큰 일을 하면 좋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 일을 하고 있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나를 더 잘 알기 위해서 MBTI나 사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MBTI보다 사주에 더 ‘미치게’ 된 계기는, MBTI는 성격 유형이 16가지라 겹치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희귀성이 좀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주는 나만의 고유한 바코드값이니까 MBTI보다 더 은밀하고 개인적으로 나를 해석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역학이라고 불리니까 좀 더 전문적인 느낌도 났다.(웃음) 물론 생년월일시가 같아서 사주가 같을 수도 있지만 흔치 않으니 말이다. TMI인데, 손흥민 선수와 생년월일이 똑같아서 사주 중에 삼주가 같다.
MBTI와 사주를 통한 캐해의 재미는 뭘까?
객관적으로 나를 더 잘 알게 되는 것에 있다고 본다. 시대적으로 보면 지금은 개인이 주인공이 되는 세상이지 않나. 독특하고 개성 뚜렷한 사람 보면 “유튜버 해라” 말할 정도로 개개인이 콘텐츠가 되는 세상인데, MBTI와 사주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대면으로 사주를 보러 가든 온라인으로 사주를 보든, 온통 내 얘기다. 그런 면이 요즘 시대상과 잘 맞아서 많은 사람들이 사주를 좋아하게 된 게 아닐까 싶다.
또 요즘은 아이돌 멤버들의 캐해를 위해 사주를 많이 보더라. 이것도 나를 잘 알고 싶어서 보는 심리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으니까. 미디어에 비친 모습만으로는 이 사람의 진짜 성격이나 성향을 파악하기 어려우니, 확실한 근거가 있는 사주를 통해 이면에 감춰진 모습을 파악하고 그 사람에 대해 더 알게 됐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사주가 매력 있으면 새로운 입덕 포인트가 되기도 하고. 그리고 캐해의 끝은 궁합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이돌 팬들은 멤버들의 관계성이나 서사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잘 맞는 부분도 있다. 내가 블로그에 쓴 글 중에서도 라이즈 멤버들의 사주와 관계성에 대해 풀어낸 글이 있는데, 그 글을 팬들이 많이 좋아해주셨다. 풀이하는 입장에서는 캐해를 잘한 것 같아서 뿌듯했다. 아이돌 팬들의 사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수록 확실히 사주에 대한 관심 연령층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것도 실감하는 바다. MBTI가 대중화된 상품이라면 사주는 떠오르는 핫한 팝업스토어가 아닐까 싶다. 레트로가 대세인 시대라더니 고전 역학인 사주까지 핫해진 걸까?
사주를 통해 내 삶과 일상을 전과 다르게 보게 된 점이 있다면?
사주를 잘 모르고 사주를 보러 다녔을 땐 ‘그래서 미래에 어떻게 되는데’가 제일 궁금했던 것 같다. 그때는 나도 사주를 미신의 한 영역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하지만 사주를 접하고 나니 사주는 운명을 예언하는 용도가 아니라 한 사람을 잘 이해하기 위해 보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사주에 화만큼 많은 게 금이라서 나와 다른 타인을 잘 못 받아들이는 면이 있다. 금이 많으면 다 쳐내야 해서 융통성이 좀 부족하다. 그런데 인간은 입체적이고 다면적이지 않나. 모난 면이 있으면 좋은 점도 분명히 있다. 예전에는 이걸 이해하기 힘들었다. 모난 면이 그 사람의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사주를 알게 된 후부터는 나와 다른 타인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모난 면만 부각됐던 게 사그라들고 그 사람 자체로 이해가 된달까. 진정한 공감은 ‘네 말이 무조건 맞아’보다 ‘네가 그런 감정을 느꼈구나’ 식의 이해라는 말도 있지 않나. 사주가 나에겐 그런 관점을 선사했다.
셀프 캐해가 일상에 주고 있는 영향은?
삶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내 사주에 재성이 없어서 돈을 추구하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나온다. 그걸 알고 난 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사주가 최대 관심사다. 언젠가는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의 공통점이 ‘장발남’이라는 것을 알고 블로그에 올리려고 했는데, 사주를 공부하고 있었을 때라 그들의 일주가 궁금하더라. 그래서 다 정리하고 보니 공교롭게도 ‘경금일간’과 ‘기토일간’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우연의 일치였지만 신기하고 재밌어서, ‘장발남과 사주의 연관성’으로 글을 썼다. 어떤 분이 흥미롭다고, 앞으로 사주 글을 자주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때를 계기로 계속해서 사주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좋아하는 사주를 공부하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다 보니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행복하다. 사주대로 살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유연한 사람이 될 수 있는 도구
홍나겸 / 사무직 / 30대
MBTI와 사주를 통한 캐해의 재미는 뭘까?
누구나 한 번쯤 ‘난 왜 이러지?’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MBTI와 사주를 통해 알게 되는 내 모습이 완전히 정확하진 않더라도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 궁금함을 해소하도록 돕는, 마치 간지럽지만 손이 닿지 않아 긁지 못했던 부분을 긁어주는 재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사주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사람이 각양각색이지 않나. 사주는 나 자신을 이루는 성격 등 여러 요소에 대해 알게 해준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누구나 알 수 없는 아득한 미래의 방향을 대략적으로 제시해주는 점도 매력이다. 내가 느끼는 사주는 우리에게 ‘이렇게 해’라고 말하지 않고, ‘이렇게 하면 좀 더 너에게 맞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느낌이다.
사주를 통해 내 삶과 일상을 전과 다르게 보게 된 점이 있다면?
나의 경우 오히려 스스로를 받아들이기가 쉬워졌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B를 잘한다고 가정하면, 예전에는 좋아하는 걸 잘하는 A를 부러워하면서 ‘왜 나는 그런 A처럼 될 수 없지?’ 생각하면서 자책했던 것 같다. 지금은 ‘그건 A만의 강점이고 나는 그게 강점이 아닐 뿐’이라고 받아들이게 됐다. 틀림과 다름은 다른 말인 걸 머리로 알고는 있었지만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제 조금은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셀프 캐해가 일상에 주고 있는 영향은?
MBTI에서 통제형 혹은 계획형에 해당하는 J에 해당하는데, 계획이 틀어지거나 하려던 일이 생각한 대로 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세상 모든 일이 내 생각과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게 생각만큼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 성향을 알고 난 후에는 그런 상황에서 우선 한숨을 한번 쉬고 넘어갈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런 통제적인 성향이 결국은 나를 힘들게 만든다는 걸 느끼기도 했다. 예전 같으면 하지 않았을, 쉬는 날 갑자기 약속을 잡는다거나, 밖으로 나간다거나 하는 일들을 시도했다. 이런 작은 경험들 덕분인지 평소 일상에서도 통제에서 벗어난 일이 일어나도 예전보다는 좀 나를 덜 압박하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여전히 스트레스를 받지만 강도가 줄어들었다. 일상의 유연성을 찾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