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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8A 컬쳐

BOOK - 〈향신료 전쟁〉, 〈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

2024.10.23

글. 안덕희

〈향신료 전쟁〉

최광용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향신료를 통해 본 16세기 대항해 시대의 역사, 사회사, 문화사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보다 더 비싼 가치를 갖는 회사가 이미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바로 1602년에 설립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다.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전 세계 곳곳에 기지를 두고 수백만 명을 고용한 방대한 조직이었던 이 회사의 시가총액을 현재 화폐 가지로 따지면 무려 8조 3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중세 유럽에서 정향, 육두구, 후추, 시나몬 같은 향신료는 매우 진귀한 기호품이었다. 당시 후추 한 알이 진주 한 알의 가격보다 비쌀 정도였다. 향신료를 향한 인간의 탐욕은 수많은 모험과 신화를 낳았고 무역과 전쟁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향신료 교역로를 개척하기 위한 탐험가들의 항해는 최초의 세계 일주, 아메리카 대륙 발견, 북방 항로 개척 등으로 이어지며 세계화의 초석이 되었다. 이 책은 향신료를 둘러싼 문화, 경제, 사회, 정치, 전쟁, 모험의 역사를 내밀하게 다룬 역사 교양서다. 그 시대의 제국주의와 식민의 역사가 워낙 흥미진진하고 스펙터클한 면이 있어, 300여 쪽의 책이 술술 읽힌다.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이다.

〈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

권선희 지음, 창비 펴냄

〈구룡포로 간다〉, 〈꽃마차는 울며 간다〉에 이은 세 번째 ‘구룡포 연작’이라 해도 좋을 권선희 시인의 신작이다. 20여 년의 작품 활동 내내 바다가 삶의 터전인 사람들의 일상을 곡절하게 그려온 시인은 이번 작품들에서도 마치 바닷가 인생들의 속살을 꺼내 바닷물에 씻어 내보이듯 시편에 담아냈다. 그래서 시집 전체에는 갯비린내가 물큰하다.

“가난한 우리가 가난한 집을 나와/ 가난한 생을 산다// (…) 내일을 봉한 숲에서/ 고만고만한 꿈을 쥔 우리가 모여/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병들어 죽어간다 풋복숭아 같은 몸들.” 부대낌 없는 생은 없다. 시인은 예의와 존중, 환대의 마음으로 절박하게 살아가는 제가끔의 인생에 대해 귀 기울이고 응답한다. 그로써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데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연대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권선희 시인의 시편들은 독자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자맥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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