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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8A 에세이

MY BOOM - ‘좋느’ 사진을 삭제할 용기

2024.10.28

글 | 사진. 황소연

스마트폰 속 사진을 대량 삭제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일이 생긴 건 아니고, 원래도 삭제하고 물건 버리는 걸 사는 것만큼이나 좋아한다. 아이클라우드를 사용하긴 하지만 그래도 사진이 우후죽순 불어나는 게 좀 부담스러웠다.

사진 삭제는 퇴고와 비슷했다. 몇 번이고 본 앨범 속 사진을 반복해서 ‘정주행’하면서, 전에는 삭제하지 못했던 사진을 지울 결심을 하고, 실수로 지운 사진을 복구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20세기 중독자로서 헌책이며 옛날 영화 포스터와 잡지, 카세트테이프, LP 커버같이 온라인이나 디지털로 구현이나 발견이 어려운 사진은 그대로 두고, 희귀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사진, 충분히 ‘즐겼다’고 생각되는 짤도 삭제했다. 짤은 어차피 온라인 세상에서 다시 마주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게 짤의 본분 같았다. 취재 갔을 때 찍은 초등학교 교실의 비대면 수업 흔적이나 오래된 가요 영상에 달린 인상적인 유튜브 댓글은 그대로 남겨뒀다. 특히 팬데믹을 겪으며 찍은 코로나19의 흔적은 삭제하지 않았다. 처음 구매한 공적 공급 마스크나 코로나19로 판로가 막힌 화훼 단지가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를 전하는 문자, 마스크를 쓰고 입장해 달라는 가게들의 공지문 등은 나중에 누군가 팬데믹 사진 아카이빙을 한다고 하면 보내주기로 마음먹었다. 잘 나왔다고 생각한 셀카나 인생숏에 가까운 사진도 지워버렸다. 그렇게 순식간에, 는 아니고 몇 분 만에 수백 장에서 천여 장의 사진을 삭제했다.

삭제할 사진과 남길 사진을 분류하면서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의 용도는 뭘까 생각하게 됐다. 좋은 기억을 하나도 잊지 않으려는 게 욕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나름 잘 찍었다고 생각한(?) 몇 장을 이렇게 잡지에 남겨본다. 삭제한 만큼 또 늘어나는 걸 보니 사진은 주기적으로 삭제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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