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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8B 커버스토리

조권의 필요 <조권> (1)

2024.11.05

“조권의 팬은 어디 있나요? 좋은 조권에 모시겠습니다” 조권의 팬콘서트 홍보 문구는 발랄하면서도 직관적이다. 문구 자체가 조권답고, 조권 같다. 한동안 그를 소개하는 문구에는 늘 ‘깝권’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 발라드 그룹의 멤버였음에도 팀을 알리기 위해 온갖 예능에서 ‘아이돌답다’의 전형을 내던지고 거침없이 활약한 덕에 얻게 된 별칭이다. ‘예능돌’의 시조새와 같은 조권에게 이 명칭은 이제 좀 낡은 이름처럼도 느껴진다. 온갖 쇼츠에 ‘알고 보면 놀라운 가창력’이라며 도는 가수 조권의 노래 실력과, 뮤지컬에 도전한 후 한 차례의 연기력 논란 없이 자리 잡은 것은 아티스트 조권의 성실함을 방증한다. 그가 선택해온 뮤지컬의 역할들 역시 범상치 않다. 2013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로 뮤지컬계에 발을 들인 후 〈프리실라〉의 아담을 시작으로 ‘드래그 퀸’(여장 남자) 캐릭터를 연기한 것은 또 어떠한가. 조권은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유명세 앞에 편견과 오해, 각종 대명사와 묘사가 들러붙는 아이돌의 삶을 살아오며 성실함과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해왔다. 아찔한 킬힐, 진한 메이크업, 꽉 조인 코르셋. 12cm 하이힐을 신고 무대를 누비는 조권의 이름 앞에 이제는 무엇을 붙여야 할까. 아니, 아티스트 조권이 조권이기 위해서는 그 어떤 충분조건도 불필요해 보인다.


글. 김윤지 | 사진. 신중혁 | 헤어. 강리나 | 메이크업. 이선영 | 스타일리스트. 이하나

지난 9월 뮤지컬 〈이블데드〉가 막을 내렸어요. 이제 막 일상으로 돌아와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 같은데,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이블데드〉가 끝나자마자 베트남으로 휴가를 다녀왔어요. 몇 달 동안 작품 속 인물이 되어 살고 나면 비워내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여행을 통해 리프레시하는 시간을 가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참이에요. 아, 추석 지나고 있을 팬 콘서트도 열심히 준비 중이에요. 당장 어제도 밴드마스터님이랑 편곡 문제로 두 시간은 넘게 통화했네요.(웃음)

〈이블데드〉의 스캇 역을 맡은 건 이번이 두 번째죠? 2017년과 2024년의 스캇은 어떻게 달랐어요?

제가 작품에 쏟아붓는 에너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아무래도 그사이에 7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보니 체력 부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더라고요.(웃음) 분명 제 안의 에너지는 그대로거든요? 근데 왜인지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다르다고 느껴져서 2024년의 스캇에는 의식적으로라도 힘을 좀 더 실으려고 했어요. 혹시라도 지친 모습을 보여드리게 될까 봐요. 7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스캇을 보여드리는 게 제 궁극적인 목표였거든요.

관객들에게 지친 모습을 보이게 될까 걱정이라고 했는데,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쏟아내다 보면 분명 지치는 순간이 찾아올 것 같아요. 뮤지컬뿐 아니라 유튜브, 예능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조권에게서 ‘깝권’ 같은 모습을 기대하잖아요.

저는 ‘대중문화’ 예술인이잖아요. 대중들이 저한테 원하는 게 있다면 그걸 어느 정도는 충족시켜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본업 모드로 스위치 온이 됐을 때는 깝권이든지 2AM 조권이든지 대중들이 저한테 원하는 모습을 최대한 보여드리려고 노력해요. 그게 저의 몫이니까요. 당연히 저도 사람인지라 지치긴 하지만… 지친다는 표현이 저를 더 지치게 만들기 때문에 제 입으로 지친다고 말하고 싶진 않아요.(웃음) 아무래도 무대 위에서 내가 가진 에너지를 모두 쏟아붓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무대 위의 조권과 일상의 조권 사이에 갭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무대나 방송에서의 제 모습이 꾸며진 모습은 절대 아니고요. 저도 사람인지라 에너지를 비축할 시간이 필요한 것뿐이죠.

전작 〈렌트〉의 엔젤 역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았잖아요. 특히 지난 시즌은 21년간 엔젤 역으로 자리를 지킨 김호영이 함께하는 마지막 시즌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엔젤 역 배턴을 자신이 이어받게 되어 더욱 의미 깊었겠어요.

〈렌트〉는 제가 미래에서 기다렸던 작품이라고 말할 정도로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작품이에요. 꿈꿔왔던 미래가 현실이 되어서 꿈만 같았는데, 직접 엔젤을 만나보니 너무 사랑스러운 인물이더라고요.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이 저랑 비슷해서 더 마음이 갔어요. 호영이 형과 함께 엔젤을 연기할 수 있었던 것도, 형의 마지막 시즌을 함께한 것도 저한텐 너무 감사한 일이죠. 형이랑 저는 끼로 묶인 사이라 실제로도 워낙 친하지만, 뮤지컬 선배로서도 정말 든든한 존재거든요. 한마디로 울타리 같아요. 호영이 형에게 엔젤 역 배턴을 이어받았다고는 하지만, 제가 다음 시즌, 또 그다음 시즌에서도 엔젤을 연기해야 배턴 터치라는 말이 성립될 거잖아요. 다음 시즌, 그다음 시즌에도 꼭 함께해서 먼 훗날 형에게 이어받은 배턴을 제 손으로 다음 엔젤에게 넘겨주고 싶어요. 그럴 수 있도록 작품이 끝난 지금도 관절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고 있고요.(웃음)

이 글은 "COVER STORY - 조권의 필요 <조권> (2)"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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