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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7 빅이슈

빅판 프렌즈 - 길에서 사는 사람 죽는 사람│서울역희망지원센터 이형운 현장실장

2024.10.08

서울역희망지원센터 이형운 현장실장

다수의 홈리스들이 머무는 지역으로 서울역을 많이들 떠올린다. 그만큼 서울역 주변에는 홈리스를 지원하는 여러 단체들이 있다. 그중 서울역희망지원센터(이하 희망센터)는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홈리스 지원 시설이다. 거리 홈리스들의 자활이나 재활시설 입소를 돕고, 임시 주거지를 제공하거나 일자리 및 의료 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홈리스 가장 가까이에서 그들을 지원하고 있는 희망센터의 이형운 현장실장을 만나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 안덕희 | 사진. 김화경

홈리스를 돕는 단체들이 생각보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요. 서울역희망지원센터가 하는 일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희망센터는 홈리스들을 맞이하는 전진기지입니다. 처음 노숙하는 사람, 여러 장애나 질환을 갖고 있어서 자신을 드러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쉼터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저희 사회복지사들이 거리에 계신 분들과 상담해서, ‘이분에게 당장 무엇이 필요할까’, ‘이분은 지금 거리에 있으면 위험해, 죽을지도 몰라’ 혹은 ‘전문 진료 센터를 연계해야 해.’ 이런 판단을 빠르게 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합니다.

센터에서는 구체적으로 홈리스에 대한 어떤 지원이 이루어지나요?

저희가 노숙을 많이 하는 곳들을 파악해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려 노력을 기울이는데요. ‘용산역 텐트촌’, ‘한국은행 지하도’, ‘중앙우체국 지하도’, ‘서울역 환승센터’, ‘순화공원’, ‘희망지원센터 부근’, ‘서울중앙우체국 지하도’ 등 노숙이 이루어지는 곳들을 중점적으로 관리합니다. 이곳에서 특히 건강이 안 좋거나 위험 요소가 큰 홈리스의 명단을 파악해서 그들을 집중해서 살피고요. 저희 회의실의 화이트보드를 보시면 각 노숙지마다 아주 위험한 분들의 명단이 각각 적혀 있습니다. 이렇게 관심을 갖지 않으면 이분들은 금방 돌아가시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셔요.

굉장히 체계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군요.

노숙 초기인 분들, 아주 위험한 분들, 정신질환이 있는 분들, 뭐 이렇게 상황별로 구별을 해서 지원하고 관리해요. 예전에는 정신질환 전문 기관들에서 나와서 관리를 했었는데, 그분들이 실제로 ‘노숙’에 대해 잘 모르시니까 연계를 하거나 치료하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홈리스들의 습성을 모르고, 또 치료를 하려면 계속 만나야 하는데 그것도 어렵고. 그래서 저희에게 정신질환 홈리스들에 대한 관리 업무가 다시 돌아왔어요. 저희 센터에도 정신건강팀이 별도로 있습니다. 저희 정신건강 사회복지사들이 노숙이 많이 일어나는 곳에 나가서 홈리스들을 계속 만나고 아웃리치도 하고요.

위험한 상황에 놓였던 홈리스 중에 희망센터의 도움으로 상태가 좋아진 사람들이 많은가요?

한남대교 밑에서 노숙하시는 굉장히 거친 분이 계셨는데… 머리에 양파망을 쓰고 계셔서 저희가 ‘양파망 선생님’이라고 불렀는데요, 저희가 두 달 동안 그분을 계속 찾아갔어요. 가서 물 드리고 빵도 드리고… 계속했더니 지금은 관계가 굉장히 좋아졌어요. 그런 분들은 지금 바로 치료를 하자, 이렇게 접근하면 안 되고 지금보단 좀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보면 좋지 않겠냐, 또 그 단계에서 한 단계 더 넘어가고. 이런 관점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한남대교 밑에는 운동기구들이 있어서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폭력적이거나 정신질환이 심한 홈리스가 있다면 매우 위험하지요. 그래서 저희가 아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직접 거리에 나가 홈리스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조치를 하는 일이 중요하겠네요.

네, 주로 야간에 거리 상담을 나가는데요. 낮에는 그분들이 말씀도 잘 안 하시고 마음을 안 엽니다. 그런데 밤이 되면 저희가 다가가도 경계를 덜 하시고 속이야기도 꺼내놓고 그러세요. 그분들이 무슨 이유로 거기 나와 있는지, 지금 그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조치는 무엇인지…상담해서 필요한 조치를 하거나 국가가 지원하는 체계로 끌어들여서 기초수급이나 임시주거 이런 서비스들을 제공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상태로 안착하도록 돕습니다. 홈리스들이 추위에, 더위에 죽고 이러면 그 국가는, 어쨌든 복지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거죠.

지원 현장에서 일하시며 국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요?

현실적으로 홈리스에 대한 의료 서비스가 사각지대에 있어요. 국민건강보험법이 개정돼서 신분증 확인이 안 되면 보험 치료를 받을 수가 없어요. 신분 확인을 할 수 없는 경우 본인 부담 100프로로 치료를 받아야 해요. 그래서 지금 홈리스들의 치료비를 서울시에서 부담하고 있어요. 누군가가 길에 쓰러져 있어요. 119가 구조하러 갔어요. 그 사람이 지원센터에서 알고 있는 홈리스예요, 근데 주민등록번호를 몰라. 그러면 한국은 일단 치료를 해줘요. 그다음에 그 치료비를 누가 부담할 것이냐, 지금은 서울시가 부담한다는 거죠. 서울시도 굉장히 부담스러울 거예요. 지금 법이 개정되고 과도기에 있는 상황이죠. 의료 서비스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과 의료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울특별시립 다시서기 부속병원이 홈리스를 위한 병원이지요. 병원의 환자들은 홈리스들인가요?

네. 100프로 홈리스예요. 병원 진료가 필요한 홈리스들은 일단 그 병원에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진료를 본 후 다른 병원에서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연계하고요.

알코올의존증인 홈리스들이 많은데요. 술에 취한 홈리스를 상대해야 때도 많을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많으실 텐데요.

먼저 알아둬야 할 게 있는데요. 알코올 후 노숙이 있고, 노숙 후 알코올이 있어요. 알코올의존증이 생긴 후 홈리스가 된 경우가 사실 대하기가 더 힘들어요. 술을 그렇게 마시면 홈리스가 안 될 수가 없죠. 이런 경우에는 노숙에서 벗어나는 게 더 힘들어요. 그리고 이 사람들은 모든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자기들이 어떤 걸 요구할 수 있고, 무슨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어떤 사람들은 우리한테 그래요. 쳇바퀴 돌기 하고 있다고. 그래 봐야 몇 명이나 자활시키느냐고요. 그런데 안 하면 어떡할 거예요. 누군가는 해야지요. 길에 두면 당장 죽게 생겼는데, 그냥 놔둘 수는 없잖아요.

홈리스에 대한 지원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그런 시선을 더욱 느끼시지요?

가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홈리스를 지원하는 사회복지사에게 들어가는 인건비가 얼마다, 홈리스 지원 사업 예산이 얼마다.’ 저는 2000년대 이후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동료’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동료라면 누군가를 살리는 복지에 쓰는 돈을 아까워해선 안 되죠. 들어간 비용 대비 나온 결과를 따져서 효율이 떨어지는 지원은 없애버리고… 이런 단순하고 편협한 구도를 우리 사회에 적용할 수는 없어요.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니까요. 혼자 힘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 누군가는 농사를 짓고, 누군가는 타이어를 갈고, 또 누군가는 음식을 만들고… 사람은 더불어 살 수밖에 없어요.

홈리스가 구조적으로 노숙을 할 수밖에 없다면 그 상황을 줄여주는 게 중요해요. 패자부활전을 많이 만드는 게 저는 중요하다고 봐요. 지금 한국은 사업을 하다가 한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가 힘들잖아요. 이건 사회구조적인 문제예요. 우리 사회는 아직 홈리스를 너무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요. 한국 사회가 급격한 산업 변화를 겪었잖아요. 상당한 홈리스들이 봉제 공장, 구두 공장 이런 지금은 쇠퇴한 산업 분야에서 많이 종사했었어요. 그런 산업 구조의 변화에서 도태되다 결국 노숙에까지 이르는 거지요.

현장에서 만났던 홈리스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요?

몇 년 전에 제가 삼천포로 보낸 친구가 있어요. (삼천포요?) 네. 장례식 치러서 유골을 삼천포로 보내줬지요. 그 친구 고향이 삼천포였어요. 강상철(가명)이란 친구인데요, 정말 불행하게 태어나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려져 고모 밑에서 자랐는데, 열댓 살 됐을 때 전기 관련 회사에 다니다가 감전돼서 오른 손목이 잘렸어요. 그 어린 나이에 장애인이 되었는데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어요. 제가 처음 만났을 때 그 친구의 몸과 맘이 너무 쪼그라들어 있었어요. 몸도 너무 말라서 거의 죽기 직전이었는데, 그냥 두면 큰일나겠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고시원을 얻어줬어요. 근데 이 친구가 의지력과 자제력이 큰 친구였어요. 마음과 몸이 빠르게 좋아지면서, 고시원 총무까지 하며 잘 지내는 거예요. 고시원에 처음 들어온 다른 사람들도 보살펴주고 다독여주고 그러면서요.

유난히 그분에게 마음을 열고 그분과 유대를 쌓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 같은데요.

그 친구는 홈리스가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고 태어났어요. 부모에게 버림받고 열다섯 살짜리가 먹고살려고 일하다가 오른손을 잃는 장애가 생겼고… 그 친구가 홈리스가 된 게 그 사람 탓이 아니잖아요. 그 친구가 게을러서, 의지가 약해서 홈리스가 된 거예요? 노숙을 하게 된 게 그 친구 책임이에요? 아니잖아요. 노숙을 개인의 문제로 돌려버려선 안 되는 대표적인 친구였어요. 50대 중반 나이에 삼천포로 돌아가게 된 건데, 그 친구가 그랬어요. 그래도 절 만나서 재미있게 살았다고요. 그런 한마디가 제가 현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힘을 줘요.

그렇게 가까이 지내던 사람을 떠나보낼 때면 마음이 많이 힘드시겠어요.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회의감도 법합니다.

네, 굉장히 힘듭니다. ‘아, 내가 나를 갉아먹고 있구나.’ 이런 생각까지 들어요. 사실… 그런 상황에서 극복하는 방법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또 이겨낼 수 있는 건, 집에서 아내가 지켜주기도 하고 가까이 지내는 신부님들께서 많이 지지해주고 기도도 해주세요.

희망센터의 상담가들은 어떤 점을 가장 힘들어하나요?

우리가 이 홈리스를 좀 더 지원해서 어떻게든 변화시키고 싶은데 할 수 없는, 더 나아갈 수 없는 선들이 있어요. 내담자가 조금만 더 따라주면 같이 더 갈 수 있을 텐데, 그게 안 될 때 가장 힘들어하죠. 사람이 무너지는 건, 잠깐 사이에도 그렇게 되지만 다시 일어서려면 얼마나 오래 걸려요. 때론 다시 못 일어서고 계속 노숙을 하기도 하고요. 여기 상담가들은 오래 걸리고 힘든 그 과정을 함께해나가는 거니까 좌절할 때도, 힘들 때도 많지요. 아마 내담자들이 자기 뜻대로 따라와주지 않고 변화가 느리거나 없을 때, 그때가 가장 힘들 거예요.

일을 하시면서 이루고 싶은 있으세요?

후배들이 재미있게 일하면, 저는 그게 최고라고 생각합니다.(웃음) 저는 곧 한직으로 물러나서 후배들이 성장하는 걸 보며, 뒤에서 응원하고 지원해주고 싶습니다. 지금은 그것 외에는 뭘 더 바라는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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