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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7 에세이

MY BOOM - 통장 털이범

2024.09.11

글 | 사진. 김윤지

부쩍 통장 잔고에 여유가 없어진 요즘. 심각함을 느끼고 원인 찾기에 돌입했다가 어렵지 않게 범인을 발견했다. 배달 어플에서 발견한 통장 털이범의 주인공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 일명 ‘요아정’. 원하는 토핑을 취향껏 얹어 먹을 수 있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인데, 날씨가 더워서인지 연일 재료가 품절 대란을 겪을 정도로 인기다. ‘굳이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만 원, 2만 원씩이나 주고 먹어야 하나?’라는 생각에 내 돈 주고 사 먹어본 적은 없지만. 한 번쯤 먹어볼까 싶다가도 족히 몇 십 개는 되는 토핑 종류에 바로 생각을 접었더랬다.

그러다 얼마 전 야구장에서 신세계를 맛봤다. 기름진 야구장 음식으로 배도 채웠겠다 어떤 디저트를 먹으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친구가 대뜸 요아정을 배달시켜 먹지 않겠냐는 거다. 굳이? 싶었지만 내가 앉아 있는 좌석까지 무려 무료로 배달해준다는 말에 고민 없이 배달 어플을 켰다. 토핑 선택은 당연히 친구의 몫. 모든 걸 친구의 손에 맡기고 나니 장바구니에 3만 원어치 아이스크림이 담겼다. 아이스크림이 3만 원이라니! 가격을 보자마자 다시는 먹지 않겠다 다짐했건만, 그날 이후 요아정에 중독되고야 말았다. 분명 전에 먹었을 땐 이런 맛이 아니었는데, 그때 토핑 조합이 내 취향이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 요아정 주문 꿀팁을 하나 주자면, 생각 없이 담다 보면 2만 원이 넘어가는 건 예삿일이니 늘 정신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토핑이 과하면 오히려 요거트의 맛을 해친다는 것도 잊지 말자. 이것저것 고려한 끝에 내가 정착한 두 가지 조합. ‘자몽 2배+그래놀라+벌집 꿀’(친구의 추천 조합이다), ‘초코쉘+치즈큐브+딸기’. 정말 이대로 가다간 요아정의 모든 토핑을 다 먹어볼 기센데, 제발 멈춰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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