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없고 콘텐츠는 너무 많다! 매번 어떤 콘텐츠를 볼까 고민만 하다 시작조차 못 하는 이들을 위해 일단 시작하면 손에서 놓지 못하는 웹소설을 소개한다. 키워드가 취향에 맞는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5화’만 읽어보자.
글. 김윤지
10년간 그리워했던 약혼녀가 다른 남자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심지어 그 상대가 나의 아버지를 죽이고 공작위를 찬탈한 숙부라면? 여기서 어떤 반응을 보여야 맞는 걸까. 화를 내야 할까 아니면 차분하게 자초지종을 물어야 할까.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에델레드 공자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설상가상 그녀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보고 충격에 휩싸여 쓰러지기까지 한다. 과연 그에겐 어떤 사정이 있는 걸까.
10년 전, 초상화로 처음 마주한 약혼녀의 모습은 여덟 살의 코흘리개 에델레드가 사랑에 빠지기 충분했다. 그녀의 정체는 레지오 플로리다 대공가의 여식 발렌티나.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약혼녀의 초상화를 닳도록 꺼내 보며 살면서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을 느끼는 에델레드는 얼음 공주로 소문나 있는 그녀를 웃게 해줄 이야기들을 외우며 밤을 지새운다. 하지만 둘의 혼담이 깨지면서 그 행복도 얼마 가지 못한다. 에델레드 공자는 네불로사 공작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고약한 소문이 플로리다 대공가의 귀에 들어간 것. 플로리다의 대공비는 혼담을 파하겠다고 비밀리에 통보해 왔고, 네불로사 공작은 불명예스러운 내용을 담은 편지에 분노하며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탑 꼭대기에 가둬버린다. 그 소식을 입에 담는 자는 혀를 자르겠다는 명령을 내리며. 파혼 소식을 알 리 없는 어린 에델레드는 갇힌 영문조차 모른 채 이곳을 탈출할 날만 기다리며 발렌티나에 대한 마음을 키워간다.
탑에서의 생활은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정도였지만, 발렌티나와의 첫 번째 결혼 조건이 공작 가문의 혈통이니 살아남아야 했다. 이곳에서 탈출해 그녀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버텼고 아버지를 죽인 걸로 모자라 자신을 영원히 이곳에 가둬두려는 숙부 에드거를 피해 플로리다에 도착한 참이었다. 오는 길에 도적 떼를 만나 꼴이 말이 아니지만, 자비롭고 지혜로운 대공으로 소문난 그녀는 행색만으로 자신을 평가하지 않으리라 믿었다. 그렇기에 자신을 귀족이나 사칭하는 사람으로 보는 발렌티나의 반응이 충격적이었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그녀와 자신은 이미 6년 전에 파혼한 사이라는 것. 심지어 그녀는 다른 이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10년간 짝사랑하던 여자에게 비렁뱅이 취급을 받는 에델레드를 보고 있으면 안쓰러운 마음이 절로 들지만,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발렌티나와 약혼했던 건 여덟 살의 에델레드. 심지어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채로 혼담이 깨졌으니 그녀의 기억 속 에델레드는 코흘리개 귀공자에 멈춰 있을 터.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여덟 살짜리 코흘리개가 난데없이 비렁뱅이가 되어 나타나 우리가 언제 파혼했느냐고 우기는 꼴이다. 자신의 어머니가 파혼 사유를 적은 편지를 네불로사로 보낸 게 벌써 6년 전이건만, 지금에서야 나타나 난동을 피우는 이유는 뭐란 말인가. 후견인의 편지가 신분을 입증해주며 사태는 일단락되지만, 편지의 내용을 확인한 발렌티나는 더 혼란스럽기만 하다. 에델레드의 후견인이자 숙부, 그리고 자신과 미래를 약속한 남자이기도 한 에드거가 쓴 편지에는 자신의 조카를 죽여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기 때문. 과연 그녀는 에드거의 부탁을 받아들일까. 평생 한 남자만 사랑할 수 있는 유전병을 앓고 있는 발렌티나가 이미 에드거에게 사랑을 위한 맹세를 바쳤다는 점이 도입부부터 밝혀지며 앞으로 펼쳐질 로맨스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역클리셰’적인 요소 또한 이 작품의 매력. 초반부, 귀족을 사칭했다는 누명을 쓴 채 두들겨 맞고 있는 에델레드를 말 한마디로 구해내는 여황제 발렌티나의 모습은 역클리셰물의 서막을 알린다. 장미처럼 아름다운 미모에 상처를 지닌 연하남과 북부대공을 떠올리게 만드는 무심한 연상녀 조합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나를 선택해 주세요. 제가 당신을 대륙의 황제로 만들어 드리죠.” 로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사지만, 이 말을 내뱉는 사람이 여주가 아닌 남주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장 그녀의 손에 죽을지도 모를 에델레드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10년간 짝사랑해온 여자의 초상화를 자신의 손으로 불태우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당최 속을 알 수 없는 에델레드의 활약을 기대해보시라.
장르: 로맨스판타지
회차: 126화(미완결, 24년 8월 23일 기준)
플랫폼: 리디북스
키워드: #서양풍 #왕족/귀족 #첫사랑 #연하남 #순정남 #계략남 #무심녀 #능력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