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황소연 | 사진. SBS 홈페이지
올림픽으로 인한 결방이 3주간 이어졌음에도 ‘엔딩 맛집’, ‘도파민 맛집’이라는 평가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 가운데 주인공 한유리(남지현)와 전은호(표지훈)의 러브라인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시청자들의 도파민을 샘솟게 했다. 드라마 방영 초반 〈굿파트너〉는 ‘휴먼 법정 오피스 드라마’를 지향하며 유리와 차은경(장나라)의 대립과 협력을 입체적으로 그릴 것이라 기대를 모았다. 물론 드라마는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지만, 매 회차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유리와 은호의 러브라인은 많은 시청자로부터 ‘뜬금없다’, ‘당혹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드라마가 방영된 날 밤엔 이러한 평가를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결혼 생활과 이혼을 다루는 드라마에서 이 로맨스가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은경은 이혼 문제를 속 시원하게 해결해준다는 브랜딩과 걸맞은 경력으로 명성을 얻었고, 배우자의 외도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한결같이 이성적으로 행동하라고 조언한다. 드라마는 대형 로펌을 이끌어가는 여성 변호사로서 은경의 커리어를 조명하는데,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는 변함없이 자로 잰 듯 만사에 임한다. 그런 은경이 아내와 엄마로서의 역할 앞에서는 갈팡질팡 망설인다. 그것은 여성이라는 사회적 정체성, 변호사로서의 동료애로 유리와 연결된다. 이렇게 파워풀한 중심 서사와 유리와 은호의 로맨스는 다소 동떨어져 보일 수 있다. 물론 극 중엔 시청자의 눈높이와 유리된 인물들의 대화가 존재한다. 남녀가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면서 아무 일도 없는 건 불가능하다는 대사나, 사사건건 여자를 ‘엄마’에 가두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은경과 유리가 타파하고도 남는 구태의연함이다. 시청자들은 유리와 은호의 러브라인, 특히 섹스를 암시한 장면이 드라마의 중심 서사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묻는 듯하다.
은경은 “변호사 한유리와 인간 한유리를 분리하라.”고 말한다. 사건 앞에서 개인적인 감상 때문에 힘들어하는 유리에게 자연인으로서의 자신을 일에서 떼놓으라는 조언이다. 결혼, 이혼을 다루는 드라마가 로맨스와 사랑에 대한 고찰과 외따로 떨어질 수 있을까? 주인공을 사랑에 빠지게 하고 싶다면, 그 형식은 어때야 할까? 앞으로도 여성이 원·투톱인 드라마 속에서 전통적인 방식의 로맨스가 어떤 식으로 벼려지냐에 따라 시청자의 호응도 달라질 듯하다.
재미있는 건, 징글징글한 이혼 소송과 사례를 겪으며 ‘결혼이 뭘까’를 고민하던 유리가, 나아가 ‘사랑이 뭘까’를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가 애정 혹은 사랑과 동떨어진 인물이 아니란 점이, 도리어 〈굿파트너〉에서 서브 스토리로 여겨지는 러브라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SBS 금, 토요일 밤 10시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