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윤지 | 사진. 신중혁 | 헤어. 강리나 | 메이크업. 이선영 | 스타일리스트. 이하나
이전에는 드래그가 마니아층만 즐기는 소수의 문화로 여겨져왔다면, 최근 들어 드래그가 급격히 대중화되는 분위기예요. 드래그에 대한 시선이 변한 게 느껴지나요?
그럼요. 저는 이런 변화가 너무 반가워요. 우리나라에도 멋진 드래그 아티스트들이 정말 많거든요. 그들이 다방면으로 열심히 활동해온 결과라고 봐요. 〈킹키부츠〉같이 드래그 아티스트를 소재로 한 뮤지컬이 인기고, 여러 유튜브 콘텐츠나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뮤직비디오에 드래그 아티스트들이 등장하기도 하죠. 이런 변화들을 통해 드래그에 대한 장벽이 낮아지고 있는 걸 느껴요. 드래그 퀸을 단순히 진한 화장을 한 여장 남자라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드래그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걸 나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하나의 예술 장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예전에는 중성적인 이미지가 두렵기도 했는데, 지금은 ‘젠더리스’가 자신의 무기가 되었다고 언급한 인터뷰를 봤어요. 이 말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 같은데.
중성적인 이미지가 두려워서 괜히 그런 제 모습을 부정할 때도 있었죠. 하지만 저는 태생이 이런 사람인걸요. 이런 제 자신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나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제가 처음에 하이힐을 신었을 때만 해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왜 남자가 하이힐을 신어? 라면서요. 그런데 사실 그걸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더 이상한 거잖아요. 내가 좋아서 신는다는데, 저한테는 하이힐이 저를 표현하는 수단일 뿐인 건데. 저에겐 하이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화장이, 누군가에게는 치마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일 수도 있는 거죠. 제 일상을 소개하는 예능에서 하이힐을 신고 산책하는 모습을 보여드린 이후로 많은 게 변했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산책을 하고 있으면 어르신들이 저한테 먼저 다가와서 말을 건네기도 하세요. “오늘은 왜 뾰족구두 안 신고 나왔냐”, “멋있더라” 사실 전에는 내가 ‘하이힐 신는 남자’라는 걸 알리려고 신지도 않는 하이힐을 일부러 챙겨 다닌 적도 있었거든요. 내가 하이힐 신는 남자에 대한 선입견을 깨야겠다는 압박감 같은 게 있었나 봐요. 근데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아, 이제는 잠시 높은 굽에서 내려와서 쉬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비록 아주 작은 변화지만, 저의 이런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용기를 줄 거라고 믿어요. ‘조권이니까 하지.’가 아니라 ‘조권도 하이힐 신고 춤추는데 나라고 왜 못 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해요.
올해 뮤지컬 공연 외에 또 다른 계획이 있어요?
당장은 팬 콘서트를 잘 마치고 싶은 마음이 커요. 팬분들과 즐겁고 재밌는 추억을 많이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이고… 아, 그리고 제가 얼마 전에 소속사를 옮기면서 오랜만에 솔로 가수 조권으로 인사드리려고 준비 중에 있어요. 저는 늘 지금이 제 삶의 전성기라고 얘기하거든요. 솔로 앨범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열심히 준비 중이니까 솔로 가수로서의 조권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어느덧 데뷔 16년 차. 그간 수많은 수식어가 조권을 따라다녔는데, 한번 스스로에게 수식어를 붙여본다면요?
하이힐이 잘 어울리는 남자. 훗날 우리나라에서 하이힐이 가장 잘 어울렸던 남자로 기억되고 싶어요. 또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오래오래 무대에 서는 것.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게 내가 가장 잘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