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윤지 | 사진. 신중혁 | 헤어. 강리나 | 메이크업. 이선영 | 스타일리스트. 이하나
부담이 컸던 만큼 엔젤과 하나가 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을 것 같아요.
2013년에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로 데뷔한 이후 다양한 작품을 하면서 여러 캐릭터를 만났지만, 엔젤은 그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어려운 캐릭터였어요. 어떻게 나만의 엔젤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했죠. 다른 분들이 연기하는 엔젤은 어떤 모습일지 참고하려고 브로드웨이 공연 영상을 보는데 대부분 굽이 6-7cm 정도 되는 하이힐을 신고 있더라고요. 엔젤의 페르소나가 사랑이라면 조권의 페르소나는 하이힐이거든요. 고민 끝에 엔젤을 사랑하는 만큼 굽 높이를 올려보기로 했어요. 잘해낼 자신도 있었고요. 결국 12cm 하이힐을 신고 무대에 올랐고, 그렇게 어떤 엔젤보다 아름답고 높은 힐을 신은 저만의 엔젤이 탄생하게 된 거죠. 다행히 힐을 신고 부상을 당한 적은 없는데 오히려 힐을 안 신고 연기하다가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어요.(웃음)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작품이 주는 힘이 커서 이겨낼 수 있었죠.
엔젤을 연기하면서 극장 가는 게 설레는 감정을 처음 느꼈다고요. 〈렌트〉 무대 후기를 봐도 조권이 이 작품을 사랑하는 게 눈에 보인다는 평이 많아요.
〈렌트〉가 제 뮤지컬 행보에 전환점이 된 건 분명해요.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거든요. 덕분에 자신감도 얻었고요. 얼른 다음 시즌이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물론 제가 다음 시즌에 함께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요.(웃음) 〈렌트〉는 결국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거든요. 제가 맡은 엔젤이라는 캐릭터도 이름처럼 조건 없는 사랑을 베푸는 인물이고요. 덕분에 저도 엔젤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무사히 74회나 되는 공연을 마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숫자로 말하니까 얼마나 오랜 시간 엔젤로 살았는지가 새삼 와닿는데 저에게는 그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마음 같아서는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서 다리가 후들거릴 때까지 엔젤을 연기하고 싶어요.
그때도 조권의 엔젤은 12cm 하이힐을 신고 있을까요?
그럼요. 그래야만 조권의 엔젤이 완성되는 거니까요. 12cm 하이힐을 신던 엔젤이 나이가 들어서 점점 낮은 굽의 하이힐을 신는다고 생각하면 너무 슬프잖아요.(웃음)
조권의 뮤지컬 경력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드래그 퀸이잖아요. 〈프리실라〉의 아담 역을 시작으로 〈제이미〉의 제이미, 〈렌트〉의 엔젤까지 여러 드래그 캐릭터를 통해 넘치는 끼를 발산해왔는데, 연이어 드래그 퀸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없었어요?
고민은 전혀 없었어요. 드래그 퀸은 감히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재능이 저한테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정말 쉽지 않거든요. 손끝, 발끝까지 신경 써야 하니까. 또 드래그 캐릭터에 대한 소신, 자부심도 가지고 있어야 하고요. 무엇보다 자신의 끼를 용감하게 드러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제 안에 있는 것들을 표현하는 법을 차근차근 배워온 사람이거든요.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걸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드래그 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내 안의 뭔가가 해소되는 걸 느꼈고, 드래그 퀸이야말로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조권이 제일 잘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제이미처럼 어려서부터 가수의 꿈을 키웠고, 사람들의 편견에 부딪혔지만 굴하지 않았고, 엔젤처럼 제 자신을 가장 사랑하거든요. 제이미, 아담, 엔젤 모두 저와 닮은 점이 많아요. 드래그 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죠.
이 글은 "COVER STORY - 조권의 필요 <조권> (3)"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