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상단으로이동
신간 · 과월호 홈 / 매거진 / 신간 · 과월호
링크복사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글자확대
글자축소

No.328A 스페셜

운명을 사랑할 수 있다면 - 콘텐츠 크리에이터 도화도르

2024.10.21

‘사주는 결국 나 자신이 직접 봐야 한다.’ 인생의 굴곡 앞에서 내 팔자를 알고 싶어 사주를 찾았던 이들이라면 이 말이 낯설 것이다. 사주 콘텐츠 크리에이터 도화도르는 유튜브와 방송, 뉴스레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주를 직접 보는 일의 중요성과 유용함을 알린다. 그는 인생에서 힘을 얻었던 순간 중 하나를 직접 자신의 사주를 봤을 때로 꼽는다. 어려운 시기, 좋았던 시기를 확인하면 그게 살아갈 동력이 된다는 게 도화도르의 설명이다.

각자의 역할이 다르게 주어지는 톱니바퀴 같은 세상에서, 자신의 사주를 공부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사주라는 정보에서 인생의 높고 낮음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어떻게 익힐 수 있을까. 운명을 사랑하는 것,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일이 멀리 느껴진다면 도화도르의 말에 주목해보자. 인생은 중요한 가치를 발견하는 과정이라는 것, 깨달음의 연속임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글. 황소연 | 사진. 김화경

사주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됐을 때 어떤 점에 끌렸나?

군대에서 우연히 음양오행 서적을 통해 사주를 접하게 됐다. 단순히 사주팔자가 생년월일시에 따른 성격 정도를 얘기하는 학문이었다면 파고들지 않았을 것 같다. 성장 과정에서 힘든 일을 겪었는데, 음양오행과 사주로 인생을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 운이라는 건 얼핏 비논리적으로 보이는데 사주를 파고 들어가보니 꽤 논리적이란 것도 알게 됐고. 이 공부를 해두면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한국은 일제강점기에 미신이라는 이유로 사주가 배척받았던 역사가 있어 늘 아쉬움이 있다.

사주가 불가해하고 어려운 학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공부하고 콘텐츠를 만들어보니 생활과 맞닿은 얘기들이 많다. 한국인들이 MBTI나 혈액형에 따른 성격 분석도 많이 좋아하지 않나. 사주 역시 조금만 알면 나와 내가 만날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린다. 그런 것들을 생각할 때 공부를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사주 전문 유튜버가 생각하는 사주의 장점은?

사주의 요소가 우리에겐 익숙하다. 특히 목, 화, 토, 금, 수의 개념은 일본의 〈나루토〉 같은 애니메이션에도 반영되어 있을 정도로 동아시아 문화권에 배어 있다. 재미있는 게, 한국인들은 특히나 관계성에 많이 영향을 받지 않나. 사람들이 스스로가 궁금해서 공부를 시작했다가 남의 사주를 보는 경우도 많다. ‘저 사람은 왜 저러지?’ 하면서.(웃음) 상대를 이해하는 순간, 마음의 응어리가 녹기도 한다. 한국의 문화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찰떡같이 적용될 수 있는 학문이다.

유튜브와 예능 등 여러 경로로 대중을 만나면서 사주에 대한 관심이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다고 느끼는지. 사주를 접하는 연령층이 점차 확대되고 있기도 한데.

가족이나 결혼을 앞둔 자녀, 배우자의 사주를 보는 형태가 지속되어왔다. 요새는 사람들이 사주를 기반으로 인생을 만들어가려는 의욕도 있다. 또 2030은 콘텐츠 소비를 굉장히 활발하게 하니 그 눈높이와 안목에 맞춰 사주를 해석하는 콘텐츠들이 많다. 사주가 겉보기와는 달리, 거대 담론만 얘기하는 건 결코 아니다. 또 종교와 사주의 역할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잘 살아가기 위해서, 내 세계를 넓히기 위해 필요하다.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해외에서도 별자리 등에 관심이 많다.

사주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영역을 만드는 과정 중 어려웠던 점은?

사주를 단순 소비하는 형태로 영상 콘텐츠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요즘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사주에 기대하는 바가 뭔지 고민한다. 더 세부적으론 영상을 본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낄지를 들여다본다. 그 과정 자체가 나에겐 자기 계발이다. 최근에는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월간 뉴스레터 ‘도화지’ 한 편을 작성하는 데에 10일 정도가 걸린다고. 뉴스레터에서 꼭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나는 글의 힘을 믿는다. 그중에서도 편지가 주는 힘이 남다르다고 본다. 내 글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으면 싶었다. 스스로 사주팔자를 공부하는 건 정직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치트키가 아니라 정공법으로 인생을 만들어가는 느낌? 가진 게 없는 사람일수록 그것밖에 답이 없다. 인생을 살면서 그런 기질을 갖게 된 계기가 은사님이 어릴 적 써주신 편지였다. ‘내가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인가.’ 생각했던 시절인데, 편지를 읽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느꼈다. 내일 당장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일을 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데서 오는 인생의 구력도 대단하다. 나중에 내가 이 일을 못하게 됐을 때 그분들이 따뜻하게 기억해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필요한 시기에 좋은 말을 해줬던 사람으로.

자신의 사주에서 인상적이었던 지점은?

내 사주를 직접 공부하고 나서 알게 된 건, 인복이 많다. 인복이 많은 사주는 받는 게 익숙한 경우가 많은데, 나는 반대로 인복을 받을 행동을 해야 한다고 봤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마음과 지식을 나누는 일이더라. 최근엔 자미두수를 공부하고 있는데, 내가 역학이나 영성 쪽으로 특별하다는 결과가 나오더라.

부와 명예가 없는 사주가 평범하다고 실망하는 이들도 있는데.

개인의 성향이라고 본다. 한국 사회가 정해준 커리큘럼을 수행하는 것도 굉장히 어렵다. 그걸 무난하게 해나가는 사주는 누군가에게는 부러울 수 있다.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잘되는 때가 있으면 그만큼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과거와는 다르게 해석해야 할 여지도 있다. 예전엔 결혼할 수 있는 사주가 좋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면, 요즘은 그렇지 않다. 결혼이 안 맞는 사주인데 억지로 하는 사람 중 이혼하는 경우도 있고, 동성애자들의 경우 제도적으로 아직 결혼이 어렵지 않나. 나 역시 사주팔자를 공부하면서 고정관념이 많이 사라졌다. 누군가의 삶 자체에 내가 판단이나 평가를 할 순 없다.

무료로 사주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많다. 어느 정도로 참고하면 좋을까.

그 정보도 사주 상담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정립된 사주 이론에 기반한다. 물론 완벽하게 개인화되어 제공되는 서비스는 아니라서, 세세하게 모든 사주를 다 대입해서 그에 걸맞은 데이터를 얻어낼 순 없다. 가볍게 참고하는 게 좋겠다.

사주를 익히면서 인생에 대해 전과 다르게 생각하게 된 부분이 있다면.

특히 한국 사회가 그런 듯한데, 타인과 비교하는 분위기가 강하지 않나. 현재는 행복이 물질적인 기준을 얼마나 잘 충족하느냐에 맞춰져 있는데, 사주팔자의 본령은 돈과 명예가 아닌, 내 인생을 어떻게 잘 활용해서 의미 있는 삶을 살 것인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떤 사주는 젊을 때 돈과 명예를 잘 취할 수 있다고 하고, 어떤 사주는 그게 좀 뒤에 온다. 인생의 전성기라고 하지 않나. 좋은 대운이 오는 시기가 있고 나쁜 대운이 오는 시기가 있는데, 요즘은 그 시기를 깡그리 무시하고(웃음) 모든 걸 이루길 바라는 것 같아서. 비트코인과 주식을 둘러싼 관심을 보면서 느낀다. 객관적으로 나쁘지 않은 사주임에도 비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고. 사실 인생을 살다 보면 더 중요한 가치가 많다는 걸 깨닫게 된다.

사주팔자를 공부하면서, 처음엔 그랬다. ‘나는 언제가 좋은 시기니까 이렇게 해야겠네.’ 근데 사람은 결국 문제를 해결해내는 과정, 부딪히고 깨지면서 내 결핍을 찾는 그 과정에서 성장하더라. 그냥 초연해지는 것 같다. 좋은 시기가 왔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시기가 오면 다시 또 나쁜 시기가 온다. ‘나 옛날에 잘나갔는데 지금 이렇게 됐다.’ 슬퍼할 이유가 안 된다. 자신을 낮출 필요가 없는 거다. 내 용기, 내 자아를 찌그러뜨리지 말고 그 시기를 지나야 한다. 재물도 마찬가지다. 돈도 갑자기 크게 들어오면, 금방 나간다. 인생의 여정에서 늘 우상향하는 사람은 없다.

인생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저 공허하게 힘내라는 말을 하기보다는, 직접 내 인생이 언제 바뀌는지 궁금하다면 다음 과정을 진행해보시는 걸 추천한다. 만세력을 무료로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많은데,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대운이 바뀌는 나이를 알 수 있다. 대운이 바뀌면 환경, 사람의 생각, 성격이 바뀐다. 그 대운을 잘 넘겨서, 다음에 올 좋은 운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 좋겠다. 그걸 알고만 있어도 내적으로 힘이 생긴다. 맹목적으로 돈과 명예를 추구하고 남들이 좋다는 걸 숭상하는 삶이 아니라 내 사주팔자에 있는 일을 잘해나가는 게 본질이다.

사주를 아직 접하지 않은 이들에게 장점을 영업한다면.

평소 ‘제 콘텐츠도 비판적으로 보시라.’고 말씀드린다.(웃음) 다른 말로 하면 사주가 사술이 될 수도 있어서다. 내 인생에서 가장 날 잘 아는 사람은, 용한 사주쟁이도 아니고, 바로 나다. 누가 현란하게 나에 대해 말한다고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인생이 힘들 때 자극적인 오락이나 엔터테인먼트, 도파민으로만 흘려보내기보다 인생 체질을 바꾸시고 싶을 때 사주를 공부해보길 추천한다.


1 2 3 4 5 6 7 8 

다른 매거진

No.329

2024.11.04 발매


요리라는 영역, 맛이라는 전개

《빅이슈》 329호 요리라는 영역, 맛이라는 전게

No.328B

2027.05.02 발매


사주 보는 사람들, 셀프 캐릭터 해석의 시대

《빅이슈》 328호 사주 보는 사람들, 셀프 캐릭터 해석의 시대

No.327

2024.09.02 발매


결심했다, 소비와 멀어지기로

빅이슈 327호 결심했다, 소비와 멀어지기로

No.326

2024.08.01 발매


다시 책으로: 텍스트힙의 흐름

빅이슈 326호 다시 책으로: 텍스트힙의 흐름

< 이전 다음 >
빅이슈의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