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영화 용어를 설명하기 위해 가장 많이 소환되는 작품은 ‘토끼 발’이 등장하는 <미션 임파서블 3>일 것이다. ‘토끼발’은 맥거핀, 즉 등장인물과 줄거리가 진행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지만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은 극 중 요소를 설명하기 유용한 소재였다. <미션 임파서블 3>의 토끼발 역시 중요한 것처럼 언급되지만 의문점을 풀어주지 않고 “도대체 토끼발이 뭔데?”라는 대사와 함께 영화가 끝난다. 작품 내내 ‘떡밥’을 잔뜩 뿌려놓고 수습하지 않는 ‘떡밥의 제왕’ J.J. 에이브럼스 감독의 특징이 잘 두드러진 편이기도 하다. 그런데 <미션 임파서블 3> 이후 20년 가까이 해명되지 않던 ‘토끼발’이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에 다시 등장한다. 태초의 디지털 창작물이자 생화학 무기 ‘토끼발’이 이후 디지털화된 모든 것에 접속할 수 있는 인공지능 ‘엔티티’로 진화한 것이다. 더불어 <미션 임파서블>에서 CIA 본부 컴퓨터 보안실을 책임지다 NOC(Non Official Cover, 비밀 요원들의 명단)가 유출된 후 알래스카의 한직으로 좌천된 윌리엄 던로(롤프 색슨) 역시 오랜만에 재등장한다. 프랜차이즈의 마지막 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진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오래된 떡밥까지 회수하며 시리즈를 관통하는 대서사시를 완성했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과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을 합친 러닝타임만 도합 332분이다.
글. 임수연

톰 크루즈의 액션을 진짜로 느끼는 이유
전 편에 이어 영화는 엔티티가 디지털상의 모든 정보를 통제하며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사라진 세상을 묘사한다. 엔티티의 노예가 될 것인가 혹은 세상의 종말을 기다릴 것인가. 인류 최후의 심판을 앞두고 영국, 중국, 러시아, 미국 등 핵무기 보유 국가들 역시 핵 통제권을 지켜내야만 한다. 국제 정세는 물론 인간에게 배운 대로 작동하는 엔티티와의 심리전도 감당해야 하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에단 헌트와 그의 팀 IMF(Impossible Mission Force)뿐이다. 이 같은 설정은 사실 톰 크루즈의 액션 스턴트와 캐릭터 플레이를 하기 위한 장치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에서는 169분 러닝타임 중에서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잠수함 시퀀스와 이젠 프랜차이즈의 상징이 된 공중 액션을 담은 경비행기 시퀀스가 대표적이다.
<엑소시스트>로 잘 알려진 윌리엄 프리드킨의 1977년 영화 <소서러>(앙리 조르주 클루조의 걸작 <공포의 보수>의 리메이크)에는 영화 역사상 가장 무서운 장면일지 모르는 이미지가 담겨 있다. 폭우가 쏟아지고 광풍이 부는 날씨에 곧 끊어질 듯한 다리를 위태롭게 건너는 차량. 묘사만 놓고 보면 그리 특별할 게 없는데 이게 왜 그렇게 무섭냐고? 1970년대에 CG 없이 찍은 장면이다. 이 영화를 찍다가 죽은 스태프들도 있단다. 가짜가 아닌 진짜라고 인지하며 보기에 우리는 대부분의 촬영이 그린 스크린 앞에서 이루어지는 시대에 불가능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카메라가 찍은 이미지가 ‘진실성’을 전제할 때 주는 아우라를 액션 스턴트로 실현해낸 최고의 상품이다.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 빌딩에 매달린 톰 크루즈의 사진을 이미 봤기에 관객은 스크린에서 목도한 그림에서 쓴 CG는 배우의 몸에 달린 와이어를 지운 정도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톰 크루즈가 제발 영화를 찍다 죽지 않고 무사히 나이 들어 앞으로 영화를 몇 편 더 촬영하고, 먼 훗날 ‘자연사’ 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 이를 전제하고 만나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관객에게 ‘진짜’가 된다. 물론 이는 진실이 아니다. 현장에는 최고의 프로페셔널들이 모여서 촬영 중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다만 많은 비하인드 스틸과 메이킹 필름이 CG가 아닌 아날로그로 담아냈다는 근거가 되어 진정성의 환상을 보다 효과적으로 주입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톰 크루즈가 처절하게 고통스러울수록 관객이 더 짜릿함을 느끼는 것이 이 액션의 안타까운 묘미인데, 이번에도 그의 육체는 다채롭고 육중한 액션에 육체를 내던지며 보는 사람도 숨을 참게 되는 스펙터클의 시각화에 성공한다.

능수능란한 환상 제조의 기술
진짜 현실을 비추는 곳은 다른 곳에 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고질적인 한계로 지적되어왔던,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2편의 로맨스 파트너로 마지막엔 키스 신까지 등장한 탠디 뉴튼은 은근슬쩍 사라지고, 3편에서 약혼한 줄리아(미셸 모나한) 역시 행방이 묘연해지더니 다른 남자와 결혼한 모습으로 시리즈에 복귀했다. 유독 여자 배우들에만 공개할 수 없는 속사정이 계속 생기는 것인지 혹은 스튜디오의 일방적인 걱정인지 새로운 여자 캐릭터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이전의 여성은 사라져야만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요컨대 3편부터 쭉 출연해 IT 담당부터 현장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벤지 던(사이먼 페그) 같은 포지션이 여성에게는 없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은 일사 파우스트(레베카 퍼거슨), 그레이스(헤일리 앳웰), 파리(폼 클레멘티에프) 등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이려는 듯 했으나 일사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마치 그레이스와 파리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톰 크루즈라는 빅스타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기 위한 선택이었을까. 몇 가지 가설을 세워보다가 이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주는 쾌락으로 도피하게 된다. 그나마 아쉬움을 덜어주는 것은 <파이널 레코닝>에서 장교나 군인, 주요 의사 결정권자 등 무게감 있는 배역에 여성을 여럿 포진했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결국 눈속임에 속아 넘어가며, 혹은 알면서도 속는 척하며 이루어지는 합의 속에 발전되어온 예술이 아닐까. 톰 크루즈는 그 본질을 잊지 않고 관객에게 아날로그라는 환상을 가장 능수능란하게 속이는 스타이자 기술자다. 더군다나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전편의 지난 떡밥을 부지런히 회수하는 (아마도) 피날레답게 30여 년 동안 톰 크루즈가 해왔던 스턴트 연기의 오마주들이 빼곡하게 마련돼 있다. 아마도 이 시대 마지막 무비스타일 톰 크루즈의, 스크린에서 눈은 뗄 수 없고 숨은 참게 되는 ‘진짜’같은 액션이 선사하는 시네마틱한 힘은 엄청나다. 아마도 어떤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할지, 러닝타임과 무관하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스크린에 빠져들고 극장에서만큼은 특정 캐릭터에 무방비하게 빠져들게 하는 것이 시네마라면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야 말로 그 정수에 가까운 액션영화일 것이다. 이번에도 우리는 어김없이 시리즈의 추억이 주는 마력에 기꺼이 굴복하며 영화가 주는 마법같은 거짓에 속절없이 속아 넘어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