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타워에서 쉬고 있는 줄 알았던 냥이, 눈 깜짝할 사이 소파 위에 올라가 있다. 눈을 감았다 뜨니 이번엔 식탁 밑에,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스크래처를 격정적으로 긁고 있다. 가히 이 모습은 홍길동의 재림이다. 갑자기 집 안 이곳저곳을 ‘우다다당탕탕’ 뛰어다니는 모습에서 붙인 제목 ‘고양이 우다다’. 특히 하루 일과를 마치고 깊은 잠에 빠진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 느닷없는 ‘우다다 공격(?)’에 놀라 깬 경험이 집사라면 분명 있을 터. 냥이는 대체 왜 이러는 걸까?
냥이가 ‘우다다’ 하는 이유
야행성동물인 고양이는 낮에 집사가 집을 비웠을 때는 햇볕이 잘 들고 푹신한 침대에서 숙면을 취하다 집사가 잠자리에 들때 면 정신을 차리고 본격적으로 활동할 준비를 한다. 냥이가 야행 성인 이유는 쥐 같은 먹잇감이 밤에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밤 사냥이 생존과 직결되는 야생 고양이와 달리 집고양이는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주는 집사가 존재한다. 결국 밤에 사냥을 할 수도, 할 필요도 없어진 냥이가 넘치는 에너지와 아드레 날린을 발산하기 위해 ‘우다다’를 하는 것이다. 심지어 볼일을 보기 전후에 ‘우다다’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야생 고양이가 자신의 천적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생긴 버릇이다. 냄새 나는 배변의 흔적을 남기면 상어가 들끓는 바다에 피를 흘리는 것과 비슷한 꼴이 된다. 냥이가 배변을 본 후 모래로 덮는 이유도 이런 본능에서 비롯되었다. 몸에 묻어 있는 냄새를 공기 중에 흩날려서 적에게 교란을 일으키고, 보금자리로 재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전 속력으로 질주하던 행동이 지금까지 유지되는거라고 볼 수 있다. 냥이가 사람과 함께하는 생활에 점점 익숙해지다 보면 생활 패턴이 비슷해진다. 결국 ‘우다다’의 빈도도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나이 든 냥이가 ‘우다다’를 다시 시작했다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냥이에게 많이 생기는 이 내분비질환은 과도하게 분비된 갑상선호르몬 때문에 쉽게 흥분하고 불안해 하는 증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식욕이 증가했는데도 체중이 감소하거나, 물을 많이 마시면서 소변을 많이 본다면 더욱 강력하게 의심해봐야 한다. 집사에게 특히 의존하는 샴이나 아비시니안 종류의 냥이는 ‘우다다’ 행동에 집사가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우다다’를 교정하고 싶다면?
우선 ‘우다다’는 문제가 아닌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오히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극히 건강한 냥이들이 사용하는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그러므로 집사는 이 행동을 이해하고 존중해줘야 한다. 특히 아직 6개월이 되지 않은 ‘캣초딩’ 시기의 냥이라면 물리적인 방법으로 ‘우다다’를 저지하는 일은 절대 금물이다. 집사와의 유대 관계가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하면 사이가 틀어 질 수도 있다. 말리기보다 는 자연스레 집사와 생활 패턴이 비슷해지기를 기다리되, 층간 소음의 문제가 있다면 바닥에 매트를 까는 등의 노력을 해주 면 된다. 하지만 집사의 잠을 방해하거나 집 안을 박살낼 정도로 심하다면 현명한 방법으로 완화 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앞서 언급한 ‘우다다’의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우다다’는 미처 사용하지 못하고 남은 에너지와 사냥 본능을 소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므로 밤이 되기 전에 그 에너지를 다른 방법으로 소진시킬 수 있다면 ‘우다다’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저녁에 30분 정도 낚싯대나 레이저 장난감 등으로 신나게 놀아주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에너지를 소비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운동으로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일석삼조다. 또 자기 전에 소량의 간식을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냥이가 식사 후 몸을 그루밍한 뒤 잠에 드는 모 습을 본 적이 자주 있을 것이다. 사냥하는 동안 순간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폭발시킨 후 휴식을 취하던 야생 고양이의 패턴이 집 고양이에게도 남아 있는 것이다. 사람도 배가 차면 솔솔 잠이 오 듯이 냥이도 배를 퉁퉁 두들기며 곤히 잠들 수 있다. 결론적으로 냥이가 ‘사냥→ 식사→ 잠’이라는 일과에 적응한다면 집사와 생활 패턴을 맞추는 것이 훨씬 수월해지는 셈이다
혹 집사의 관심을 받기 위해 하는 ‘우다다’라면 일부러라도 관심을 주지 말아야 한다. 무언가를 넘어뜨리거나 집사의 몸에 올라타 아프게 하더라도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것이 좋다. 아프다고 화내는 모습이 냥이의 눈에는 신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집사의 관심을 끄는 데 실패한 냥이는 점점 빈도를 줄이고 다른 방법을 찾아볼 것이다.
차용환 사람과 동물이 서로 행복을 선사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냥캐스트 수의사 vet_cha
한정주 평범한 삶에 색을 더하는 일러스트레이터 jju3833
Writer 차용환
Illustrator 한정주
Editor 손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