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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13

카라가 본 세상

2019.10.14 | 애린원이 끝났다, 리타가 살았다

애린원이 폐쇄됐다. 악명 높은 사설보호소였다. 개들은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 자체 번식을 거듭했다. 또 개들은 전혀 관리되지 않아 질병으로도 죽고 서로 싸우다가도 죽었다. 죽은 개들은 아궁이에서 땔감처럼 태워졌다는 ‘괴랄한’ 소문도 공공연하게 돌았다. 어느 견사에는 썩은 사료가 쌓였고 어느 견사에는 밥그릇이 텅 비어있었다고 했다. 개들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죽은 쥐가 담긴 물을 먹어야 했다. 여러모로 말이 많은 곳이었다. 기적처럼 폐쇄되어 다행이었다. 합법적인 폐쇄는 ‘비글구조네트워크’가 이끌어냈다. 같은 동물단체로서 참 고마운 일이다.

비글구조네트워크가 추산하고 있는 개들의 숫자는 1300여 마리다. 지난 개천절에는 카라도 봉사대를 꾸려 현장으로 향했다. 구조된 개들은 현재 임시부지에서 지내고 있다. 우리는 환경을 정비하고, 육각장을 설치하고, 돌아다니는 개들을 잡고, 짐을 옮기는 등 필요한 일들을 했다. 강도 높은 봉사활동이었다. 그래도 개들을 도울 수 있어서 참 다행이지 싶었다. 개들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좀 당황한 눈치였지만, 그래도 생애 처음으로 배곯지 않고 밥을 먹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었다. 서로를 공격하는 일도 없었다. 깊은 잠에 곯아떨어진 개들이 참 많았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 속에 애린원의 개들을 돌보고 있지만, 사실 전쟁통의 난민촌에 왔다면 이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후원물품으로 산이 쌓이고, 중소형견들은 육각장 안에서 생활하고, 대형견들은 목줄 하나와 켄넬 하나를 배정받아 지내고 있었다. 태어난 지 몇 달 안 된 성장기의 개들은 한데 모여 서로 장난을 쳤다. 아픈 개들을 서둘러 병원으로 옮기고, 임신하거나 출산한 개들을 한곳으로 모으는 정신없는 현장이었다. 그 멀찍한 곳에 리타가 있었다.

리타가 어쩌다가 지옥이라 비유되는 애린원에 왔는지 잘 모르겠다. 누군가 애린원에 버렸을까? 리타는 꼬리를 계속 말고 있으면서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안겼고, 떠나려고 하면 가지 말라고 낑낑거렸다. 울적한 얼굴로 떠나려는 사람들을 붙잡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았다. 생긴 것부터 행동거지까지 애린원에서 태어난 개와는 많이 달랐다. 유기견이 확실했다.

출산을 한 지 얼마 안 되었는지 리타의 젖꼭지는 부풀어 있었다. 젖이 조금 나오기도 했다. 몇 주 전쯤 애린원에서 출산을 했던 모양이다. 새끼들은 행방은커녕 생사도 알 수 없었다. 어디엔가 살아 있으면 그걸로 다행이다. 주변의 개들에 비해 리타는 어딘가 예민하고 영민한 눈치였다. 그리고 사람을 너무 그리워했다. 봉사자는 “산책 후 목줄을 다시 바닥에 묶으려고 하자 두 발로 고리를 숨겼어요.”라고 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가 어떤 처지인지 모두 이해하는 것 같았다. 학대와 방치 상황, 혹은 질병을 앓는 상황… 극한 상황일수록 영리한 개체가 더 고통스럽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상 안다.

결국 리타는 카라가 안았다. 리타는 현재 애린원에서 우리가 함께 구조한 다른 개들과 병원에 머무르고 있다. 임시 부지에서는 불안한 듯 이리저리 눈치를 보던 리타가 병원에서는 활짝 웃는다. 사람 가족에게 버림받고, 낳은 새끼들마저 잃어버린 리타에게 이제는 절대 헤어지지 않을 가족을 찾아주려고 한다. 아름답고 영리한 개, 지옥에서 겨우 새로운 삶의 기회를 잡은 리타가 이제는 내내 안녕하고 행복하길 빈다.

Writer·Photographer 김나연 / 털동생을 먹여 살리는 중.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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