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존재에게서 느껴지는 밝은 기운이 있다. 마치 내면에 반짝이는 작은 전구가 여러개 있기라도 한 듯이 환한 분위기가 있다.
세상 누가 뭐래도 내가 나를 사랑하고 스스로의 자존감을 지키 자는 그런 류의 자가발전을 도모하는 문장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상시 마음의 중심에 새겨두고 자기애를 키우려고 애쓰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내가 나를 일으키고 도모하는 일이 영 시시하고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혼잣말로 되새기는 ‘나는 할 수 있다’가 아니라, 귓가에 들려오는 ‘너는 할 수 있어’로만 힘이 나는 순간이 분명 존재하기에, 내 마음 속에 아직 켜지지 못 한 어떤 전구는 오직 타인의 사랑과 관심에 의해서만 전기가 통하는 지도 모르겠다.
“쟨 좀 박복하잖아.” 학교에 다닐 때는 반에서 유일한 고아, 커서는 동네의 유일한 미혼모인 동백은 언제나 혼자서만 조금 다른 삶을 꿋꿋이 헤쳐온 인물이다. 단 한 번도 누군가의 자랑이었던 적도, 잘했다는 칭찬을 받아본 적도 없는 동백을 사람들은 쉽게 판단하고 쉽게 미워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의 오해 많던 삶에 동네 파출소 순경 용식이 등장하고, 정의로운데 대책은 없는 그는 동백을 향한 밀당 없는 돌직구 순애보를 보여준다.
용식에게 동백은 동네 사람들이 말하는 팔자 사나운 여자가 아니다. 용식에게 그녀는 장하게 자신의 삶을 일궈온 멋진 사람이기에, 맨날, 냅다 당신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에 대해 말해주고 응원을보낸다. 그런 용식 덕분에 동백은 자신을 가두고 있던 오랜 틀을 부수고 세상에 제대로 맞서볼 준비를 시작한다.
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의 곁에서 꽃이 될 수 있었던 누군가 처럼, 나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사람 곁에서 우리는 조금 더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 동백에게도 용식은 난생처음 스스로를 제법 괜찮은 인간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존재이자, 영혼에 밝은 빛을 켜주는 사람이었다. 그런 용식과 그로인해 변화하는 동백의 모습을 보며 어쩐지 울컥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나에게는 용식과 같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 나는 누군가에게 용식과 같은 사람인 적이 없었던 탓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동네에서 젤로 세고, 젤로 강하고, 젤로 훌륭하고 젤로 장하다는 용식처럼, 내가 사랑하는 이에게 당신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에 대해서 말해준 적이 있던가. 한 사람의 영혼의 빛을 밝혀줄 그런 단단한 말 한마디를 뱉어낸적이 있었는지, 빛을 잃은 내 안의 전구를 바라보며 묻게 된다.
Writ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