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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16 커버스토리

<카센타> 배우 박용우

2019.12.05 | 늘 새롭게, 발견하고 표현한다

아내의 고향으로 함께 귀촌했지만 동네에서 공공연하게 따돌림을 당하는 인물, 재구의 카센터에는 먼지만 날린다. ‘빵구환영’이라는 촌스러운 간판을 내건 국도변의 허름한 카센터에서 기름 묻은 손을 벅벅 닦으며 손님을 기다리는 재구. 도로에 못을 박아 차를 펑크내서 돈을 벌자, 는 역발상의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는 이 남자를 박용우는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인물로 연기해낸다. 크게 한탕을 노리는 것도 아니고 그저 펑크 때워 번 20만 원을 모으고 모아 그 동네에 정착하는 것이 목표인 남자는 박용우의 생활 연기를 통해 징글징글하게 표현된다. 평범했던 인물이 바늘을 훔치면서 자기 욕망에 치여 소 도둑이 된다. 욕망의 부피를 점차 키워가야 하는 이 복잡한 인물을 박용우는 늘 그래왔듯 천연덕스럽게 해낸다. 입에 밥을 우겨넣다가 공사 차량 먼지까지 머금고 캑캑대는 <카센타>의 첫 장면에서, 우리는 자기 얼굴은 하얗게 지워버리고 그 위에 김재구라는 인물을 덧씌운 박용우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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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센타> 시사 후 인터뷰에서 ‘내 영화의 팬이 되었다.’라고 말했더라. 어떤 부분이 그렇게 매력적이었나.
모든 작품을 하기로 한 이후에는 최선을 다해서 촬영하고, 그 작품에 맞는 양질의 결과물이 나오길 기대한다. <카센타>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보고, 이번에 개봉을 앞두고 다시 봤는데 볼 때마다 새로운 게 있더라. 신인 감독님이지만 너무 훌륭한 감독님과 작업을 했고, 상대 배우였던 조은지 배우도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배우이다. 능력 있는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결과물이 안 좋다면 이건 내 잘못이 크겠다 싶더라. 타이트한 스케줄에 좁은 장소에서 촬영을 했지만 이 영화의 톤에 맞는 화려함과 특별함이 발견되더라. 내 영화지만 보면서 새로운 감동을 받았다.


특히 어떤 부분이 감동적이었나.
예상에서 벗어나는, 기대치 않았는데 뒤통수를 치는 영화를 봤을 때 보통 팬이 되지 않나. 아니면 새롭지 않더라도 내 마음을 움직이는 장면을 본다거나 할 때 팬이 되는데 <카센타>를 보면서는 본능적으로 그런 걸 느꼈다. 물론 너무 큰 규모, 접해본 적 없는 거대하고 화려한 영상을 볼 때 받는 놀라움도 있지만, 분위기 자체가 특별하고 소소한 이야기 안에서 쉽지 않은 갈등 구조, 비꼬기를 잘 하고 색다른 시도를 한 영화를 볼 때의 즐거움도 있지 않나. 예상했던 스토리와 캐릭터에서 벗어나는 서사의 패턴이 보일 때 새로운 느낌을 받는다. 영화 <더 헌트>를 좋아하는데 그중에 억울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이 상대 배우를 조용히 돌아보는 장면이 있다. 대사도 없이 주인공이 상대를 20초 정도 노려보고 카메라가 가만히 주인공의 눈빛만 응시한다. 그게 관객 입장에서는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이 전에 감독이 철저하게 쌓아둔 구상이 있었기에 관객에게도 다 설명이 되는 거다. 우리 영화에서도 일맥상통한 느낌을 받았다. 영화에서 문사장이 재구에게 “가서 빵꾸나 내라”라고 할 때 재구가 그 대사 한마디로 몰랐던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때 재구의 표정이 변하고 카메라가 재구의 얼굴을 타이트 하게 잡으면서 눈빛으로만 상황을 설명하는 거다. 감독이 이 영화에 어울리는 장면들을 이전에 잘 배치해뒀기 때문에 그 장면이 살아나는 거다. 내가 연기했지만 영화적으로 훌륭한 장면이란 생각을 했다. 그런 재밌는 장치들이 많은 영화였다.


말한 대로 어떤 관객에게는 불친절할 수도 있는 장면이다. 대본 그대로 촬영한 것인가, 아니면 현장에서 배우의 제안으로 수정된 것인가.
원래는 문사장이 크게 화를 내면 재구가 받아치고 서로 욕도 하고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게 대본상에 있었던 것같다. 그런데 감독님이랑 대화를 하면서 그렇게 가면 너무 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하다면 문사장도 대사 없이, 재구도 대사 없이 ‘눈치기를 하자’고 감독님한테 말했었다. 눈으로 액션을 하자는 거다. 눈빛만으로 서로를 받아치는. 그게 지금은 재구한테 클로즈업으로 다가가는 장면으로 완성이 됐다.


이 영화는 재구가 일하는 카센터가 중심이고 재구라는 인물이 여러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사건이 만들어진다. 그중에 재구의 아내인 순영을 연기한 조은지 배우와의 합이 좋다. 두 사람의 몸싸움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그 장면은 감독님이 배우들에게 맡겨준 장면이다. 대사 두 개 빼고는 다 안 해도 된다, 자유롭게 하라고 맡겨준거다. 재구가 꼭 해야 하는 대사는 “그래도 우리 사람이잖아”였고, 순영은 “이건 지렁이 못 하나 박아서 될 일이 아니야”였다. 나머지는 전부 애드립이었다. 그동안 번 돈을 재구가 없애려고 하면서 “이거 다 태워버려야 해” 하는 거랑 순영에게 비밀을 “말하지마, 말하지마” 하는 것도 애드립이었다. 재구가 범죄의 증거인 돈을 없애서 도망가려고 한 걸로 해석하고 연기했다. 나는 재구가 절대 착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평균적인 사람의 근사치에 가까운, 하지만 점점 악인에 가까워지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사회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그냥 나쁜 사람이 아니라 ‘이 정도는 괜찮겠지, 남들도 다 하잖아’라고 생각하는 인물 같다. 다수의 사람도 그렇고, 나도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을 거다. 그런 사람들의 안일한 습관, 악습, 굳은살 때문에 사회가 안 좋은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한다. 재구는 거기 속한 인물이다.


초반의 재구는 그 시골에서 그나마 정의로운 인물 아닌가.
동네 사람들이 저지르는 나쁜 짓을 계속 구청에 신고하고, 부모가 없는 슈퍼 아이에게도 다정한 인물인데.

재구가 진정으로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배려하는 장면은 하나도 없다. 다 자기를 위해서 하는 거다. 슈퍼 아이를 예뻐하는 것도 자기가 고아이고 외로워서 그런 거다. 재구는 아이를 갖고 싶고 가족을 이루고 싶고 장인에게 인정받고 싶지만 그걸 못하고 있는 인물이다. 보란 듯이 살고 싶고, 아내에게도 뭔가 해주고 싶지만 그걸 못하는 것에 대한 박탈감도 있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려다가 ‘이 정도는 괜찮겠지’ 싶은 범죄를 저지르고 그 증거를 없애려고 발버둥 친다.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데 재구 역시 이기적인 사람이다. 아마 영화를 보고 나오면 관객들이 찜찜한 기분이 들 거다. 주인공이 선한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기주의를 표현한 방식이라든가, 관객이 주인공을 완전히 지지할 수도 없고 미워할 수도 없는 그런 묘한 부분이 이 영화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재구가 나쁜 마음을 먹게 되는 게 겨우 20만 원, 50만 원의 돈 때문이다. 도로에 못을 박아서 지나가는 차 바퀴에 일부러 펑크를 내고 그 펑크를 때워주면서 버는 20만 원을 모으며 미래를 계획하는 인물이다. 다른 범죄물에서 주인공들이 몇 억을 목표로 악인이 되는 것과 다른 점이다. 지극히 서민적인 금액이라 더 공감이 가더라.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욕망이 있다. 그 욕망을 이루려고 끝까지 치닫는 거다. 재구가 “난 카센터 인수할 때까지 다른 거 아무것도 생각 안 할 거야”라고 삼겹살 먹으면서 얘기한다. 재구가 딱 그 정도의 욕심에 만족하면 영화가 이렇게 완성되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나중에는 서울에 건물을 사겠다는 욕심이 또 생긴다. 인간은 뭐 하나 이루면 계속 다른 욕망이 생기는 거다. 재구는 많이 배운 인물이 아니다. 재구의 목적은 돈이 아니라 관계의 회복, 확장이라고 봤다. 왜 나를 인정 안 해줘. 왜 나는 장인한테 인정 못 받지, 왜 나 같은 남자가 아내한테 이거 하나 못 사줘. 그런 인정욕구가 있는 거다. 돈을 핑계로 자기의 욕망이 점점 발현되는 인물이다. 돈 벌어서 가족을 일굴 거야. 돈 벌어서 동네 사람들, 가족한테 인정받고 나도 목에 힘주고 떵떵거리며 살 거야. 그런 욕망에 어느 순간 함몰이 된 거다.


재구를 움직이게 하는 게 관계의 회복이라면, 박용우를 움직이게 하는 건 뭔가.
나 역시 그런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 일 거다. 그건 누구나 갖고 있는 욕심인 것 같다. 사랑받고 싶은 건 좋은 감정이다. 그게 어느 선 이상을 넘어가게 되면 종이 한 장 차이로 욕망이 되는 거다. 나의 욕망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감동을 나누는 거다. 서로 사랑을 공유하고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주고받으면서 살고 싶다.

요즘 가장 즐겁게 하는 일은 무엇인가.
몇 가지 오랫동안 꾸준히 하는 일이 있는데, 이걸 하는 이유는 더 오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잘 살고 싶어서다. 내 스스로 삶을 디자인하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를 자문하면서 나에게 중요한 것을 실천할 수 있다면 그게 좋은 삶인 것 같다. 요즘은 감동이라는 게 나한테 중요해졌다. 아, 그건 감사하고 싶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남에게 나쁜 짓을 하지 않고, 또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생활을 일궈놨다는 것. 이런 고민을 하고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내가 이 나이까지 어느 정도 기반을 닦아놓은 덕분이 아닐까 싶다. 사실 그동안 자기만족을 못하고 살았다. 계속 더더더, 왜 나는 1등을 못 할까. 그런 것에 쫓기면서 살았다. 그런데 돌아보니까 나름 대단한 것들을 이뤘는데 그것에 대한 감사를 못 했던 거다. 내가 노력해서 변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한다. 대신 내가 노력해서 변할 수 있고 감동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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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는 역할보다는 좀 더 인간적인 욕망이 있고, 지질하지만 평범한 인물을 많이 해왔다.
배우는 결과가 좋았던 작품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는 것 같다. 내 경우도 그런 히트작이 있어서 그 이미지로 많이들 기억을 하신다. 어떤 이미지든 배우에게 있다는 건 물론 감사한 일이다. 배우에게 가장 큰 찬사는 ‘배역이 잘 어울린다’는 말 같다. 그게 지질함이라고 해도 그 배역에 배우가 잘 어울렸다면 그게 섹시한 거다. 코미디든, 스릴러든 무슨 장르가 되었든 그 역할에 가장 잘 맞는 연기를 하고 싶다.


영화 첫 장면이 재구가 밥그릇을 내려놓는 장면이다.
‘밥상 뒤집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더라. 재구는 열악한 상황에 있지만 나름 아내를 순수하게 사랑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여성이나 아이에게 폭력적이지 않고 욕도 하지 않는다. 그런 최소한의 선을 지키려 노력한 인물로 보이더라. 비록 나쁜 짓을 하더라도 관객이 연민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감독님이 그 부분에 대한 확실한 생각이 있으셨다. 나는 오히려 재구가 좀 더 거친 인물이면 어떨까 싶었다. 감독님이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욕을 하는 캐릭터’를 나는 절대 안 할 거라는 말씀을 하셨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하든지 절대 그런 것은 안 하겠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순영이랑 재구가 몸싸움을 할 때에도 ‘그럼 내가 더 많이 맞겠다’고 생각하고 표현을 했다. 은지 씨한테는 말 안 했는데, 정말 많이 맞아서 촬영 끝나고도 얼얼했다.(웃음)


감독은 장편영화는 처음이고 배우가 경험이 더 많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의견을 낼 때 조심스러웠을 것 같다.
맞다. 감독님을 처음 봤을 때에는 대화가 좀 어렵고 소통이 어려운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고집이 대단히 세고 자기 의견이 강할 거란 생각을 했는데 아니었다. 촬영하면서는 감독님이 저에게 많이 맡겨줬다. 그럴 때 배우가 더 조심해야 한다. 한 번 아차 싶었던 적이 있었다. 감독님이 너무 나에게 맡겨줘서 제가 잠깐 실수를 한 거다. 한번은 신 순서를 헷갈렸다. 열다섯 번째 신인데 서른 번째 신으로 착각을 한 거다. 그래서 ‘이건 이렇게 찍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감독님한테 강하게 주장을 했다. 감독님도 감정이 좀 상하셔서 저한테 ‘좋을 대로 하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알고 보니까 제가 신 순서를 착각한 거고, 감독님이 맞았던 거다. 바로 ‘감독님 죄송해요, 제가 착각했어요. 실수했어요’라고 사과를 했다. 내가 바로 사과하니까 감독님이 오히려 놀라시더라. 그때 감독님과 내 사이에 신뢰가 쌓였다. 변명하지 않고 바로 사과하니까 믿음을 가져주신 것 같다. 잘못했을 때에는 변명하지 않고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이 되려고 평소에도 노력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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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인터뷰에서 ‘폼 재지 않고 연기하고 싶다’고 했더라. 그 연장선의 노력인 건가.
결국 중요한 게 실천 같다. 다들 말로는 멋있는 말을 한다. 그걸 얼마나 실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이름 없는 역할을 많이 했다. <조용한 세상>에서 김형사, <핸드폰>에서 익명의 남자, <뷰티풀 선데이>에서는 강형사, <카센타>에서도 이름인 재구로는 한 번도 불리지 않고 모두가 ‘김사장’이라고 부른다. 이런 역할을 많이 한 이유가 있을까.
아, 그러네. 내년에 개봉하는 영화 <유체이탈자>에서도 박실장이다.(웃음) 신기하네. 왜 그랬을까. 그런 작품만 우선순위를 두고 결정한 건 아니었는데. 이름이 많이 불리는 역할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결국은 내가 아무리 말로 해도 관객이 인정을 해주셔야 형사, 실장처럼 보일 수 있는 건데. 그때그때 관객이 그 인물로 봐주시면 좋겠다. 51프로 정도 잘 어울린다고 보이면 성공인 것 같다. 배우가 진짜 멋있는 순간은 그 인물에 가장 잘 어울릴 때다. 모니터에서 봤을 때 내가 박용우가 아니라 재구처럼 보이면 그게 좋은 거다. 현장에서 ‘나 섹시하게 나왔어?’라고 자주 물어보는데 그러면 감독님들은 “아니 이런 역할인데 어떻게 섹시하게 나와”라고 하신다. 재구만 해도 계속 추리닝만 입고 나온다. 그런데 몸이 섹시하냐고 묻는 게 아니다. 나는 현장에서 그 순간에 집중할 때 그게 섹시하다고 생각한다.


tvN 단막극 <오우거>도 곧 방송된다.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는데, 촬영하면서 생사를 넘나들었다. 대본에서 도박하다 경찰한테 쫓겨서 밖으로 도망가는 장면을 찍다가 크게 다칠 뻔했다. 지문에 담벼락을 타고 도망간다고 쓰여 있었는데, 감독님이 욕심이 생겼는지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뛰어넘는 걸로 콘티를 짠 거다. 높이가 2층 정도였는데, 내가 보기에도 간격이 좁지 않아서 직접 하겠다고 했다. 안전장치 없이 그냥 뛰어넘었는데, 감독님이 너무 안전하게 나왔다고 한 번만 다시 가자고 하더라. 그래서 다시 촬영했는데 건너편 건물로 넘다가 쇠로 된 봉에 구두굽이 걸려서 그 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아버렸다. 밑에 아무 안전장치도 없는데 그 봉을 잡고 겨우 매달려 있었다. 그때 4일 정도 허리 근육통이 왔다.


한 번 더 가자고 할 때 ‘NO'를 할 수도 있지 않나.
‘이 정도 했으면 그거 안 해도 되지 않느냐’라는 게 나에게 가장 위험한 말이다. 배우에게 독이 되는, 나를 게으르게 만들 수 있는 말이다. 연기를 하면서, 창작을 하면서 가장 큰 재미는 새로운 걸 발견할 때, 없었던 패턴을 표현할 때, 새로운 소통을 할 때다. 그런데 ‘아 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해’ 하는 생각을 품는 순간 그런 새로운 표현을 못 하게 되는 거다. 거기서 안전장치 없이 그냥 한다고 나선 것도 아마 그런 취지였을 거다. 그런데 다시는 그런 무모한 짓은 안 하려고 한다.(웃음) 하더라도 안전장치를 한 뒤 해야 할 것 같다.


창작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배우에게 창작이란 무엇인가.
연기할 때 스스로가 창작자라고 생각한다. 창작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누가 연기는 창작이 아니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이건 창작일 수밖에 없다. 늘 그 생각을 하면서 새로운 걸 표현하고 찾으려고 한다. 그게 이 일의 가장 즐거운 부분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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