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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22

학원비 걱정 없이 취업에 올인하는 법

2020.03.04 | 사∙경∙해! 사회적경제로 해법 찾기


26세. 유럽 청년들이 부모에게서 떨어져 자립하는 평균 나이다. 같은 연령대의 우리나라 청년은 열 명 중 서너 명이 자립한다. 나머지는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캥거루족'이다. 이는 부모 세대는 물론, 청년 스스로에게도 좋지 않다. 캥거루족의 우울감이 자립한 청년에 비해 2.5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청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몇몇 사람은 사회적경제에서 해법을 찾았다. 사회적경제는 민주적 참여를 통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공동의 조직을 만들어 경제∙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빅이슈코리아는 '사회적경제로 해법 찾기, 사∙경∙해' 시리즈를 통해 주거, 일자리, 경제 등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들의 생생한 삶은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유튜브와 빅이슈코리아 웹사이트에서 동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청년 조한림 씨는 웹페이지를 만들고 서버를 관리하는 백엔드 개발자(back-end engineer)로 취업을 준비 중이다. IT분야의 단과 수업은 8회에 100만 원, 취업을 위한 부트캠프 과정은 평균이 600만 원 선이었다. 학원비를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는 필수였다. 그는 일주일에 5일, 하루 6~8시간을 아르바이트에 썼다. '페이가 세다'는 말에 몸이 고된 빌딩 청소까지 했다. 그래도 부족한 달에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다. 한림 씨는 당시를 끝없는 '취업과 알바의 악순환'으로 회상한다.

웹디자이너를 지망하는 김수아 씨의 상황도 비슷했다. 수아 씨는 디자인 학원을 다니기 위해 평일엔 내내 일을 했다. 시중의 디자인 교육 과정은 최소 50만 원. 이마저 취업할 수 있는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때까지 여러 번 결제해야 했다. 학원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정작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돌아오면 혼자 실습할 시간이 모자랐다. 무료인 국비 지원 교육도 들어봤지만,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기엔 과정의 질이 떨어졌다.

이처럼 우리나라 청년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많은 돈을 쓴다. 국내 국∙공립 대학교의 연평균 등록금은 580만 원. 사립대의 경우, 1,040만 원이다(교육부, '2019 OECD 교육지표'). 졸업을 해도 경제적 부담은 이어진다.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월평균 80~100만 원을 사교육에 쓰는데, 이를 위해 절반 이상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여기서 사교육이란 어학시험, 업무 관련 자격증, 영어회화, 자기소개서 컨설팅 등을 말한다(인크루트, '2019 취업트렌드 설문조사').

취업을 위한 아르바이트가 되려 발목을 잡던 상황, 한림 씨와 수아 씨는 해법을 찾았다. *소셜벤처 '학생독립만세'의 '후불제 교육 서비스'를 통해서다. 후불제 교육은 말 그대로 청년이 필요한 교육을 먼저 듣고, '취업 후' 버는 월급으로 수강료를 내도록 한 서비스다. 수아 씨는 학생독립만세를 통해 'UI/UX 디자인 취업과정'을 수료했고, 한림 씨는 현재 '개발자 취업 부트캠프' 과정을 듣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원하는 직군에 취업하기 전에는 일절 내는 돈이 없다. 대신, 수강료는 취업 후에 천천히 상환하면 된다.

* 소셜벤처 (social venture)
사회문제를 비즈니스적 방식을 통해 해결하는 회사를 말한다.


먼저 배우고 취업 후 내세요!
'후불제 교육 서비스'


"아르바이트 없이 취업에만 집중할 방법을 찾다가 후불제 교육을 알게 됐어요. 디자인 회사에 지원하려면 포트폴리오가 필요한데, 학생독립만세를 시작한 후에야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죠. 과정이 끝난 후에도 공간을 지원해주고, 포트폴리오 개발을 계속 도와줘서 상반기부터는 최대한 많은 기업에 지원해 저를 알릴 예정입니다." (김수아)

두 사람은 당장의 경제적 부담을 덜었다. 한림 씨의 경우, 월급의 16%를 1년 반 동안 나눠서 지불하게 되는데, 매달 약 36만 원 정도를 상환하게 된다. 신용조회를 하지 않아 신용등급에도 영향이 없다. 박준우 학생독립만세 공동창업자는 "지금까지는 교육을 받으려면 선불로 비싼 수강료를 낼 수밖에 없었다."며 "청년들이 필요한 직무 교육과 코칭을 원활하게 받을 수 있도록 후불제 모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구조가 가능한 것은 학생독립만세가 도입한 '소득 공유 후불제(Income Share Agreement, ISA)' 덕분이다. 회사가 청년에게 교육비를 선투자하면, 그 청년이 취업해 소득의 일부를 갚고, 이후 회사가 이를 또 다른 청년의 교육비에 투자하는 구조다.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서구권에서는 일찍이 소득공유 후불제가 시행돼왔다. 2002년 설립된 칠레의 재단 'Lumni(럼니)'는 펀드를 조성해 투자자들로부터 청년들의 학자금을 모은다. 럼니를 통해 현재 칠레를 포함해 멕시코, 콜롬비아, 미국의 청년들이 대학 교육을 받고 있다. 최근엔 미국의 'Blair(블레어)', 'Vemo Education (비모 에듀케이션)' 등 스타트업들도 학생을 지원하거나, 교육기관이 후불제를 도입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후불제는 청년을 믿고 가는 '투자'

현재 학생독립만세에는 항공사 지상직∙UI/UX 디자인∙디지털마케팅 등 총 6개 취업 과정이 진행 중이다. 수료 후 6개월 내 평균 취업률이 75%, 1년 이내 취업률은 90% 이상이다. 올해 1월 델타항공의 화물관리 직군에 취업한 이종갑 씨 역시 수료한 지 한 달 만에 취업한 경우다. 종갑 씨는 "취업이란 하나의 목표 아래 수강생 80% 이상이 원활하게 자격증을 취득했다"며 3개월간 심리적, 경제적 부담 없이 집중 교육을 받은 덕분에 빠른 취업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후불제는 저를 믿고 투자해주는 것이니, 감사한 마음이에요. 처음엔 막연히 항공사 취업을 꿈꿨는데, 2개월 반 동안 능력 있는 강사분들과 과정을 밟으면서 제게 딱 맞는 직군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곧 수강료를 상환하게 되는데, 기꺼이 갚을 준비가 돼 있어요." (이종갑)

퍼포먼스 마케팅 과정을 수료하고, 광고기획자로 이직한 최소망 씨는 "실습 위주의 핵심적인 교육을 받으면서 일하고 싶은 분야가 뚜렷해졌다."며 "퇴사 후 몇 개월 만에 이직했고 연봉 수준도 전보다 올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개발자 부트캠프 과정의 강사 서준석 (주)흥미랩 대표는 "일대일 정기 면담을 해가며 각자에게 적합한 개발 방식을 찾아주려 한다."며 "학생들은 부담 없이 배울 수 있고, 우리도 취업만 시켜준다면 합리적인 수익이 오는 이상적인 구조"라고 말했다.

지금껏 2,000여 명의 청년이 학생독립만세를 다녀갔고, 약 200명이 교육을 듣고 있다.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취업 사실을 알려야 파악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음에도, 놀랍게도 부도율이 1%가 채 안 된다. 박준우 COO는 "후불제가 청년들로 하여금 자신이 받은 투자만큼 성실하게 상환해야 한다는 마음을 심어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청년들이 모두 원하는 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후불제가 선불제만큼 당연한 선택지가 될 때까지 계속 청년들에게 '투자'하려 한다."고 말했다.


청년 일자리 돕는 사회적경제 솔루션들

학생독립만세처럼 청년들의 금전적 비용을 줄여주는 솔루션은 더 있다. 열린옷장은 청년들에게 면접용 정장을 저렴하게 대여해주는 단체다.
온라인 홈페이지(theopencloset.net)를 통해 방문 일정을 예약하면, 직접 방문해 본인에게 맞는 정장을 입어보고 빌릴 수 있다. 이력서 사진촬영, 무료 법률상담 등도 제공된다. 서울∙경기 지역 청년의 경우, 지자체 일자리센터를 통해 무료대여도 가능하다. 서울에 거주하는 경우, '취업 날개 서비스'를 통해 한 벌당 3박 4일간, 연 최대 10회까지 무료로 정장을 빌릴 수 있다.
서울일자리포털http://job.seoul.go.kr 에서 신청하면 된다.

소셜벤처 '점프'는 청년이 취업 전 다양한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울시와 함께 진행하는 '청정지역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의 미취업 청년들이 지역의 기업에서 근무하며 진로를 탐색하도록 지원한다. IT분야부터 마케팅, 디자인, 영업까지 지원 분야도 다양하다. 제주 지역 해녀들과 청년들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소셜벤처 '해녀의부엌', 부산 영도구의 힙플레이스 '끄띠'를 운영하는 도시재생 기업 '알티비피얼라이언스' 등 총 200여 개 기업이 청년을 모집하고 있다. 급여는 월 220만 원 선이다. 역량강화 교육과 진로 멘토링, 시장 명의 수료증 등도 제공된다. 참가를 원하는 청년은 오는 3월 8일까지 홈페이지(youthstay.org)에서 신청하면 된다.


취업 대신 창업을 모색하는 청년을 위한 해법도 있다. 소셜벤처 '위대한상사'는 공유식당 플랫폼인 '나누다키친'을 통해 창업 비용을 줄여준다. 낮에는 영업하지 않는 점포를 공유 받아 적은 비용으로 창업하게 하는 것이다. 비용은 약 1천만 원으로, 음식점 평균 창업 비용인 1억 원의 10분의 1 수준으로 핵심 상권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메뉴와 식기, 인테리어, 마케팅 등도 지원된다.
사회연대은행은 올해 초 서울 혜화동 인근에 카페 '더 테라스'를 열었다. 카페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은 1년간 저렴하게 공간을 이용하며, 아름다운커피, HBM사회적협동조합 등으로부터 카페 운영 컨설팅, 사업 모델링 등 노하우도 전수받게 된다.


박혜연
'빅이슈' 객원기자.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과 솔루션에 관심이 많습니다.
전 <조선일보> 공익섹션 더나은미래 기자.

사진 성수한, 최두용
사진제공 학생독립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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