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우주
<선데이서울 Ep.3>
우주소녀, 우주히피, 우주왕복선사이드미러…. 우주라는 이름을 쓰는, 우주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아티스트만 해도 상당히 많다. 오늘은 그 가운데 영어로는 'uju'라고 쓰는 우주를 소개하려고 한다. 얼마 전, 우주의 앨범 <선데이서울>의 세 번째 에피소드가 발매되었다. 앨범 규모로서의 EP가 아닌, 하나의 에피소드를 의미하는 'Ep'는 지난 이야기와 이번 회차를 연결해서 들으면 더욱 흥미롭다는 점에서 어울리는 명칭이다. '선데이서울'이라는 이름 또한 그러하다. 황색잡지의 대명사이자 7~80년대에 통용된, 특정 시대와 분위기를 나타내는 단어로 앨범 제목을 삼은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시티팝'이라는 키워드가 한창 음악 시장에서 중요한 단어로 쓰일 때, 우주는 그와 관련 있는 음악을 선보였다. 그렇다고 하여 우주가 시티팝 아티스트는 아니다. 그의 음악을 들으면 '레트로'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과거 유행했던 음악이나 분위기가 연상되지만 단순히 옛것을 재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지향적이면서도, 오히려 90년대에 모두가 떠올렸던 미래의 이미지, 또 어두운 디스토피아를 연상케 하면서도 네온사인으로 대표되는 밝고 화려한 풍경이 그려진다. 과거와 미래 사이를 오가며 현재의 시점에서 음악을 하는 우주는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다.
우주가 다른 팝 음악가와 다른 점이 있다면 클리셰를 더욱 과감하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영역 안에 들인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자신만의 것이 확실하게 존재할 때 비로소 기존 문법이나 외부의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우주의 음악은 전체적인 분위기에서는 익숙할 수 있으나 찰나의 순간에서 빛을 발한다. '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등장하는 의외의 지점에서 새롭고 세련된 전개를 던진다. 여기에 뉴잭스윙부터 발라드 넘버까지 소화하며 표현할 수 있는 폭을 넓히고, 과거의 음악에 향수를 지닌 이들도 끌어온다. 아마 세대를 막론하고 세련된 음악을 즐기는 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주는 밴드 형태로 음악을 시작했다고 한다. 사실 시점으로부터 자유로운 음악만큼 매력적인 음악이 또 어디 있을까? 그런 면에서도 우주의 음악은 단순히 과거를 연상케 하는 키워드만으로 설명하기 힘들고,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언제 만나든 충분히 기분 좋은 감상을 할 수 있다. 화려한 이미지, 낭만적인 느낌 안에 어딘가 공허한 느낌은, 80년대 사이버펑크 속 도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것이 지금 한국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런 세상에 살기에 이런 음악이 나오고, 이런 음악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물론 우주라는 음악가는 이러한 이미지에서 그치거나 멈추지 않는다. 앞으로 그는 더욱 고전적인 음악을 할 수도 있고, 더 재기발랄한 무언가를 선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음악가가 지닌 가능성만큼 매력적인 <선데이서울> 시리즈, 이번 세 번째 에피소드 이전에 발표한 두 에피소드도 함께 감상해보자.
글 블럭(박준우) by 포크라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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