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엑스엑스>
운명적 재회. 주인공이 두 여성임을 강력하게 선언하는 드라마 도입은 사랑도, 우정도 나타내지 않는다. 루미(황승언)는 단짝이었던 나나(안희연)와 다시 못 볼 사이가 되어버린다. 루미가 나나가 헤드 바텐더로 일하는 바 '엑스엑스'에 방문하면서 둘 사이에 다시 불꽃이 튀지만, 나나는 루미에게 욕을 하거나 '물싸대기'를 끼얹는 대신 루미를 최대한 빨리 바에서 내쫓는 방식을 택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금수저' 루미가 나나와 함께 일하기 위해 바를 인수해버린다. 나나 입장에서는 악연의 연결고리다.
5년 전 루미와 전 남자친구 간의 일 때문에 사람을 만나기 힘들어하는 나나는 손님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는 바텐더의 룰을 어긴다. 어느 기업 내의 불륜 사건을 목격하고, 룸메이트 정든(이종원)과 함께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버린 것.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지만 다행히 우려할 만한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칵테일 바를 닫지도 않고, 나나가 쫓겨나지도 않는다. 심지어 손님은 약간의 고마움을 표하지만, 루미와 바를 두고 벌어지는 의견 대립은 심각해진다.
과거와 현재에 걸쳐, 루미와 나나를 두고 바람을 피우는 남성들은 "너 요즘 약 안 먹지?", "너한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등의 말로 여성들을 죄책감에 시달리게 한다. 나나는 정든에게 말한다. "사이다여야 하는데, 찝찝해." 나에게 못할 짓을 했던 사람이 같은 수모를 당하고 있는데, 통쾌하거나 시원하지가 않고 답답하다. 5년이 지났지만 쉽게 풀리기 어려워 보이는 루미와 나나의 갈등은 새로운 마찰을 통해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면서 서서히 해소의 물꼬를 튼다. 서로에 대한 앙금을 복수의 에너지로 쓰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이 같은 두 사람의 유대감이 점점 상승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나나와 루미가 바 운영자로서 여러 의견차를 보여주는 것도 흥미롭다. 잘 풀리나 싶다가도, 설상가상으로 '엑스엑스' 공공의 적인 서태현(신재휘)이 바에 방문하면서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깔끔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두 여성이 단지 욕망의 대상으로 남지 않고 복수의 대상인 남성을 서서히 짓밟는 이 드라마의 흐름이 새롭다.
MBC
금요일 밤 12시 50분
글 황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