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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23 컬쳐

3월의 콘텐츠 -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2020.03.16 | 여자 셋이 모이면? '틀'이 깨진다!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그리스 신화는 시대와 국가를 뛰어넘어 불멸의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어릴 적 <만화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고 자라, 신화학자 이윤기 번역의 <그리스 로마 신화>로 폭넓은 신화 패러다임에 눈떴다면, 이제는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로 여성주의 그리스 신화에 입문할 차례다.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에는 올림포스 12신 중 ‘가정의 여신’ 헤라,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사냥과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중심이 되어 등장한다. 세 여신은 외모도 성격도 제각각이지만 특히 사랑과 인생을 대하는 측면에서 각기 다른 선택으로 대표성을 지닌다.

헤라는 매일같이 바람둥이 남편 제우스가 쫓아다니는 여자들을 질투하며 어떻게 괴롭힐까 머리를 굴린다. 내 가정을 파괴하는 자,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선언하는 헤라의 분노는 제우스의 바람기만큼이나 지칠 줄 모른다. 아프로디테는 성 기능이 온전하지 못한(?) 남편 헤파이스토스 몰래 남자들과 염문을 뿌리고 다닌다. 동시에 여러 사람을 마음에 품을 수 있는 그녀는 실로 사랑의 여신이라 할 만하다. 한편 아르테미스는 올림포스 항간에 떠도는 염문설에 남사스러워하며 처녀성을 지키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여성이다. 자신의 알몸을 훔쳐본 악타이온을 사슴으로 만들어 사냥개에게 찢겨 죽게 한 전적이 있다.

세 여신은 연애와 결혼에 대한 가치관을 나누며 서로를 비난하기 시작한다. 아르테미스는 대지의 여신이던 헤라가 고작 남편 뒤를 밟는 질투의 여신으로 전락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헤라는 여기저기서 남자들과 자고 다니는 아프로디테의 욕정을 이해하지 못하겠단 태도를 보인다. 아프로디테와 헤라는 비혼으로 평생 사냥만 하며 살겠다는 아르테미스 내면에서 죽은 오리온에 대한 사랑과 자기부정을 발견하고 답답해한다. 그러다 제 방식이 옳다고 자기 입장만 고수하던 세 여신이 서로를 보듬어주는 순간이 온다. 바로 폭력 앞에서다. 남자들의 폭력과 폭언을 두고 “한 번쯤 그럴 수 있지” “내가 잘못했을지도”라며 작아지는 서로 위로하면서, 세 여신은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입을 모으고 눈물을 흘린다.

‘페미니즘 입문극’이라는 별칭답게 연극은 입체적인 세 여성상을 제시하고 관객 스스로 누구와 가까운지 돌이켜보게 한다. 질투, 욕정, 자기부정. 세 여신의 사랑과 인생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문제점이 발견되지만, 비난의 대상은 아니다. 결말은 이렇다 할 해답을 제시해주지 않지만 ‘바라는 삶의 태도’ 와 ‘실천 방식’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관계와 성취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관객 각자에게 구체적인 물음표를 남긴다.

기간 2020년 3월 29일까지
장소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


양수복
사진제공 창작집단 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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