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다시 올게요.’
‘다음에 또 오자.’
여행의 막바지에 이르러 재회를 기약하게 되는 까닭은, 그곳에 머무르며 느꼈던 온갖 행복감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하고, 이제는 이 즐거운 여정을 끝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함이기도 하다. 미리 세워뒀던 계획을 전부 실행하지 못하고 돌아가게 될 때의 안타까움을 또 다른 설렘으로 바꿔주는 다짐이 되기도 한다.
사실 그동안 이 약속에 문제가 되는 건 시간과 돈뿐이라고 생각해왔다. 시간이 있을 땐 돈이 없어서, 돈이 있을 땐 시간이 없어서 떠나지 못할 뿐이었는데 이 두 가지가 다 생겨도 떠나기 어려워지는 날이 올 줄, 과연 누가 알았을까. “우리는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야 그것의 의미를 알게 된다.”(크소코노쉬틀레틀, 1995)라는 책 제목이 그 어느 때보다 와닿는 날들이다. 어느 여행이고 소중하지 않았던 적은 없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일 그 자체가 각별한 것이었음을 여실히 체감한다.
언제 다시 떠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아쉬움을 달래는 방법은 지나온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일이다. 다녀온 여행지의 사진들을 야금야금 꺼내 보면서 그때 느꼈던 감정을 되돌아보는 시간. 사소한 사진일지라도 한 장 한 장이 전보다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 그리운 추억의 기록 속에서 많은 위안을 받는다. 당장 가지 못할 뿐, 영영 못 가는 것이 아니라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언제가 될지 몰라도 다음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알차고 즐겁게 여행을 다니겠노라는 의지가 샘솟기도 하는 것이다. 어떤 부분에서든 위안이 될 만한 구석을 찾아보면, 지금 이 시절이 그렇게 슬프게 와닿지만은 않는 것 같다.
그러니, 한껏 더 소중해진 추억과 함께 조심스레 평온한 일상을 이어가며, 분명히 찾아올 다음번 여행에 대한 기대를 안고.
우리 분명 다시, 또 만나요.
글·사진 김여행
먼 타지의 여행이든, 동네 카페 투어든,
항상 어딘가로 떠날 궁리를 하는 가장 보통의 직장인.
트위터 @_travel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