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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28 컬쳐

6월의 콘텐츠 - 뮤지컬 <차미>

2020.06.18 | ‘내’가 되어야 끝나는 싸움

[MUSICAL]
<차미>

SNS 속 모습이 실제 나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주제를 뮤지컬 <차미>가 대신 실현해준다. 취업준비생 ‘차미호’는 다른 사람의 멋진 사진과 이야기를 자신의 SNS에 올린다. 보정으로 더 예뻐진 얼굴, 즐겁고 행복해 보이는 일상을 훔쳐다가 SNS에 올리는 미호는 ‘좋아요’ 알림에 행복하다. 이때 미호 앞에 ‘차미(Cha_Me)’가 나타난다.

차미는 미호의 소망으로부터 나온 존재다. 미호가 보정한 사진처럼 키도 크고 얼굴도 작고 더 예쁘고 성격도 좋고 사회생활 능력도 출중한 팔방미인이다. 차미는 미호에게 네가 원하는 SNS 속 바로 그 모습으로 인생을 대신 살아주겠다고 제안한다. 현실의 제 모습을 사랑하지 않는 미호는 제안을 수락한다. 차미가 된다면 짝사랑하는 진혁 선배와도 사귈 수 있고 취업도 껌일 텐데 무엇이 문제랴. 그러나 달콤함도 잠시, 미호는 곧 문제에 봉착한다. 차미와 미호의 관계를 들킬까 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차미가 예쁜 옷을 사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며 카드를 긁어댄 탓에 집에서 부업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이쯤 되면 차미는 미호의 ‘부캐(서브 캐릭터)’가 아니라 본체고, 미호가 차미를 위해 헌신하는 시녀 같다. 이제 미호와 차미의 싸움이 시작될 때다.

여기서 <차미>는 예상 밖의 길을 선택한다. 모티프가 유사한 고전소설 <옹고집전>처럼 가짜 옹고집이 허수아비로 변하는 결말 대신, 미호와 차미의 연대를 그린다. 진짜 자기 삶을 살기 위해 힘내기 시작하는 미호와 자신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지만 미호를 응원하는 마음 넓은 차미는 MSG 없이 훈훈한 감동을 안긴다. 차미의 짝사랑 상대인 진혁 선배와 오랜 친구 ‘고대’는 차미와 미호의 곁에서 활기를 불어넣는다.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완벽남’ 진혁은 연신 허세 가득한 몸짓과 능청스러운 대사로 웃음을 안기고, 흥미로운 반전도 선사한다. 고대는 진혁과 대척점에 서 있다. 어딘가 허술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날카로운 눈썰미의 소유자로, 매사 진심이고 열심히 하는 미호의 본래 모습을 좋아하며 힘을 불어넣어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다.

세태를 반영한 창작 뮤지컬인 만큼 재기발랄한 넘버들도 매력 포인트다. 채만식의 소설 <레디메이드 인생>을 패러디한 넘버 ‘레디메이드 인생’ 중 “정해진 길을 따라 걷고 때로는 숨차게 달려도 난 미완성의 기성품. 그 노력의 의미는 무엇인가. 레디메이드 인생. 날 데려가요. 날 선택해요. 날 찍어봐요. 꽤 쓸 만해요~”는 웃기고 슬픈 톱니바퀴 인생을 사는 현대인들의 귓가에 오래 맴돌 것이다.

기간 7월 5일까지
장소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양수복
사진제공 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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