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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41 인터뷰

다마스에 책을 싣고 달립니다 1

2020.12.31 | 북다마스 김예진 대표

도서관마다 차에 책을 싣고 이동하며 책을 빌려주고 반납 받는 자동차 책방은 우리에게 아주 낯선 존재는 아니다. 아파트 단지에 정해진 요일마다 책을 가득 싣고 오던 자동차 책방은 어린 시절 책과 관련한 가장 낭만적인 공간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북다마스’는 도서관의 이동식 책방에서 한발 더 나아가 평소에 사람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독립 출판물을 다마스에 싣고 소개하고 판매한다. 작은 다마스 안에 빼곡이 책을 꽂고 전국 곳곳을 누비는 김예진 대표는 ‘북다마스’를 ‘움직이는 책방’이라고 소개한다.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접할 수 있고 책보다는 영상이 더 각광받는 시대지만 책은 여전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매개체다. 마음을, 책을, 낭만을 담은 ‘북다마스’를 소개한다.

북다마스라는 이동 책방을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다마스 자동차로 이동하며 독립 출판물 위주의 책을 판매하는 이동 책방입니다. 더 짧게 말하고 싶을 땐 ‘이동’보다 ‘움직이다’라는 말이 좋아 ‘움직이는 책방, 북다마스’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움직인다는 말에는 이동보다 더 다양한 의미가 들어 있거든요. 이동한다는 뜻, 마음을 움직인다는 뜻, 생생하다는 뜻 등등이요. 다마스를 끌고 나가 책을 파는 걸 ‘출점’이라고 하는데, 북 페어 등 축제에 참여하거나 카페 같은 기존 공간과 협업하는 형태로 출점하고 있습니다. 전국 출점 땐 주 5회까지도 진행했지만 주 3~4회가 보통이고, 요즘은 날씨가 추워지고 여러모로 재정비할 부분이 있어 주 2~3회 출점합니다.

어떻게 북다마스라는 이동 책방을 열게 되었나요.
‘어떻게’라는 말의 의미가 방법을 묻는 거라면 법률적으로 검토해 서적 도소매로 사업자등록을 한 후 다마스와 가구를 구매하고 독립 출판물 제작자들에게 연락해 입고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어쩌다가, 왜 하느냐는 질문이라면 어릴 적 이동도서관을 보며 멋지다고 생각했고 먼 훗날 나도 저런 버스를 갖고 싶다고 막연히 바라다가 ‘꼭 먼 훗날일 필요 있나. 먼 훗날엔 힘들어서 더 못 할 것 같은데.’ 싶어 상상하던 것을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왜 하필 다마스냐고 물으신다면 다마스의 디자인, 다마스가 갖고 있는 감성(소상공인의 희망, 작은 차 큰 기쁨!)이 너무나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북다마스’라는 이름도 마음에 들었고요.

차 안이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판매하는 만큼 도서 선정에 매우 신중할 것 같아요. 책 선정과 입고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북다마스가 알려지면서 섭외 요청이나 입고 문의가 들어오진 않나요.
초반에는 제가 먼저 입고 문의를 드렸는데, 요즘은 입고 문의를 먼저 해주시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전에는 문의하시면 거의 다 받았는데 아무래도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요즘은 보내주시는 메일과 자료를 보고 선정합니다. 독립 출판물 위주로 판매하기 때문에 제작자와 일대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고, 메일로 소통 후 택배로 책을 받습니다.

이동 책방이라고 하면 언뜻 자유로울 것 같지만 이면을 살펴보면 제약이 많은 판매 방식이에요. 몇 달간 북다마스를 운영하면서 처음 다마스에 시동을 걸었을 때와 가장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은 뭔가요.
우선 저는 원래 2종 보통 장롱 면허 소지자였는데, 다마스를 운전하려고 면허를 1종 보통으로 다시 땄어요. 다마스가 제 인생의 첫 차입니다. 그래서 운전이 무척 서툴렀는데, 지금은 많이 숙달됐죠. 하지만 아직도 다마스 뒤에 초보 운전 스티커가 붙어 있어요. 시작할 당시와 지금의 차이를 꼽자면 출점지 섭외가 비교적 수월하다는 점인 것 같아요.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장소 섭외가 쉽지 않았거든요. 플리마켓이나 축제 같은 건 다 취소돼 나가지도 못했고요. 그 점이 좀 힘들었는데 지금은 괜찮은 편입니다.

판매 장소 섭외가 녹록지 않을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주차장이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주변의 이목을 끌어야 하잖아요. 가장 힘들었던, 혹은 가장 고마웠던 판매지가 있다면요?
판매처를 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죠. 매장 없이 운영하는 걸 좋지 않게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거든요. 근데 저보다도 더 흥미롭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북다마스를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판매지도 요즘은 먼저 연락해주시는 경우가 많아요. 판매지 대표님들 모두 항상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베풀어주셔서 늘 감사하며 재밌게 일하고 있습니다.

비나 눈, 폭염이나 혹한, 미세먼지 같은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잖아요. ‘책 장사’를 방해하는 이런 변수에는 어떻게 대응하세요? 터득한 나름의 노하우가 있나요.
눈이나 혹한은 아직 겪어보지 않았고, 올해 장마가 길었던 탓에 비는 많이 경험했는데 왕도가 없습니다. 비 오는 날은 장사를 접는 게 제일 낫더라고요. 비닐로 어떻게든 막아서 해보려고 해도 역부족이에요. 무엇보다 비를 맞지는 않아도 습도가 높아서 책이 상하더라고요. 그래서 비 오는 날에는 웬만하면 출점을 취소하는 방향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가장 큰 문제는 바람인데, 이 바람이라는 것이 참 애매해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전혀 예측할 수도 없어요. 바람 불면 계속 책이 떨어지고 그때마다 줍기를 반복하게 되는데 아무리 샘플 책이어도 마음이 아파요. 바람 부는 야외에 오래 있는 건 체력 소모도 꽤 크고요. 그냥 앉아 있었는데, 집에 가면 오토바이를 한바탕 타고 들어온 느낌이 들거든요. 나름의 노하우라면 날씨 영향을 그나마 덜 받기 위해 책을 트렁크 쪽으로 몰아서 배치한 것이에요. 초기 북다마스 출점 사진을 보면 다마스 측면에 테이블을 깔고 책을 배치했는데, 이러면 날씨의 영향을 더욱 많이 받아서 지금은 책이랑 가구 모두 트렁크 쪽으로 몰아서 진열하고 있어요. 해보니까 그나마 이게 제일 안정적인 형태더라고요.

우리나라에 이동 책방이라는 선례가 없던 상태에서 변호사를 만나 법률 상담을 받아가며 창업을 준비했잖아요. “‘도서 판매 자동차’라고 명명한 이동 책방에 대한 규제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거나 “법은 사후에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법이 애초에 없다면 위법일 수 없다.”는 자문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관습적으로 아무도 하지 않은 것을 시작한 것이고 그런 시도들이 문화적 풍요를 가져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질문과 관련 있는 답인지는 모르겠는데 문득 떠오르는 건, 저는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세상에 정해져 있는 것들, 기준 혹은 고정관념 등에 항상 촉수를 세우고 있긴 한 것 같아요. 꽤 평범한 인생을 살았고,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을 때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였어요. 그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처음으로 목표를 달성함과 동시에 상실하는 경험을 하고, 또 그 목표가 상상하던 것과 다르다는 걸 알아가면서 오는 실망감이나 허무감이랄까, 그런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 공부하라고 해서 공부하고, 대학 가고, 열심히 살았는데, 그리고 그 모든 걸 내 의지로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미 누군가가 옳다고 정해놓은 길로 걸어간 것뿐이고 나라는 존재는 없다고 느꼈다고 할까요. 아무튼 그때 때늦은 사춘기 같은 게 왔고, ‘누군가의 이야기만 듣고는 내가 원하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내가 경험해봐야 한다. 사람은 제각각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살아도 된다).’ 이런 생각을 한 것 같아요. 그런 주체적이고 다양한 생각을 펼쳐놓고 정리하는 게 저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중요하다고 봤고, 지금도 이런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책을 만들고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책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엄청난 파급력을 갖진 못하더라도 북다마스가 조금이나마 그런 일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안덕희
사진제공 북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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