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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41

유해야생동물이라는 이름의 억울한 죽음

2021.01.27 | 카라가 본 세상

서울 마포구 양화진 공영주차장 옆에 위치한 양화대교 교각 위에는 조류의 진입을 막기 위한 방조망이 설치돼 있다. 그런데 그 안과 밖에서 비둘기들이 구멍에 발이 엉킨 채 그대로 죽어가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활동가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7~8개의 방조망이 설치되어 있었고, 교각과 상부구조 사이의 틈새로 비둘기 수 마리가 간간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미 현장에서 두 마리의 비둘기가 방조망에 걸려 죽어 있는 모습도 포착되었다. 한 마리는 방조망 안에서, 한 마리는 밖에서 망에 걸려 죽은 것으로 보인다.


유해는 누구의 기준인가
환경부는 집비둘기, 까치, 고라니, 멧돼지, 청설모, 까마귀 등 일부 동물을 일정 수준의 피해를 가하는 상황에 따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했다. 도심지에 쉽게 볼 수 있는 집비둘기는 서식 밀도가 높아 분변 및 털날림으로 건물 부식 등 재산상 피해를 주는 상황을 반영하여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었다. 각 지자체는 유해야생동물로 인한 피해 민원을 접수하면 정해진 구역 내에 허가받은 사람이 한정된 개체 수만 포획할 수 있도록 하고, 허가 없이 임의로 포획하거나 죽이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그러나 유해야생동물이 죽을 위험에 놓여 있어도 방치할 수 있다는 조문은 현행법 어디에도 없다. 죽어가는 생명에 대해 묵과하지 않고 조치를 취하는 것 자체가 보편적인 생명윤리다. 너무도 상식적이고 마땅히 그래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울교통공사 측이 보인 답변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현장을 돌면서 발견한 두 구의 비둘기 사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에 민원을 제기하며 입장을 물어보았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이번 주 안으로 방조망을 걷어내 교각 안에 있는 비둘기들을 밖으로 빼내고 다시 방조망을 설치할 것이라 답변했다. 결국 방조망을 계속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방조망을 설치한다면 어디에 있을지 모를 틈으로 비둘기가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하고 폐사하거나 밖에서 교각에 접근했다가 그대로 발이 걸려버릴 위험이 높아 보인다. 이를 전달했음에도 서울교통공사 측은 올해 10월부터 새롭게 설치한 구조물이고, 한정된 예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생명을 결코 가볍게 여길 순 없다. 방조망이 비둘기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면 방조망 설치 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조류 진입방지 스파이크(bird-proong spike)나 교각과 상부구조 사이 공간에 맞게 세우는 철제 매시(bird mesh) 등으로 방조망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위한 예산 확보도 필요할 것이다.


신주운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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