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학교 사회학과 메모리얼 파티 행사준비위원회 박재범·권민조
이들은 사회학이 렌즈와 상상력을 줬다고 말했다.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졸업생인 박재범, 권민조 씨는 2025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는 학과를 기리기 위해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메모리얼 파티(장례식)’를 기획했다. 대구대학교 본부는 2025학년도부터 사회학과 신입생 모집을 중단한다고 밝힌 상태다. 1979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가 대구대학교 사회학과의 ‘삶’이다. 2024년 11월 7일부터 8일까지 진행된 메모리얼 파티는 전통적 형태의 장례식 모습을 했을 뿐 아니라 학술 발표와 토크콘서트를 겸하는 학과의 큰 행사였다.
폐과 절차를 밟지만, 분위기가 마냥 가라앉은 건 아니다. 오히려 메모리얼 파티를 통해 학생들에겐 목표가 생겼다. 사회학과 안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무엇을 지향할 것인지 생각하고 논의한다. 재학생과 교수, 졸업생까지 머리를 맞댄다. 이러한 고민이 사회학과를, 사회학을 어디로 데려다줄지 두 사람은 궁금해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기업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박재범 씨,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인 권민조 씨와 폐과 이후 기획한 메모리얼 파티와 함께 사회를 따라 흐를 사회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폐과 소식을 처음 들었을 당시를 복기해달라.
권민조 2023년에 사회학과가 폐과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가, 이후 교수님들을 통해 폐과 결정을 전해 들었다.
박재범 사회학과가 없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다. 그때 사실상 올해 신입생이 마지막 입학생이라는 걸 알게 됐다. 2024년 4월쯤이었다.
대구대에선 학과 평가 지표가 나빠서 신입생을 받지 않고 폐과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박재범 학교도 우리도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회학과에서 모집 정수를 채우는 건 전부터 굉장히 어려웠고, 한두 해에 걸친 문제는 아니다. 내가 2017년에 학회장을 했을 때도 폐과 위기는 존재했다. 다만 대구대 사회학과는 2023년 신입생을 받은 후 정시는 학부로, 수시는 학과 소속으로 지원을 받았다. 학부 생활을 1년 정도 하고 어떤 수업을 듣는지를 정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당시 신입생들은 입학하자마자 학과를 정하게 되는 분위기가 있었다. 사회과학대 차원으로 봤을 때 특정한 인기 학과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사회복지학과 등에는 신입생이 몰릴 수밖에 없다. 그게 신입생 미달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권민조 대학도 시장의 논리를 따른다. 그런 측면에선 지난 3년간의 사회학과 역량 평가가 부정적 지표로 보일 수 있다. 입학 후 학과를 선택하게 되는 학부제는 개인의 선호를 따를 수밖에 없고, 특히 지방대의 경우 입학의 목표는 취업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취업 전 취득 가능한 자격증이라든지. 사회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가진 어떠한 불리함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학부제라는 학제 개편의 영향도 있겠지만, 아쉬운 건 그 외의 방법을 학교가 생각할 수 있지 않았나 싶은 거다.
사회학과 추모 행사를 기획하면서 우려했던 점은?
권민조 ‘우아한 반란’이라는 키워드를 계속 밀고 있다. 일단 대구대학교의 기초 학문이나 지역 대학을 대표하는 식의 대표성을 띠지 말자고 생각했다. 대신 사회학의 정신을 실천할 수 있는 문화적 퍼포먼스를 해보자고 준비위원회의 의견을 모았다. 그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사회적으로 일종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행사라고 생각했다. 사실 학과 폐지에 반대하는 뜻으로 할 수 있는 액션은 굉장히 다양하다. 시위, 농성, 총장실 점거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 문화적인 의미로 부드럽게 한 방 먹이는 걸 목표로 했다. 행사일 기준 금요일이 수시 입학 전형의 최종 결과 발표일이었다. 대구대학교의 입학을 희망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부정적인 메시지를 줄까 걱정도 됐다.
박재범 누군가 물어보면 ‘짬뽕’ 같은 행사였다고 말한다. 대구대학교 사회학과가 이렇게 조용히 없어질 순 없다고 생각했다. ‘사회학과를 건드리면 이 정도 각오는 해야 해’랄까. 학교와 학계, 지역사회에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재학 중인 사회학과 학생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사회학과에서 매년 진행하는 학술제를 이번에 처음 겪었다. ‘재밌는 장례식’처럼 단어가 모순되는 ‘짬뽕’ 같은 목적을 가진다는 걸, 우리는 이런 연구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고 했다.
권민조 언론이 사회학과 장례식을 조명하는 방법에 따라 우리에게 위협이 되거나 행사 자체가 위축될 만한 계기도 있었다. 특히 학생들이 기사 댓글을 보는 상황을 가장 걱정했다.
메모리얼 파티를 준비하면서 생긴 변화는?
권민조 사실 사회학을 그만하려고 했다. 버킷리스트가 대구대학교 사회학과의 교수로 다시 돌아오는 거였는데 그런 동기가 없어졌다. 행사 준비할 땐 아무렇지 않았는데, 추모 공간에 현수막을 달다가 눈물이 터지더라. 뭔가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 같아서. 많이 울었다.
박재범 행사를 총괄하다가 끝나니 급격히 공허해졌다. 재학생일 때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올라왔다. 이런 느낌을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얻었다.

학제 개편 이후 들려오는 과 분위기는 어떤가? 재학생의 수업권 보호 조처를 한다는데 학제 개편이 강의나 학사 일정에 영향을 미친 측면은 없나? 학교의 수업권 보호 조처는 어떻게 보는지.
권민조 지켜봐야 할 문제다. 사회학은 토론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 조건 중 하나가 인원수다. 다양한 논의를 할 기회가 달려 있다. 인원에 따라 토론 분위기가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 또 조심스럽긴 한데 폐과 절차에 따라 내년부터는 책임 교수 한 명 이외에 교수들은 다른 과와 겸임한다. 소속이 변경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개설할 수 있는 과목 자체가 분산된다. 교수들의 상황에 맞게끔 과목 수를 조정해야 한다. 과거에는 6~7개씩 사회학과 수업을 개설할 수 있던 교수가, 예를 들어 사회복지학과에 4과목을 개설하고 사회학과에 3과목을 개설하면 학생들은 4과목을 들을 수 없는 식이다. 학생들이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서 학문적인 탐색을 할 수 있는 경우의 수 자체가 확률적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가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아는 데에 한계가 있어서, 2025년의 상황을 확인해보려고 한다.
박재범 당장 이제 ‘이 수업이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1학년이 2학년 수업을 듣는 경우가 있더라. 다만 수업권 보장에 대해선 공적인 자리에서 이야기가 된 적은 없다. 재학생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비슷한 얘기는 나왔지만 한 번도 문서화된 적은 없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싶은 단 한 명의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학과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타 대학에서도 사회학과가 줄어드는 추세다. 기초 학문의 규모가 대학에서 축소되는 경향은 어떻게 보나.
박재범 우리가 기초 학문을 대변할 수는 없고, 그렇게 비치고 싶지 않다. 다만 이번 장례식을 기획하면서 대구대학교가 이젠 쉽게 폐과를 결정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어떠한 저항의 목소리에 레퍼런스가 됐으면 좋겠다.
권민조 사회학과가 폐과될 걸 예견할 수 없었던 분위기냐, 당연히 아니다. 기초 학문이 없어질 위기라는 건 굉장히 오래된 이야기다. 다만 이 질문 같은 문제의식이 생기길 원했다.
대표되는 듯한 부담이 컸던 것 같다.
권민조 당연하다. 시기적으로 행사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장례식을 잘한 이유는 타 학교에 폐과가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줄 기회라고 생각해서다.
학교 본부의 행정적 절차에서 아쉬운 점은?
박재범 45년간 한 대학에서 존재한 학과라면 졸업생도 그 주체에 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행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사회학과가 없어진다는 걸 몰랐던 졸업생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그렇게 배제된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두 번째는, 간담회라는 자리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결정을 되돌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대화와 토론을 하지 못했다.
권민조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지 못했다는 점이 큰 문제다. ‘우리의 결정은 이러한 이유에서다.’라고 설명하는 자리가 없었다는 게 아쉽다.
사회학의 매력은?
박재범 불편한 걸 말하게 하는 힘이 있다. 껄끄럽고 어려울 때도 해야 하는 말은 꼭 해야 한다는 것. 그뿐 아니라 불편한 얘기를 상대방에게 어떻게 하면 잘 전할 수 있는지도 배웠다.
권민조 석사과정에서 저를 가르쳐주신 교수님께서 사회학은 ‘불편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학문이라고 하셨다. 더불어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모든 현상을 솔직하게 뜯어볼 수 있다. 어디 가서 사회학의 역할이 뭐냐는 질문을 들으면 ‘사회의 의사’라고 말한다. 불편한 것을 마냥 숨겨서 곪아 터지게 만들지 않는 법을 배운다.
사회학이 어떻게 성장했으면 하나?
권민조 당장 드러나는 결과물을 생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만 그 중요성을 경험하고 확산할 수 있는 장이 생기면 좋지 않을까 싶다. 대학생뿐 아니라 실생활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학을 접할 수 있는 측면으로 성장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박재범 기사 댓글에 이런 얘기가 있더라. 지역에 사회학과가 왜 있어야 하냐고. 지역은 문화도, 생활도 서울과는 다르다. 아마 대구에 와서 5년을 있어도 우리만큼 대구 지역의 문화를 알기는 어려울 거다. 사회현상이나 문제가 서울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고, 마을과 가정 단위에서도 나타나는 게 사회현상이다. 그런 걸 제대로 연구하고 파악하기 위해선 지역에도 사회학을 연구하는 이들이 계속 배출되어야 한다. 재학생들이 잘 성장해서 본인들이 하고 싶은 연구를 통해 사회학을 이어가는 희망을 보는 행사였길 바란다.
글. 황소연 | 사진제공.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메모리얼 파티 행사준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