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없고 콘텐츠는 너무 많다! 매번 어떤 콘텐츠를 볼까 고민만 하다 시작조차 못 하는 이들을 위해 일단 시작하면 손에서 놓지 못하는 웹소설을 소개한다. 키워드가 취향에 맞는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5화’만 읽어보자.

오피스 로맨스와 계약 결혼 키워드를 내세우지 않는 현대 로맨스를 찾는다면 여기 주목. 미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홈커밍 파티, 미식축구부, 온갖 루머와 소문의 중심지인 카페테리아 등의 소재로 넷플릭스 시리즈 속 하이틴 감성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형 여주와 그런 여주가 자꾸 신경 쓰이는 재벌 남주 조합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K로맨스 감성이 느껴지기도.
캔디형 여주가 자꾸 신경 쓰이는 재벌 남주의 이름은 노아 크리스텐슨. 일명 ‘올드머니’로 대대로 이어지는 가문의 부를 타고난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족할 것 하나 없어 보인다. 자신과 비슷한 부류에 둘러싸여 자라온 그에게 소수자 전형으로 전학 온 동양인 여자애, 제이미의 존재는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다른 이들의 눈에도 마찬가지였던 걸까. 아첨과 관심에 익숙한 그곳의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세계에 섞이려 애쓰지 않는 제이미는 눈에 거슬리는 존재였고, 그녀는 금세 놀림과 차별의 대상이 된다. 이곳의 아이들과는 다른 생김새와 배경에 호기심이 생긴 건 사실이었지만 그뿐이었으니까. 최상위 포식자의 위치에서 그저 방관만 하던 노아는 어느 순간부터 제 시선이 제이미에게 향한다는 걸 알아차린다. 필드 트립을 갔던 날, 도시락에 담긴 김밥을 보고 놀려대는 남자애를 똑바로 응시하며 도리어 도발하던 제이미를 본 순간부터였을까. 순간의 호기심인 줄 알았던 감정은 초등학교 졸업 이후 보지 못했던 제이미를 고등학교에서 재회하며 깊어진다. 정확히는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지 않았냐며 먼저 말을 걸었음에도 겨우 몇 마디 하고 사라진 그 애를 본 이후부터. 일명 “나를 이렇게 대한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클리셰가 발동하는 순간이다.
이후 노아는 과거의 방관자 포지션에서 벗어나 제이미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백인 상류층 남자애들(자신의 친구들이기도 한)의 괴롭힘에서 구해주고, 심지어 ‘베이비’라 부르기까지 하는데, 제이미는 이런 노아를 피하기 바쁘다. 노아는 왜 제이미에게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지는 것이며, 제이미는 어째서 학교 최고 인기남인 그를 피하기만 하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은 둘에게 숨겨진 인연이 있음이 밝혀지며 조금씩 해소된다. 재학생 대부분이 정치 명문가와 글로벌 기업 오너가의 자제들인 프레스턴 사립 고교. 최상류층 백인들 사이에 섞일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은 한국계 장학생 제이미는 그들만의 리그에 끼기보다는 학업에 집중할 뿐이다. 집안 형편상 전액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 그녀에게 다른 곳에 낭비할 시간 따윈 없다. 여태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괴롭히는 놈들만 적당히 무시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자신 같은 부류와는 평생 엮일 일 없을 것만 같던 그 애가 자꾸 말을 걸어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백인 상류층뿐인 이곳에서도 최상위 포식자인 미식축구부 쿼터백 말이다. 왜 저럴까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짚이는 건 하나뿐. 숨기고 싶은 비밀을 제게 들켰기 때문이리라. 우리가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던 때. 겨울방학을 하루 앞두고 친구들끼리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았던 그날. 쏟아지는 선물 공세에도 내내 반듯한 미소를 유지하던 노아는 하교 후 그 선물을 모조리 쓰레기통에 버렸고, 마침 그곳을 지나던 제이미에게 그 모습을 들켰더랬다. 잠시 놀란 듯하던 노아는 예상치 못한 말을 내뱉는데, 비밀을 들킨 노아의 반응이 궁금하다면 직접 확인하시라.
‘계략집착남’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며 읽어내리면 이야기를 배로 재밌게 즐길 수 있는데, 대체 어디까지가 우연이고, 어디까지가 계획인지 예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카페테리아에서 지갑을 두고 와 곤란해하고 있는 제이미를 대신해 커피를 계산한 것까지는 우연이라 치지만, 제이미의 커피가 노아의 흰 셔츠에 쏟아진 것도 우연일까? 세탁비를 주겠다는 제이미를 거절하고 굳이 잡무를 도와달라 말하는 노아에 조금씩 피어오르던 의심은 함께 잡무를 하다 깜빡 잠이 든 노아와 제이미가 체육관에 갇혀버리며 확신으로 바뀐다. 그날 이후 제이미의 일상에 생길 변화가 궁금하다면 7화까지는 지켜보자. 제이미를 괴롭히는 학생이 있다면 전학 보내버리면 그만. 자신이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 정도는 가볍게 해내며 계략 남주의 표본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노아를 보고 있다 보면 언제까지 저런 모습을 숨길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제이미의 친구이자 한국 혼혈인 수영 선수인 녹스의 존재도 주목할 만한 요소. 노아의 계획에는 없던 서브 남주 녹스의 개입은 둘의 관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장르: 로맨스
회차: 184화(완결)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키워드: #첫사랑 #재회 #외국인남/혼혈 #계략남 #집착남 #순진녀
글. 김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