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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31 컬쳐

MUSIC - 새로운 세련을 찾아서 | 고난과 시련에 대처하는 자세

2025.03.10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Ordeal〉 앤드오어(ANDOR)

삶은 매 순간 모순적이다. 빛을 깨닫기 위해선 어둠을 알아야 하고, 안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위기를 겪어야 한다. ‘시련’을 뜻하는 앤드오어의 두 번째 미니 앨범 〈Ordeal〉은 짜임새 있는 구성과 둔탁한 하드록 사운드를 통해 삶의 양면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뜨겁게 휘몰아치는 도입부의 연주는 앨범의 중반부에 이를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이는 트랙명처럼, 감정의 심연을 묵묵하게 겨냥하는 모양새를 취한다. 그러나 무거운 활시위가 시련의 원인을 정확히 적중한 이후부터는 고통에 힘겨워하듯 허스키한 목소리가 서서히 울려 퍼진다. 이내 포효하는 듯한 발성과 거친 표현, 강렬하고 묵직한 사운드가 분출되며 격정에 달하다 앨범은 마침내 ‘어떻게든’ 시련을 극복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마무리된다. 뜨거운 에너지가 가시고 남은 자리에는 카타르시스와 전율이 오랜 시간 맴돈다. 그렇게 인간 내면의 격랑을 탐구하고 그 안에 내재된 희망을 발견한다는 이야기는, 회피하지 않고 두려움을 직면하겠다는 용기와 함께 완성된다.


〈NAH BEE !〉 낙원(NAKWON)

‘나비’와 ‘아름답다’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리는 이유는, 비단 나비의 날개가 화려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여러 겹의 허물을 벗어내고, 인내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날개를 펼치는 과정 그 자체가 숭고하다는 이유 또한 한몫할 것이다. 낙원의 데뷔 앨범 〈NAH BEE !〉는 불안하면서도 아름다운 나비의 날갯짓을 닮았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기에 불안감과 두려움에 요동치는 내면을 솔직하게 풀어내는 가사와 다르게, 이야기나 감정을 전하는 창법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청량하다. 기교나 꾸밈없는 담백한 발성은 불안감을 딛고 어쨌든 가본 적 없는 길을 헤쳐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포한다. 때로는 남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에 연민이나 위선에 빠지거나, 무의미한 달콤한 꿈에 머무르고 싶어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가본 적 없는 길로 꿋꿋하게 도약하는 여정 그 자체는 나비의 날갯짓처럼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여름〉 박정웅

떠나간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은 모두가 한 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시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나간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미련의 정서를 여름이라는 계절로 추억하는 박정웅의 미니 앨범 〈여름〉은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마주하고 이겨내는 과정을 오롯이 담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전체적으로 어지럽고 거친 질감의 투박한 슈게이징 사운드와 그 위로 흩어지는 유약한 목소리에서는 위기를 극복할 마땅한 방안이 떠오르는 듯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감정에 온전하게 충실해질 때 비로소 예상하지 못한 돌파구를 발견하기도 하는 법이다.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고통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제되지 않은 슬픔에 오롯이 집중하는 작품 〈여름〉은 언젠가 다가올 치유의 순간을 담대하게 기다리는 자세와도 같다. 요즘 같은 한겨울이 언제나 지속되지는 않으며, 그리운 여름은 늦더라도 반드시 오기 마련이니까.


글. 박현영|사진제공. 포크라노스

박현영 by 포크라노스

포크라노스는 현재 가장 새롭고 신선한 음악들을 소개하며, 멋진 음악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큐레이터이자 크리에이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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