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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9 커버스토리

이븐한 인기의 익힘 정도 - 잊어버리기 아쉬운 요리사들

2024.11.28

화려한 테크닉을 보여주는 〈흑백요리사〉 출연자들의 행보와 파생된 콘텐츠의 인기가 계속된다. 백과 흑을 오가는 맛과 인생 이야기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요리사들의 서사에 주목해보자.


글. 황소연 | 스틸제공. 한국 넷플릭스

나야, 호남의 맛

33년 경력의 안유성 셰프는 요리명장이다. ‘대한민국 명장’은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함께 선정하는데, 숙련기술 보유 정도와 숙련기술 발전 및 지위향상에 기여한 정도를 모두 엄격하게 따진다.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 대한민국 16대 조리명장에 임명된 안 명장은 호남에서 참여하는 출연진이 없다는 말에 ‘백수저’로서 참여를 결정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미공개 영상 속에서 안 명장은 ‘주 전공’ 해산물이 아닌 족발로 ‘남도 냉이 족찜’을 만든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요리의 핵심 아이디어인 족찜의 질감은 한마디로 ‘겉바속촉’. 여기에 달래와 냉이라는 향이 강한 두 나물로 느끼하거나 묵직하게 느껴질 수 있는 족찜에 가벼운 봄 향기와 푸릇함을 더한다. 그가 운영하는 업장 중 하나인 ‘장수회관’에서 족발 메뉴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하니, 남도 냉이 족찜을 먹어볼 기회가 머지않았다. 더불어 백수저와 흑수저 대결에서 보여준 회 뜨기 기술도 ‘와우 포인트’. 광어 손질 방법이 한 가지가 아니었다는 점, 그게 요리사의 칼 잡는 스킬과 숙련도, 염두에 두는 지점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 새롭다. 안 명장에 따르면 전라남도에서 나오는 광어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광어야말로 비늘 제거가 중요한 식재료라고 한다. SBS 라디오 프로그램 〈두시탈출 컬투쇼〉에서 남도식 초밥을 빛의 속도로 만들어 모두를 놀라게 했을 뿐 아니라 의외의(?) 패션템 크롬하츠 안경과 조던과 디올 콜라보 스니커즈 착용으로 패션 센스도 주목받았다.

중년 여성들의 커리어 하이

경남 양산의 하북초등학교에서 급식조리사로 일해온 ‘급식대가’ 이미영 셰프와 〈한식대첩 2〉 우승자 이영숙 명인의 출연은 〈흑백요리사〉의 재미를 배가했다. 요리사나 셰프보다 ‘이모님’, ‘어머님’으로 불린 시간이 긴 이들의 새로운 커리어를 보는 짜릿함이 있었다. 이미영 셰프는 영상미가 돋보이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흑백요리사〉에 대한 소회와 함께 오랜 시간 몸담은 학교 현장을 은퇴하는 심정을 밝혔다. 화제가 된 ‘오골계볶음탕’ 레시피도 공개될 예정이고, 편의점과 협업한 상품도 출시된다고 하니 주목해보는 것이 좋겠다. 충남의 토속 요리와 식재료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이영숙 명인의 〈흑백요리사〉 출연으로 〈한식대첩 2〉도 다시 ‘끌올’되는 중. 이탈리안 미쉐린 셰프 파브리와 보여준 우정도 화제다. 이 명인은 최근 부여의 지역 특산물인 표고버섯을 주제로 한 미식 토크 콘서트를 열었는데, 부여의 제철 재료로 퓨전 요리부터 디저트까지 담아내는 지역 요리사들과의 협업이기도 했으니 궁금하다면 이 명인을 계기로 부여 버섯의 매력을 탐험해보면 어떨까. ‘저속노화 선생님’으로 알려진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와 함께 유튜브에 ‘저속노화 레시피’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으니, 건강한 음식을 따라 해볼 절호의 기회다.

승부사의 요리

“이분(에드워드 리)이랑 정말 하고 싶다. 근데 이분 진짜 피하고 싶다.” 순수한 동경과 열의가 있을 때 나오는 반응, 패배 후 상대방을 응원하고 축하하는 모습으로 자신의 인상을 남긴 ‘고기깡패’ 데이비드 리. 육류 손질법이나 요리 위주일 것 같은 그의 유튜브 채널엔 의외로 떡볶이나 해물라면, 달래볶음밥과 김자반 퓌레 같은 특색 있는 요리들이 올라와 있다. 직접 요리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레시피를 설명하는데, 각 잡힌 요리 프로그램 같지 않으면서도 오픈 키친을 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사치의 끝 햄버거’ 영상에선 고기를 다루는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볼 수 있으니 체크하면 좋겠다. 잘 관리된 도마, 날렵한 칼날, 스테인리스 트레이 등이 모인 영상의 색감은 음식 다큐멘터리 같기도. 미국에서 한식을 미국 주류 문화와 결합한 ‘개스트로펍’을 운영하기도 했던 데이비드 리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이어 3대째 요리를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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