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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31 빅이슈

EDITORIAL <유난>

2025.03.07

무엇에 대해 쓰려 할 때, 그제야 내가 그것에 대해 아는 바가 적다는 사실을 절감할 때가 있습니다. 에디토리얼을 쓰려고 할 때마다 특히 드는 생각이 그것인데요. 내가 이번 호에 대해 그만큼 아는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한 권 마감을 끝내놓고 무슨 생각인가 싶지만, 글을 쓰기 위해 어떤 콘텐츠가 있는지 둘러보면 ‘아, 이런 원고도 있었지. 이 문장이 참 좋았지.’라며 꼭 독자들에게 추천해야지 싶다가도 가장 좋아서 마음에 담았던 것을 놓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지난 호에는 ‘녹색빛’에서 ‘유난스럽다’는 말을 듣더라도 인간의 권리만큼 동물의 살 권리를 지키는 게 자신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글이 와닿았어요. 그런데 에디토리얼을 쓸 때 그걸 쏙 빼먹었더라고요. ‘유난스럽다’는 말, 저나 독자분들이나 누군가에게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 아닐까요. ‘너는 왜 그런 걸 신경 쓰니, 나 하나 잘 살기에도 벅찬 세상에서.’ 내가 아닌 타인의, 약자의, 동물에 대해 심려하고 그것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은 종종 그런 말을 듣습니다. 유난스럽다고요. 하지만 남들로부터 ‘유난스럽다’고 여겨지는 행동을 끝끝내 해나가는 이가 있기에 세상은 그나마 망가지지 않고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시민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 멀쩡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지난 한 달간 얼마나 절감했는지요.

저는 아직 (독자들은 지난해라 여길) 12월에 살고 있고 아침마다 뉴스를 보며 하루를 시작해 저녁이면 또 무슨 일이 터지지나 않을지 불안해하는 와중입니다. 한국의 시민들은 모두 12월은 그렇게 염려하고 걱정하고 분노하는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이번 호에도 필자들의 그러한 일상과 고민들이 담겼고 〈오마이뉴스〉의 유지영 기자는 현장에서 기자로서 느낀 12월 3일의 시간을 복기했고(p.42, 옆에서), 빅이슈코리아의 황소연 기자 역시 시위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목소리를 ‘분노는 새로운 교양이다’(p.108, RADAR) 기사에서 생생히 기록했습니다. 마음이 어수선해 유튜브나 팟캐스트에서 정치 뉴스를 듣느라 글이 잘 안 읽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일상을 이어가야 합니다. 잡지를 읽는 일 역시 일상적인 일이죠. 그리고 일상은 정치와 동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다소 유난스럽더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남의 일이 곧 내 일이기도 하다는 연결감을 느낄 때 세상은 적어도 망하진 않습니다.

다들 그렇지만, 저 역시 지난 시간을 한강 작가님의 글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여의도와 광화문광장에서, 응원봉과 재미있는 깃발 문구들 사이에 서서 계속 이 글을 생각했습니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일면식도 없던 사람에게 선뜻 길을 내어주고, 핫팩을 나눠주고, 펭귄이 허들링을 하듯 모여서 한강 다리를 건널 때 고통스럽고 불안하지만 타인은 더 이상 지옥이 아니라 온기가 되고 살 이유가 되어주는구나, 싶었습니다.

이번 호 류하경 변호사와 대구대 사회학과 학생들의 인터뷰에도 모두 비슷한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지금의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믿음으로, 혼자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고 우리는 모두 서로 좋고도 나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한 사회의 일원이라고요. 새해에는 내가 받은 것을 유난스럽게 남들에게 나눠주고 감사하는 사람이 되어야겠구나. 새해에는 영어를, 시간 관리를, 운동을 잘해야지 하는 계획보다는 그런 마음 다짐을 해봅니다.


편집장.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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