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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9 컬쳐

TV - 가장 첨단의 고풍 <정년이>

2024.11.13

글. 황소연 | 사진. tvN 홈페이지

웹툰 원작이 드라마화되면서 〈정년이〉의 출연 배우들은 자연스럽게 소리를 하게 되었고, 이는 여성국극의 ‘현장감’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tvN은 〈정년이〉 속 첫 국극 무대인 〈춘향전〉을 따로 스트리밍 할 수 있도록 업로드했다. 2020년대에 보는 여성국극 〈춘향전〉은 공연 실황을 보는 듯 생생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드라마가 된 〈정년이〉에서 여성국극은 세밀하게 재현된다. ‘레트로’스러운 재현이라기보다, 고이 간직된 한국 전통문화를 OTT 시대에 걸맞도록 세련되게 갈고닦은 결과다. 배우 얼굴의 명암을 강조한 특색 있는 무대 분장과 의상, ‘소리’로 일컬어지는 리듬과 노래, 연기까지도 그렇다. 특히 작품을 위해 직접 소리 연습에 매진한 배우들의 음색을 〈심청가〉의 ‘추월만정’이나 ‘춘향가’, ‘사철가’로 듣는 것은 다시 없을 경험일지도 모른다. 잘 만들어진 곡과 작품이 가지는 기승전결엔 몰입이 될 수밖에 없다. 분명 원작인 웹툰을 보지 않은 이들도 빠져들 만한 매력이다.

더불어 〈정년이〉의 정체성과 분위기를 구성하는 것은 국극 단원들의 꿈과 욕망이다. 국극의 ‘왕자’가 되고 싶을 뿐 아니라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가 되고 싶은 꿈을 꾸는 건 한국전쟁 후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귀하고도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단원들은 각자 예술가로서의 지향을 그려나간다. 영서(신예은)가 남역 주연을 맡기에 앞서 가다끼(남자 악역) 연기가 본인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나, 옥경(정은채)이 최고의 자리에서 느끼는 권태를 자신의 경쟁자를 직접 등용시킴으로써 해소해나가는 것이 그렇다. 주인공 정년이가 국극에 발을 들이고 후회도 하고 확신도 하면서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 역시 여성국극의 캐릭터와 무드를 발산하는 데에 중요하고 또 필요한 과정이다.

그래서 원작을 읽은 팬들이라면 ‘권부용’과 ‘고 사장’을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없다는 점이 더욱 아쉬울 것이다. 〈정년이〉와 여성국극의 포인트를 세우는 데에 빼놓을 수 없었던 캐릭터여서다. 앞으로 드라마 〈정년이〉에 두 인물이 세상에 던진 질문이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찾으며 시청하게 될 듯하다. 부용이와 고 사장님의 흔적이 조금은 남아 있기를 바라면서.

tvN 주말 밤 9시 20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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