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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9 에세이

MY BOOM - 산책으로 레벨 업

2024.11.11

글. 김윤지 | 이미지. 〈피크민 블룸〉 플레이 화면 캡처

게임에는 소질이 없어 새로운 게임을 시작해도 흥미가 오래가지 못하는 편이다. 그러다 최근 “걷기만 하면 되는 게임이 있다.”는 친구의 말에 혹해 시작했다가 인생 게임을 만났다. 이름하여 〈피크민 블룸〉. 위치 기반 증강 현실 게임으로 쉽게 말하면 한창 유행했던 〈포켓몬 고〉와 비슷한 느낌인데, 이 게임에서는 식물을 닮은 신비한 생명체 ‘피크민’이 포켓몬인 셈이다.

플레이 방법은 간단하다. 게임을 플레이하고 걷다 보면 길 곳곳에 숨어 있는 피크민 모종을 얻을 수 있는데, 이 모종을 화분(슬롯)에 심어 피크민을 부화시키면 된다. 부화 방법 역시 간단하다. 마찬가지로 걷기만 하면 된다. 일정 걸음 수 이상이 되면 모종이 자라나 화분에서 피크민을 뽑을 수 있다. 즉, 걸음 수에 따라 보상으로 피크민이 주어지는 것. 어떤 공략 없이 걷기만 하면 레벨 업이 되고, 피크민이 될 모종도 쑥쑥 크고, 각종 미션도 클리어된다. 산책 외에는 신경 써야 할 요소도 없고, 앱에 접속하지 않아도 걸음 수가 계산되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 레벨 업이 되어 있을 때도 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이 게임을 하는 목적은 바로 귀여운 데코 피크민을 얻기 위함인데,(나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 모종을 발견한 장소가 어디인가에 따라 피크민에게 붙는 데코(장식)가 달라진다. 빵집 근처에서 발견하면 빵을, 도서관 근처에서 발견하면 책을, 카페 근처에서 발견하면 커피잔 데코를 착용한다. 아무래도 늘 가던 산책길보다는 안 가본 길에서 새로운 모종을 발견할 확률이 높기에 익숙한 길보다는 처음 가보는 길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데, 매일 같은 산책 코스에 은연중 느끼던 지루함이 해소되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피크민 블룸〉의 순기능 또 하나. 매일 밤 9시가 되면 오늘의 걸음 수와 함께 산책 경로를 알려주는데, 덕분에 ‘오늘은 내가 이만큼이나 걸었구나.’라는 성취감을 느끼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피크민과 산책을 하며 찍은 사진과 함께 오늘 하루 내 기분 등을 기록할 수 있어 그간 바쁘거나 귀찮다는 핑계로 미뤄왔던 다이어리의 역할까지 톡톡히 하는 중. 오로지 걷는 것만으로 이 모든 게 가능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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