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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31

INSP - 중학교 졸업도 힘든 집시 소녀들

2025.03.07

집시 여성으로 구성된 밴드인 프리티 라우드

✓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박해를 받아온 ‘롬(Rom)인’은 오랫동안 ‘부랑자’ 등으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아왔고 그들을 일컫는 ‘집시’라는 단어가 비하의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집시 대신 롬인, ‘로마니(Romani)’ 등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나, 이 글에서는 한국에서 현재까지 통용되는 ‘집시’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 번역자


집시에 속한 사람이 교육받는 일은 빈곤과 차별, 부족한 시스템 때문에 사회 주류에 있는 사람보다 더 어렵다. 세르비아에 사는 집시 아동 중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경우는 46%뿐이고, 중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 중 여학생 수는 남학생 수의 절반이며 중고등학교를 끝까지 마치는 집시 소녀는 7%뿐이다. 세르비아 비영리단체인 리체우리체는 경제 및 사회 권리를 위한 단체인 A11 이니셔티브(A11-Initiative for Economic and Social Rights)와 청년 통합 센터(The Center for Youth Integration), 집시 여성으로 구성된 밴드인 프리티 라우드(Pretty Loud), 집시 활동가인 제넷 코코(Dzenet Koko), 알마 카이타지(Alma Kajtazi)와 이야기 나누고, 집시 소녀가 교육과정에서 이중으로 겪는 소외 상황을 살펴보았다.

학교 졸업이 쉽지 않은 집시 소녀들

빈곤은 많은 집시가 처해 있는 주요 문제 중 하나이고 교육에 있어서 커다란 걸림돌이다. 부모들이 준비물과 교복을 사줄 수 없고 급식비를 줄 수 없으면, 결국 아이들의 사기 저하로 이어진다. 세르비아 사람 다수는 집시 인구가 마주하는 난관을 알지 못하고, 언론에서는 집시와 관련해 단순히 낙인을 찍는 듯한 모습만을 보도한다.

몇몇 시스템을 통한 지원이 있고 집시 사회의 권리를 위해 활발히 활동하는 일부 조직과 활동가가 있지만, 집시 인구 중 특히 소녀는 빈곤의 악순환에서 고등학교 또는 대학 교육을 마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설령 학교를 졸업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젊은 세대의 집시는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제한적이다.

20년 넘게 활동해온, 집시 여성과 아동을 위한 센터(the Centre for Roma Women and Children, Daje)는 성폭력을 겪은 집시 여성에게 법적 조언과 심리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전화 상담 서비스를 운영한다. 우리는 A11의 활동가와 함께 좋은 사례뿐 아니라 많은 집시 소녀와 여성이 교육 시스템의 부족 때문에 겪는 일에 관해서도 이야기 나누었다. 이 단체는 집시 아동을 위한 사회경제적인 지원도 해주고 있다.

A11에 있는 밀리차 마린코비치(Milica Marinkovic)는 집시 사회에 필요한 부분이 반영된 적극적인 방안이 도입되어야 하고, 이는 반드시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정부와 집시 사회에 의사소통이 있어야 하는 이유이죠. 어떤 지원이 가장 절실한지 확실히 알 방법은 의사소통뿐입니다.” 그녀가 전했다.

여성에게 특히 가혹한 사각지대

청년 통합 센터는 집시 남성과 여성 모두를 돕고 있다고 잘 알려진 또 다른 단체이다. 2004년에 설립된 이곳에서는 아동과 청년 다수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집시 출신으로 베오그라드에 있는 가설 주택에 살고 있다. 아동 돌봄 센터인 스브라티스테(Svratiste)는 집시에게 포용 문화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고, 청년 통합 센터는 카페16으로 불리는 사회단체와 연계해 적합한 일자리를 찾아주는 일도 진행하고 있다.

스브라티스테에 있는 미나 메디치(Mina Medic)는 젊은 집시 여성이 교육 시스템에서 마주하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청년 통합 센터에서 진행한 연구를 통해 현실적인 일상 문제를 재확인할 수 있는데, 집시 인구 중에서 특히 소녀와 여성이 가설 주택에서 살아가는 일은 극도로 힘듭니다. 연구 내용을 보면, 가설 주택에서 사는 소녀의 71.5%가 열두 살에서 열여덟 살 사이 첫 임신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임신하게 되면 학교에 다니고 있었더라도 그만두어야 하죠.”

게다가 가설 주택에 사는 아이 중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비율은 3분의 1 정도이며 14%의 가정에서는 한 명 이상의 자녀를 학교에 전혀 보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 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집시 아이의 고등학교 진학률이 2014년에 22%, 2019년에는 28%로 오르면서 일부 개선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 추세를 유지하려면 아이와 부모를 위한 지원이 필수다. 적어도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에는 중고등학교를 마친 집시 보조 교사가 도와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인 지원 방법이다.

2009년 한 연구는 집시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데 집시 보조 교사가 중대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고용된 보조 교사의 숫자는 필요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관련 협회에서는 그 고용계약조차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우려한다.

성평등과 여성 폭력의 현실을 공부하는 소녀들

그룹(Grubb)은 집시 아이들이 교육 및 사회 시스템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활동하는 단체이다. 이곳에서는 집시 아이가 자신의 전통을 알아갈 수 있도록 격려할 뿐만 아니라 차별이나 다른 중요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함께 음악을 듣고 춤을 추고 연극 워크숍까지 한다. 집시 여성으로 구성된 밴드인 프리티 라우드(Pretty Loud)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했다. 랩을 하면서, 이 밴드는 성평등과 여성 폭력과 같은 의미 있는 주제를 들여다본다.

밴드 멤버이자 그룹에서 춤을 가르치고 있는 실리바 시나니 이브라이모비치(Siliva Sinani Ibraimovic)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밴드에 들어왔을 때 저는 열다섯 살이었어요. 그때는 제가 뭘 하고 싶은지도 뭘 좋아하는지도 몰랐죠. 그룹 활동은 제가 여러 가지를 배우고 핵심 문제를 고민해볼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주었어요. 이제는 제가 아이들에게 그 경험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함께 하면서 소외되지 않도록 응원하고 있어요. 지금은 프리티 라우드 주니어도 있어서 열 살에서 열두 살 사이의 어린 소녀들도 함께합니다. 이 아이들이 성평등에 대해 생각하고,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도 학업을 계속하도록 힘을 실어주는 일이 중요합니다.”

밴드 멤버인 엘마 달리피(Elma Dalipi)는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집시로서 받았던 차별은 지금은 없는 것 같아요. 지금 고등학교에서는 저와 같이 집시어를 공부하는 친구도 있고요. 제 생각에는 제가 학교에 꾸준히 다니면서 사람들의 선입견이 없어진 듯해요. 제가 하는 행동이, 집시는 예전처럼 얕볼 대상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본보기가 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차별 및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몇몇 집시는 세르비아에서 대학교를 졸업한다. 집시 학생 지원 단체인 로마니 아스빈(Romani Asvin)의 대표 알마 카이타지는 이렇게 언급했다. “제가 활동가이자 자원봉사자가 되었을 때 열다섯 살이었고, 그때 이후 저는 집시가 겪는 여러 어려움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은 법을 공부하게 된 동기가 되었고, 같은 지역사회 사람 외에도 부당한 일을 겪는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어요. 우리 협회는 젊은 세대가 경험하는 문제를 인지해서 해결안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기자이자 사진작가이며 집시 활동가인 제넷 코코는 다 함께 부른 ‘우리는 모두 한마음으로 노래해요!’를 칭찬했다. 스브라티스테의 집시 아동과 그 가족들이 세르비아어와 집시어로 이 곡을 합창했다. 로마니 아스빈에서는 인권과 교육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워크숍도 열고 있다. 재넷 코코는 “집시어는 집시 학생이 많이 다니는 학교에서 국가 문화와 함께 교육과정에 포함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다른 아이들도 집시 사회를 바라보며 갖는 편견을 없애나가는 데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

평등한 교육받고 일자리를 얻을 권리는 존엄한 삶을 살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오명을 씻고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집시 소녀가 많아지려면 지원은 필수다. 적극적인 조치 등 좋은 사례도 많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 인권에 대한 균등한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전략은 아직도 없다.

빅이슈코리아는 INSP(International Network of Street Papers)의 회원으로서 전 세계의 뉴스를 전합니다.


글. 이바나 지브코비치(Ivana Zivkovic)

세르비아어-영어 번역. 카티야 벤 부예티치(Katya Ven-vujetic)

한글 번역. 최수연

기사제공. 리체우리체(Liceul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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