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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31 스페셜

SPECIAL - 순간포착, 낭만을 찾아서

2025.03.07

‘낭살낭죽’ Z세대의 하루 즐기기

바쁜 일상에 치이다 보면 낭만적인 순간을 찾는 건 고난이도 미션이다. 그럼에도 애써서 즐겁고 감동적인 순간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따라 하다 보면 좀 더 재밌어질, 최소한 손해 볼 일은 없는 방법으로 평범한 오늘을 ‘사건’으로 만들어보자. 주변에서 ‘굳이 왜 그렇게 귀찮은 걸 해?’ 소리 꽤나 듣고 살아본 20대 예송, 현주, 서현의 낭만 찾는 비법을 공유한다.


그라운드와 코트 속 낭만을 찾아서

권예송

날씨와 시즌에 따라 공간은 달라지지만 스포츠라는 키워드로 연결되는 1년을 시작하는 지금, 마음은 낭만으로 충만하다. 아직 이른 시기이지만 나의 2025년 일정은 벌써 꽉 차 있다. 추울 땐 따뜻한 체육관 안에서 코트의 열기를 느껴야 하고, 더울 땐 그라운드의 열띤 함성을 함께해야 한다. OTT와 유튜브로 ‘최고의 1분’ 클립부터 풀 버전 다시보기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음에도, 체육관부터 야구장, E스포츠 경기장까지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직관’을 한다.

경기장에 가지 않더라도, 매일 저녁 6시 30분 혹은 7시부터는 일정을 비워두어야 한다. 스포츠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신 부모님과 주변 친구들을 비롯해 나의 이러한 스포츠 사랑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어느 날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왜 이렇게 스포츠를 좋아하냐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곰곰이 생각해 마침내 그 답을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낭만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기 위해서!

혈중 낭만 농도를 높이자

우리는 부족한 영양소 성분을 보충하기 위해 비타민과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 그리고 나는 일상에 부족한 낭만을 채우기 위해 스포츠 경기를 보러 간다. 팬들과 함께 목이 터지도록 응원가를 부르고, 같은 마음으로 팀과 스포츠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간다. 이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가끔 지루하고, 대부분 정적이고 반복적인 나의 삶에 터질 듯한 함성과 에너지를 더해 ‘혈중 낭만 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사실 낭만이라는 게 굉장히 거창한 것 같아서, 나는 내가 낭만을 꿈꾼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MBTI는 ‘엄격한 관리자’ ESTJ이고, 머릿속으로는 끊임없이 다음 계획을 세우며, 극강의 효율을 추구하는 성격인 내가, 낭만을?

여름에는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외출도 거의 하지 않을 정도로 더위를 싫어하는 내가 수많은 사람과 한 공간에서 딱 붙어 다 같이 소리를 지르는 야구장은 밥 먹듯 다닌다는 걸 자각한 후부터 나는 낭만을 사랑하게 되었다. 알고 보면 나는 각종 스포츠의 낭만을 수집하는 ‘낭만 콜렉터’ 아닐까? 그렇다면 자칭 낭만 콜렉터로서, 2025년의 ‘낭만 포인트’로 스포츠 직관을 추천하고 싶다.


달력 가득 채워질 ‘굳이데이’

정현주

굳이데이는 낭만을 위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는 날을 말한다. 예를 들어 닭갈비를 먹으려고 굳이 춘천을 가거나 추운 날 굳이 예쁜 호수공원을 둘러보는 일이다. 귀찮고 쓸데없어 보이지만 낭만은 가득하다. 낭만에 살고 낭만에 죽는 사람으로서, 이 단어가 유행하기 전부터 굳이데이를 즐겨왔다.

나는 체력이 정말정말 안 좋다. 그래서 외출보다는 집에 있는 걸 택하는 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유난히 따사롭게 느껴졌다. 그 빛에 홀려 밖으로 나갔을 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파란 하늘에 뜬 몽글한 구름,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건물까지. 눈으로만 담기 아까워서 사진을 찍었다. 그날 이후로는 날씨가 좋으면 굳이 바깥으로 나가 풍경 사진을 찍게 됐다. 굳이데이의 시작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혼자 영화나 뮤지컬을 보러 가는데, ‘혼자’가 포인트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다. 강력 추천하는 굳이데이 중 하나다. 12월엔 영화 〈모아나2〉를 보러 갈 계획이었는데, 바쁜 일정 탓에 실행을 못 했다. 상영작에서 내려가기 전에 얼른 봐야 하는데….

집 앞 카페에서 ‘굳이’ 쓰기 어때요?

내 추구미는 ‘쓰는 삶’이다. 그 추구미를 이어나가기 위해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런데 도저히 글이 안 읽히고, 안 써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땐 집이 아닌 다른 공간을 향한다. 대부분 카페인데, 신기하게 카페에만 가면 책 내용이 머릿속에 훨씬 잘 남고 베스트셀러 작가에 빙의한 듯 글이 좌르륵 나온다. 카페의 백색소음과 넓은 공간이 글에 집중이 잘되게 도와주고, 영감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래서 굳이 시간을 내서 카페를 찾는다.

사실 내 굳이데이는 이게 다가 아니긴 하다. 굳이 베이킹, 굳이 밤 산책, 굳이 스냅사진 찍으러 가기 등등, 열 개는 더 있다. 하지만 그걸 다 쓰게 되면 잡지 한 권을 내 이야기로 채워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쉽다.

굳이데이는 낭만을 더 많이 누리며 열심히 삶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자, 불안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주는 숨통 같은 존재다. 굳이데이가 없었다면 인생의 재미와 기쁨을 누리지 못한 채 금방 지쳤을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나만의 굳이데이를 즐기며 낭만 있게 살아보려고 한다.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 하루쯤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보내도 되지 않을까? 꼭 특별한 뭔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여러분이 끌리는 무엇이든 좋다. 삶을 조금이라도 더 낭만 있게 해주는 굳이데이를 만들어보길 권하고 싶다.


북촌에는 그만의 낭만이 있다

최서현

낭만.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분위기. 어지러운 세상 속, 우리가 중심을 잡고 나아가기 위해선 가슴속 낭만을 잃지 말아야 한다. 나는 주로 ‘여행’에서 낭만을 찾곤 하는데, 꼭 특별한 여행지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여행하듯 유람하며 낭만을 찾는 방법이 있다. 몇 해 전부터 서울 핫플로 떠오르고 있는 나의 최애 공간, 북촌. 소박하고 아름다운 이 동네에 가면 자신만의 낭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사는 감각

내가 좋아했던 작품 속 촬영지이자 정신없는 도시의 공기 속, 혼자 유유히 느리게 흘러가는 곳. 도시와 고궁이 맞닿아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장소. 북촌은, 나에게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공간이다. 자연과 한옥을 유달리 좋아하는 나에게 이곳은 마치 예쁘게 포장된 선물 같다. 북촌에 가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곤 하니까.

나는 어딘가 지쳤을 때, 마음이 울렁일 때 마치 자석처럼 혼자 북촌을 찾아 안식을 얻곤 한다. 복잡한 현실에서 잠시 도피하여 근처 경복궁을 산책하고, 단골 맛집과 카페에 가서 하루를 정리하는 일. 이것이 나만의 ‘낭만’이다. 쉼을 얻고 싶거나, 자연과 한옥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곳을 추천한다. 부디 내가 사랑하는 이 낭만이 모두에게 닿길 바라며.


글 | 사진. 권예송·정현주·최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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