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판 서포터즈 나유정, 정유진, 황선제
빅이슈코리아의 직원 중 대부분은 2030세대이고 독자 역시 다수가 그렇다. 주거권을 위해 활동하는 빅이슈에서는 매년 빅터(빅이슈 서포터즈)라는 이름의 또 다른 활동가들을 모집하고, 이들은 짧게나마 빅이슈를 알리는 온·오프라인 활동을 진행한다. 지난 11월 활동을 시작해 12월 말 활동이 끝난 7기 서포터즈들은 어떤 마음으로 빅이슈의 서포터즈에 자원하고 홈리스의 주거권을 위한 사소하지만 위대한 활동들을 해왔을까. 51명의 서포터즈 중 누구보다 활발히 활동한 유정, 유진, 선제를 만났다.

빅이슈》에 대해서 알고 있었나요. 서포터즈 신청은 어떻게 하게 되었어요?
유정 저는 작년에 나온 〈드림〉이란 영화로 빅판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어요. 《빅이슈》를 원래 알고 있기는 했는데 영화를 통해서 《빅이슈》가 어떤 취지의 잡지인지, 어떤 가치를 갖는지 더 잘 알게 됐어요. 흥미가 생겨서 《빅이슈》에 대한 블로그를 찾아보다가 서포터즈 모집 정보를 보게 됐고 모집 기간과 맞물려서 지원하게 됐어요.
선제 학교 강의를 통해서 《빅이슈》를 알게 됐어요. 사회적기업에 대해 배우는 교양 강의였는데 거기서 《빅이슈》를 알게 돼서 서포터즈 활동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유진 전 사실 《빅이슈》를 잘 몰랐고요. 이제 4학년이고 취업을 해야 하는데 대외 활동을 해봐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던 때 빅이슈의 서포터즈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어요. 제가 행정학이 전공이다 보니 기본권이나 주거권 이런 부분에 관심 있어서 지원하게 되었어요. ‘이런 활동은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었어요.
다들 서포터즈 발대식에 참석했었지요. 실제로 참여해보니 어땠어요?
유정 직원들이 빅이슈 서포터즈 활동 자체를 단순히 업무로서 상투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빅이슈》를 더 알리려는 노력이 녹아 있구나가 느껴졌어요. 서포터즈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잘 갖추어져 있고요.
유진 관심이 있는 거랑 자세히 알아가는 건 다르잖아요. 발대식에서 빅터 활동을 하면서 빅이슈를 더 알아가고 배워가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생겼어요.
선제 서포터즈 지원을 하면서 빅돔 활동이란 것도 알게 돼서, 그 외에 또 어떤 활동을 하게 될까 기대됐어요.
빅터 활동은 《빅이슈》나 빅판 관련한 글의 SNS 업로드는 물론이고 사진 업로드, 영상 제작, 빅돔 체험 등 다양한 형태로 하게 되는데요. 지금까지 어떤 서포터즈 활동을 했나요?
유정 미션 중에 빅판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는 게 있었어요. 안국역 빅판님을 인터뷰했어요. 비록 직접 뵙고 한 건 아니고 서면 인터뷰였지만요. 빅판님이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판매하신다고 듣고, 2시부터 기다렸는데 그날 일이 있으셔서 판매지에 늦게 나오셨어요. 결국 못 뵙고 서면으로 질문하고 답을 받았어요. 인터뷰에서는 하루 동안 빅판들의 일상을 얘기해주셨고. 빅이슈 판매원님들이 생각하시는 《빅이슈》의 장점이나 주제 등에 대해 말씀해주셨어요.
선제 저는 두 번 빅돔 활동을 했어요. 종각역 빅판님 옆에서 했는데, 종각역이 저에겐 추억의 장소라서 더 좋았어요. 작은누나가 졸업전시회를 그쪽에서 했었는데 그때 가족이 다 같이 그쪽에 가기도 했었고요. 우리 가족에겐 추억이 많은 장소예요. 종각역 빅판님이랑 두 번이나 함께하다 보니 친밀감도 더 생기고 마음이 더 가고 그랬어요.
종각역의 김훈재 빅판님은 성실하고 친절한 걸로 유명하세요. 판매지 주변이 깨끗해야 독자분들도 기분이 좋다며, 가을이면 매해 주변의 낙엽도 직접 쓰세요.
선제 네 맞아요. 제가 처음 갔을 때도 낙엽을 쓸고 계셨어요.(웃음) 제가 도와드린다니, 괜찮다고 매대 옆에 서 있기만 하라고 하셨어요.
판매원들과 직접 만나는 접점을 가져보니 어땠어요?
선제 처음엔 좀 어색했는데요.(웃음) 빅판님과 같이 활동을 하면서 내적 친밀감도 생기고 많이 가까워졌어요. 빅판님께서도 말씀하셨는데 단골분들 아니면 매대를 잘 안 찾으시더라고요. 빅돔을 해보니 지나가며 흘낏 한번 쳐다봐주시는 시선이 되게 고마웠어요. 애초에 다들 무관심하게 지나쳐버리시니까요. 눈길 한 번이 이렇게 고마운 거였나 느꼈어요.
빅터 활동을 하면서 이런 점은 정말 재미있다, 하길 잘했다 싶은 때가 있었다면요?
유정 잡지를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거.(웃음) 그게 되게 감사했어요. 저는 학교에서 교지 편집위원을 맡고 있어서 항상 다음 호의 기획과 콘텐츠에 대해 생각하고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해요. 《빅이슈》는 워낙 다양한 주제의 글이 다량으로 실려 있는데, 이런 잡지를 받아 볼 수 있다는 게 제게는 즐겁고 도움이 됐어요.
선제 빅돔 활동만으로는 《빅이슈》와 빅판에 대해 깊게 알 수는 없는데, 서포터즈 활동을 하면서 더 자세히 알게 돼서 좋았어요. 빅판뿐만 아니라 여성 홈리스에게도 잡지 포장 일거리가 제공되고 누름꽃을 함께 만드는 클래스 등 알지 못했던 여러 활동이 있더라고요.
빅터 활동을 추천하면서 유경험자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유정 빅터를 하려고 하면 일단 잡지를 읽어야 하잖아요. 양이 많으니까 발췌해서 읽는 경우가 있을 텐데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주제가 다양하기 때문에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정보가 많아요. 내 일상에서 가까이 있어야 하는 잡지니까 그에 대한 글을 쓰면서 내 일상도 풍부하게 만들 수 있어요.
선제 제가 사실 글 쓰면서 기한에 딱 맞춰서 올릴 때가 많았거든요. ‘미루지 말고 빨리 해라, 그래야 글의 퀄리티도 좋아진다.’고 충고해주고 싶어요.(웃음)
《빅이슈》에서 재미있게 읽는 코너가 있나요?
유정 두 가지인데요. 일단 사진 코너가 좋아요. ‘해란의 모험’에 실리는 사진들이 편안해서 좋아요. 그리고 ‘사소하게 연연하는’이라는 드라마나 영화 리뷰 코너를 좋아해요. 지난번에는 드라마 〈개소리〉를 다뤘었는데 노인분들의 고독 문제를 다루며 그들에게 활동성을 보장해주는 게 진정 필요하다는 말에 크게 동의했어요.
유진 저는 〈오후의 시각〉을 잘 읽고 있어요. 어떤 사안에 대해 그 시각에 동의하냐 안 하냐를 떠나서 그에 대한 내 생각을 한번 정리해보게 만들어요. 또 나의 관점을 점검해보게 하고요.
선제 저도 〈오후의 시각〉 코너를 좋아하는데요. 근래의 기사 중 범죄자를 다룬 글이 재밌었어요.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싶었어요.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하니까요.
다들 부모님과 함께 사시나요? 아니면 독립해서?
유진 저는 부모님과 함께 살아요.
유정 저도요.
선제 저도 부모님과 같이 사는데요. 독립하려고 자취방을 알아보다가 너무 비싸서 포기했어요.(웃음)
빅이슈는 홈리스가 자신의 몸을 누일 집을 마련하고 자립해 더 이상 거리 생활을 하지 않게 하는 게 목표예요. 평소 주거권이나 한국의 ‘집’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갖고 있나요?
유진 저 많은 집 중에 내가 살 곳이 없구나 이런 생각하면 힘들어요. 언젠가는 독립해서 살아야 할 텐데 전세사기 이런 것도 워낙 많이 일어나니까 걱정되고요.
유정 집이란 게 사실 예전 세대에게는 노력하면 마련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지금 대학생에게는 그렇지 않잖아요. 물가는 엄청 상승했는데, 월급은 오르지 않았으니까요. 우리 세대를 향한, 캥거루족이라든지 얹혀 살고 있다는 표현도 있고 저희가 자립할 만한 여건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세대의 주거권을 좀 심각하게 다뤄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집을 마련한다는 게 삶의 총체적 목표가 아니라, 당연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홈리스에 대한 ‘나도 집이 없는데 무슨 저 사람들까지 생각해주나.’ 이런 시각도 있어 취약계층의 주거에 대한 입지가 더 좁아지고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대학생으로서 생각하는, 제대로 된 주거권 보장이 있느냐는 질문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제 자취방을 알아보던 저도 결국은 기숙사를 선택할 것 같은데요. 저희가 이런 서포터즈 활동을 하는 것도 한국 사회의 주거권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글. 안덕희 | 사진. 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