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슈의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topNewsLetterCloseButton
페이지상단으로이동
신간 · 과월호 홈 / 매거진 / 신간 · 과월호
링크복사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글자확대
글자축소

No.241 인터뷰

가족이 있는 집 2

2020.12.31 |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 이번 기사는 지난 기사 <가족이 있는 집 1>에서 이어집니다.

떠나기 싫은 집

이 집에 처음 이사 왔을 때가 생각난다고?
14년 전이지만, 재미있는 추억이라 잊을 수 없어. 당시 공사 중이라 화장실 변기 물이 안 내려갔는데 갑자기 동생이 대변이 마렵다는 거야. 일하는 사람들 몰래 해결하고 도망쳤지.(웃음)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을 것 같아.
원래 사방이 책장인 방이 내 방이었어. 사춘기 이전까지는 동생이랑 같은 방을 썼거든. 내 방으로 만들려고 책들을 거실로 옮기는데 바닥이 꺼져 있는 거야. 지금보다 책이 많았었지. 나쁜 점은 책벌레도 많다는 거야.(웃음)

동생이랑 같은 방을 쓰던 때가 생각나겠다.
어릴 적 물놀이할 때 찍은 사진을 보면 동생은 무섭다며 입술이 파래져 있고 나는 신나게 물에 뛰어들거나 웃고 있어. 둘이 성격이 정반대인데, 동생이 입시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지 그때부터 대화가 줄었어.

나도 친언니랑 성격이 정반대야. 그런데 주변을 보면 이런 경우가 상당히 많아. 부모님의 교육 방식이 다르기 때문일까, 아니면 타고난 기질이 다른 걸까.
엄마가 어린이집 선생님인데, 어떤 아기들은 예민해서 바닥에 내려놓기만 해도 우는 반면, 한 번도 울지 않는 아기도 있대. 그런데 각자의 성격은 커가면서 부모님이 교육할 수 있는 부분이래. 매사 나서기 좋아하는 내게는 자유를 준 반면, 동생은 “엄마, 나 이거 못하겠어.” 하니까 다 도와줬어. 이런 일이 쌓이면서 동생이랑 나랑 성격이 달라진 것 같아. 성격이 다르다고 남처럼 안 보고 살 수 없으니까 제일 힘든 인간관계가 가족이라고 생각해.

가족은 디폴트니까 벗어나기가 쉽지 않지. 특히 함께 살 때 힘든 일이 생기면 말하고 싶지 않아도 들킬 수밖에 없는 것 같아.
내가 우울을 빨리 털어버릴 수 있었던 이유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기 때문이야. 혼자 살 때 주변에 쉽게 알릴 수 없는 일을 겪는다면 정신병에 걸렸을 거야. 내 아픔을 해결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지만, 그래도 해결하는 과정에서 친구들, 특히 가족이 공감해주고 위로해줬기 때문에 원래의 내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어.

화목한 집안 사람들은 가족끼리 나이를 떠나서 동등하게 대우하잖아. 수수네도 서로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는 모습이 보여.
특히 엄마랑 신뢰 관계가 형성돼서 행복해. 엄마는 우리 둘만의 비밀을 참 잘 지켜주시거든. 나는 그렇게 못 할 것 같아. 그리고 나한테 상처되고 아픈 일이 생겼을 때, 구속하기보다 모르는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가족에게 늘 고마워. 어느 날 밤에 자고 있는데 엄마가 내 방에 들어와서 우시는 거야. 나를 쓰다듬으면서 울어. 괜찮은 척하셨지만 되게 속상하셨다는 걸 느꼈지.

먼저 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계속 멀어지는 것 같아.
힘든 일이 있을 때 동생에게 도움을 구한 적이 있었어. 동생이랑 별로 친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동생이 되게 걱정하는 거야.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걸 느끼면서 동생에게 고마웠어.

수수에게 집은 어떤 의미야.
이사하면 눈물 날 것 같아. 집 앞 놀이터부터 동네 구석구석 추억이 서려 있어. 정이 많이 들었지. 집의 의미는 가족의 의미와 같다고 생각해. “너희 집 어때?” 하는 질문에 보통 평수를 말하기보다 “화목해요.” 이렇게 말하잖아. 결국 이 질문은 “너희 가족 어때?”라고 물어보는 것 같아. 나는 늘 내 편이 되어주는 가족에게서 멀어질 수 없어. 내 성격도 부모님을 많이 닮았지. 철학과에 간 것도 철학과 수학을 좋아하는 아빠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거야.

앞으로 이 집에 얼마나 더 있을 거야.
이사할 계획도 없고, 결혼을 일찍 할 생각도 없으니까 오랫동안 캥거루족 할래.(웃음)

성장의 원동력
가족에게 응원을 받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고 시야를 넓혀주시는 아버지, 무한히 신뢰를 보내주시는 어머니, 틀려도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동생 덕분에 혜람이는 자유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혜람이와 친구들이 입시에서 도망쳐 람이네 민박집에 도착했을 때도 비슷한 자유를 느꼈던 건 아닐까요?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이 행복하다면 캥거루족은 비난의 대상이 아닙니다. 가족의 존재는 혜람이가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우리 사회에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는 가족 내에서 성장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지친 2020년, 가족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며 마무리 지어보는 건 어떨까요?


손유희
사진 이규연


1 2 3 4 5 6 7 

다른 매거진

< 이전 다음 >
빅이슈의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