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꿈의 세계를 선택할 수 있다면 권서영 작가의 작품 속으로 떠나보고 싶다. 유령과 마주 앉아 피자를 먹거나 유영하는 분홍돌고래의 옆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질주하는 꿈. 책 표지와 앨범 커버, 그림책, 바이닐에 이르기까지 컬래버레이션을 하지 않은 분야가 거의 없는 권 작가의 세계는 그림 속 세계처럼 더 멀리 뻗어가는 중이다.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꿈의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의 세계는 어떻게 직조되어 있을까. 그림과 글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무한히 확장하고 있는 권서영 작가에게 일과 일상에 대해 물었다.
‘권서영’이라는 본명과 ‘tototatatu’라는 닉네임을 함께 사용하고 계시죠. tototatatu는 무슨 의미가 담긴 이름인가요?
사실 별 뜻이 없어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좀 민망합니다.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만들 때 충동적으로 좋아하는 채소의 알파벳을 따서 지었어요. 어디서도 접한 적 없는 어감이라서 재밌더라고요. 요즘엔 본명으로 많이 활동하고 있어요.
꿈속의 이야기가 연상되는 초현실적 세계를 주로 그리시는 것 같아요.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아이디어는 어디서든 낯선 것을 마주칠 때마다 얻는 것 같아요. 책을 읽다가 어떤 문장에 꽂히면 거기서 이미지를 연상해서 메모해놓기도 하고요. 노래를 듣거나 뮤직비디오를 보다가 연상되는 다른 생각에 빠지기도 해요. 억지로 생각을 위한 생각을 하는 것보다는 일상에서 취미 활동을 할 때 마주치는 단상들이 아이디어의 씨앗이 되는 것 같습니다. 초현실적 세계는 그리고 싶은 아이템들이 어울리지 않거나 엉뚱한 장소나 시간에 모일 때 나타나는 효과인 것 같아요. 확실히 평범한 일상을 그리기보다는 좀 이상한 장면을 그리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요.
얼핏 1990년대를 풍미했던 애니메이션 <달의 요정 세일러문>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해요. 작가님의 그림 세계에 영향을 미친 콘텐츠는 어떤 것들인가요?
그럴 수 있어요. 제가 어릴 때 열심히 본 TV 애니메이션들이 제 취향과 미감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끼쳤을 테죠. 그런데 저는 일본 애니메이션도 좋아했지만,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미국 MTV의 <다리아(Daria)>였어요. 시니컬한 고등학생이 주인공인데 간결하고 스타일리시한 그림이나 내용이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또 지금은 아니지만 팀 버튼의 작품들도 10대 때는 굉장히 좋아한 기억이 납니다. 실제 배우가 연기하는 가상의 이야기보다는 그림이나 애니메이션 등으로 표현되는 스토리텔링이 흥미로웠어요.
작품에 여성이 자주 등장하는데, 전에 한 인터뷰에서 “지금까지는 딱히 남자 캐릭터를 그릴 이유를 못 찾은 거 같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지금도 생각에 변화가 없으신가요?
스토리 면에서는 제가 여성이다 보니 남자의 시점에서 뭔가를 그리는 건 상상이 되지 않아요. 그림의 소재로서 남성 인물을 그릴 수도 있지만 일로 요청받지 않는 한 그리고 싶은 적이 별로 없었어요. 싫어서라기보다 남성 인물 이외에 그리고 싶은 게 엄청 많으니까요. 표현하고 싶은 대상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 같아요.
유령도 작가님의 아트워크에 자주 등장하는데, 유령의 어떤 점에 끌리세요?
본 형태가 가려지는 점과 미스터리한 점, 그리고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요.
여성 아이돌 그룹과 케미스트리가 좋아요. 레드벨벳 앨범 커버와 ‘환생’ 뮤직비디오에 참여하셨고, <블립 매거진>을 통해 그룹 아이즈원을 재해석하셨어요. 아이돌 그룹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과 앨범에 대해 들려주세요.
좋아합니다. K팝도 제 감수성의 한 축을 구성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10대부터 줄곧 K팝 등 대중음악을 들으며 자랐으니까요. 제가 콘셉트와 음악적인 면에서 가장 좋아한 그룹은 f(x)입니다. 앨범은 샤이니의 정규 3집 Chapter 1 를 좋아해요. 두 그룹은 음악이 듣는 재미가 있고 앨범 커버 또한 아주 감각적이에요.
※ 이번 기사는 <꿈의 세계를 그리다, 일하는 작가 2>에서 이어집니다.
글 양수복
이미지제공 권서영